언니의 연애, 속 터지는 가족들 (긴글)

식사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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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30대 초반 평범한 여자입니다.
저에게는 두 살 많은 언니가 있습니다.
언니가 연애를 한지 3년 정도 되었는데요, 이 연애 때문에 온 가족이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판단을 부탁드리고자 네이트 판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언니의 연애를 말려야 할지, 말린다면 어떻게 말릴지, 아니면 그냥 내버려둬야할지, 제가 생각이 짧은 건지,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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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지금 전문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10대~20대 내내 공부만 하느라 연애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 20대 후반에 사회 생활을 시작했고 그제서야 제대로 연애해보겠다고 만난 남자가 지금 남자친구입니다.

둘이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 저에게 소개해주었는데 첫 인상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지만 저는 언니의 남자친구니까 그냥 좋게 보려 애썼습니다. 제가 첫 인상에 좋게 보지 않았던 것은 눈치 없는 소리 자꾸 하는 것(전 여자친구 이야기, 마치 언니가 자기를 먼저 좋아했다는 식의 이야기), 유머 코드 안 맞는 것, 외모(인상이 좋지 않음)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언니의 연애 소식을 들은 엄마가 그 남자친구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남자친구가 전문대학을 나왔고 직업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엄마에게 대학이나 직업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자기 밥벌이 하는 거면 된 거다, 언니 직업 좋으니까 오히려 둘이 잘 맞을 수도 있다, 라며 엄마를 설득했습니다.

그런데도 엄마는 그 남자를 너무너무 싫어했고 그래서 언니는 한동안 가족들에게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만 SNS에는 계속 연애하는 사진을 올리고 알콩달콩 지냈습니다. 

오래 가지 않길 바랐던 가족들의 마음과 달리 언니는 그렇게 2년 넘게 연애를 이어갔고 그러던 중 제가 언니가 사는 지역에 보름 정도 볼일이 있어 언니 집에서 좀 지내겠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가 대뜸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라고, 자기가 지금 남자친구랑 같이 살고 있는데 괜찮냐고 하는 겁니다. 투룸이니 괜찮다고 하고 갔습니다.

언니가 일하는 시간에 도착해서 비밀번호 알려달랬더니 안에 남자친구 있다고 문 열어줄거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문을 열었더니 빨래 쉰내가 진동을 합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올 때까지 청소를 마치지 못하고 주섬주섬 물티슈로 닦고 있습니다. 그래도 바닥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닙니다. 언니가 원래 깔끔한 성격은 아니기에 깨끗하기를 기대하진 않았지만……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남자친구가 당시 1년 넘게 일을 쉬고 있었고 언니 집에 그냥 얹혀 살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그 집에 지내는 동안 남자친구는 하루 종일 침실에 처박혀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여자친구 동생이 와있으면 끼니 때 밥 먹었냐 물어보고 근처에 먹을만한 곳 알려주거나 같이 배달시켜 먹자라던가, 라면 끓여 먹을 건데 같이 먹겠냐 인사라도 해야할 것 같은데 말 한마디를 안하고 그냥 침실에만 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언니가 퇴근해서 오면 둘이 같이 배달음식에 술 먹고 새벽에 잡니다. 언니는 아침 일찍 힘들게 일어나서 출근 준비하는데 일어나보지도 않고 계속 잠만 잡니다. 아침밥 차려주길 바라는 건 아니지만 집에서 놀고 있으면 배웅이라도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언니가 옆에서 급하게 씨리얼 퍼먹는 동안 잠만 자네요.

배달음식 쓰레기? 당연히 안 치웁니다. 자기가 끓여먹은 라면 설거지도 안해서 결국 식기 없어서 제가 설거지하게 만듭니다. 쓰레기는 아침에 출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언니가 정리하게 합니다. 청소, 설거지, 빨래, 쓰레기 정리, 그냥 집안일 모든 걸 언니가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 넘게 일을 안했으니 당연히 돈이 없겠죠. 식비도 언니가 다 내고, 집은 원래 언니 집이고, 관리비며 생활비며 1도 보태는 게 없이 그냥 그 집에 기생충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꼴을 보고 너무 화가 나서 그 집에 있는 동안 제대로 잠도 못잤습니다. 속이 터져서 새벽에 깨기 일쑤였습니다.

같이 술 한잔 하며 이야기해봐도 핸드폰 게임 얘기나 자기 취미생활 얘기만 합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 같은 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아, 그 취미생활에 드는 돈도 당연히 언니가 다 대고, 핸드폰 게임도 모자라 게임기를 구입했는데 그것도 당연히 언니가 사준 겁니다.

언니가 전문직으로 일한지 5년이 넘었고 차도 없고 집도 대출인데 모은 돈이 한 푼 없습니다. 원래 경제 관념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사치스럽지는 않기 때문에 그냥 자기 쓰고싶은대로 써도 남았을 돈입니다. (언니가 여행도 안 가고 비싼 전자기기나 명품도 전혀 관심없습니다.) 그 돈으로 성인 두명 밥먹고 생활하고 취미생활하고 데이트하고 다 하니 돈이 없는거겠죠.

언니 집에 있을 때 언니 노트북을 잠깐 빌려쓸 일이 있어서 켰는데 바탕화면에 이력서 라고 적힌 게 있더라구요. 열어보니 남자친구 이력서였는데… 나이 30대 중반에 이력서에 적힌 이력이 2년이 안 됩니다. 6개월 일하고 6개월 쉬고, 6개월 일하고 1년 쉬고, 이런 식입니다.

일도 한가지 일을 한 것이 아니고 이것 저것… 저는 그래도 전문대학에서 전공한 것을 가지고 일을 하다가 쉬다가 하는 줄 알았는데 그마저도 아니었습니다. 전공한 일도 잠깐 했는데 저한테 이야기할 때는 마치 자기가 그 바닥 돌아가는 걸 다 아는 양 이야기합니다. 그 외에도 제가 뭘 물어보면 모른다고 절대 안하고 ‘~~~일걸?’ 하고 이야기합니다. 제가 궁금해서 따로 찾아보면 다 터무니없이 틀립니다. 모르면 잘 모르겠다 하면 될 걸 왜 아는 척 하는지;;; 

같이 음식점에 가도 조리?같은 걸 전혀 못해요. 덜어주고 이런 걸 할 줄을 모릅니다. 나이가 그 정도 됐는데 어떻게 그런 걸 못하죠… 중학생보다도 못한 것 같아요.


이후 언니가 고향집에 왔을 때 같이 술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남자친구 왜 만나는 거냐고. (그리고 이 때가 제가 그 남자친구를 싫어한다는 것을 처음 티낸 겁니다. 엄마는 그 동안 꾸준히 싫어했고 저는 그래도 계속 괜찮은 척 했습니다.) 언니 말로는 착하답니다. 제가 볼 때는 그냥 바보같은 건데. 나빠보이기까지 합니다. 언니 말에 딱히 반발하거나 싸우자고 들지 않을 뿐이지요..

부모님은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가시고, 지금은 결혼 생각 없다고 하지만 덜컥 결혼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싶고, 그게 아니더라도 임신이라도 하면 어떡하나 걱정되고… 이미 그 남자친구 집에서는 언니를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집에 인사드리러 간 적도 있다네요.


어떻게 보면 언니, 그냥 남이라면 남인 사이입니다. 언니가 시원찮은 남자친구 만난다고 저한테 피해오는 것도 없죠. 그렇지만 부모님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고 언니가 돈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걸 보니 가족으로서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내버려두자는 생각이었고 엄마는 어떻게든 뜯어말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저런 일들을 겪고 나니 나도 같이 말려야 하나 혼란스럽고 제가 너무 오만한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여러분들이라면 어떻게 하실지 진심어린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