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 좋아하는 연애를 처음 해봤는데 현타가 왔어요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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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초중반, 2년간의 연애에서 참 좋은 사람인 남자친구가 저에게 뭐 부족한 거 없이 다정다감하게 잘 해줘서 잘 지내고 있어요.

연애 초반 빼고는 늘 제가 더 좋아하는 게 느껴졌어요
왜 연인 본인들은 보통 알잖아요, 내가 더 좋아하는지 상대가 더 좋아하는지. 재고 따지자는 게 아니라 직감적으로 느껴지죠..

근데 늘 느꼈지만 잘 만나왔어요. 남자친구도 받기만 하는 타입은 절대 아니에요. 제 맘이 좀 더 크긴 했지만 나름댜로 예쁘게 2년 동안 사랑한 거 같네요. 저는 '내가 좀 더 좋아하는 게 어때서? 사랑은 받는 거보다 하는 게 먼저야.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게 얼마나 힘든데.'하고 생각했어요. 제가 남자친구를 유독 좋아해서, 연애하며 늘 마음 속에서 사랑의 샘이 끊임없이 솟아나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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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며칠 전 평범한 데이트 후 집에 돌아와서, 여느때처럼 자려고 누웠는데 갑자기 눈물이 몇 시간 동안 끊임없이 흐르더군요. 그날 데이트에서 저는 좀 더 얼굴보고 있고 싶었고, 남자친구는 유독 피곤해서 얼른 집에 가고 싶어 했었죠.


갑자기 길다면 긴 연애동안 몰랐던, 혹은 외면했었던 사실이 마음을 강타했어요.

아.. 전에 내가 더 사랑받는 연애들을 했을 때..
상대방이 늘 나랑 뭔가 더 하고 싶어하고, 더 오래 함께 있고 싶어 하고, 나한테 서운해하고, 자기 자신보다 날 더 우선시하고... 이런 과정에서 고맙기도 했고 나 또한 그 예쁜 마음들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다 자부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머리론 이해해도, 내가 직접 겪은 게 아니니 마음 깊숙한 곳까지 와닿진 않았던 그 마음들.
"피곤하면 빠이빠이하고 다음에 보면 되지, 와 너 진짜 나랑 가고 싶은 곳 많구나 근데 다양한 데이트 뭐가 중요해 그냥 같이 밥 먹는 걸로 소중한거지, 나한테 열중해주는 것도 고마운데 네 삶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런것들이 서운했구나 몰랐어 더 노력할게.. 나? 나는 너한태 서운한거 없는데.. 고맙고 미안한 것만 있지...."
내가 이전 연애들에서 했던 생각, 표현한 마음들.. 나도 상대를 좋아했지만 결국 내 1순위가 아니어서 아픔을 줬던 날들...


아, 내가 지금 만나는 내 남자친구의 마음이, 과거에 내가 더 사랑받는 연애를 했을 때 내 마음이랑 똑같은 거구나. 그때 많이 섭섭하고, 그러면서도 나랑 더 있고 싶어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했던 상대방들의 모습.. 그게 지금 내 모습이구나.



갑자기 이걸 깨닫는 순간 이제까지 아쉽고 안타까웠던 순간들이 저절로 열쇠 맞추듯 맞춰지더군요.

얼굴만 보고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마냥 좋았던 나와, 할 게 없어지면 이제 그만 들어가자 늘 말했던 너.
이것저것 함께 하고 싶은 게 그리도 많던 나와, 늘 편안한 데이트를 추구하던 너.
우리의 미래에 대해 대화하고 싶은 나와, 각자의 발전에 대해 대화하고 싶어하는 너.

늘 어쩔 수 없이 솟아나는 서운함에 앓았던 나와, 나한테 서운한 거 하나도 없던.. 너.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네 앞에 서면 바보처럼 굳었던 나와, 내가 편하고 또 편하던 너.



물론 해결방법?도 알고 있어요. (알고 있단 것도 제 생각이지만.....) 남자친구도 저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절대 아니에요.

제가 현명하게 제 삶에 더 집중하고 제 삶을 사랑하면 남자친구와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데 왜 매일 새벽까지 속상한 맘에 잠이 안 올까요.. 뭔가 끊임없이 그사람을 향해 움직이던 마음이 고요해지고.... 그런 기분이에요. 속된 말로는 그냥 갑자기 '현타'가 온 것 같기도 하고요.



당연히 너가 더 좋아하는 사랑도 해봐야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좋아하는 사이에 덜 좋아하고 더 좋아하는 게 무슨 상관 있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어요.ㅎㅎ


저 같은 경험을 하신 분 있는지.. 공감이나 조언의 말씀 주실 게 있는지 글을 올려봅니다

긴글 끝까지 읽어주셨다면 정말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