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저희 가족이 이상하다고 느껴요.

ㅇㅇ2019.07.24
조회245
안녕하세요, 20대 여자입니다.요즘들어 고민이 깊어졌는데, 친구들에게 얘기해보니 다양한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구해보라는 조언을 들어서 네이트판에 글을 올려봅니다.제 말주변이 부족해서 다소 읽기 어려우시더라도 너른 양해 부탁드려요..





저희 가족은 부모님과 오빠, 저 이렇게 네가족이예요.저는 오빠랑 나이차가 좀 있는 편이구요.오빠는 재수를 했었고, 저도 현재 재수 중입니다.

제가 가족을 이상하다 여기게 된 것은 작년부터였습니다.저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룸메이트 친구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누다가가족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저희 가족 분위기와 친구들의 가족 분위기가 많이 다르더라구요.이건 집안마다의 특징일 수 있으니까 넘어갈 수 있겠지만...제가 가장 크게 느꼈던건

- 부모님이 자식들에게 가정형편이 어려우니 지원해주는게 어렵다고 함- 훈육을 위한 체벌이라면 수위가 얼만큼이라도 허용됨 (머리채 잡기, 뺨 때리기 등)- 다른 집 부모들이 못해주는 것과 비교하며 자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라고 함
저는 이게 문제라고 전혀 느끼지 못했거든요.물론 그 상황이 될 때는 부모님이 조금 원망스럽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어요.하지만 저의 이런 마음이 오히려 잘못됐다고 생각했어요.실제로도 저는 부모님과 오빠에게 "싸가지없고 다혈질인, 성격 이상한 애"라고 인식되고 있거든요. "너는 오빠랑 다르게 오냐오냐 키워서 성격이 그 모양이다." 라고 부모님이 말하면, "처맞아야 정신 차리죠. 저처럼 때리세요." 라고 오빠가 옆에서 거들구요. 그래서 저는 항상 제 성격에 자신이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제 의견을 당당히 말하거나 감정을 표출하는게 무서웠어요.

그런데 이 얘기를 친구들에게 하니까, 너희 가족이 이상한거라고 하더라구요.그 때부터 저희 가족과, 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중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제 방이 없었어요.말만 제 방이지, 저희 아빠께서 생활을 하시는 방이었어요. (아빠의 이갈이 때문에 엄마께서 같이 못 주무시겠다며 각방을 쓰고 계셔요.)그에 반해 대학교 기숙사를 다니는 오빠의 방은 항상 있었구요.

어느 날은, 여름방학이 되어 집에 와보니 제 짐이 거실에 모두 꺼내져 있더라구요.안방에 있던 컴퓨터 책상을 오빠방으로 옮기면서, 거기에 있던 제 짐을 모두 꺼내 오빠짐으로 채워넣은거예요. 그 순간에는 너무나도 속상했어요. 심리적으로 한창 힘들던 시기라서 그랬는지, 그 짐들을 보자마자 '그럼 나는 이제 어디에 있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더 이상 이 집의 가족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인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희 가족이 저한테 말한 것 처럼요.

사실, 특정한 사건들을 콕 집어서 어떻다 글로 옮기기가 어려워요.지금까지는 그게 너무나도 당연했고, 위에 적었듯 저는 "예민하고 싹수노란 또라이"였기 때문에 가족들에게는 더더욱 얘기를 꺼내본 적이 없었어요. (심지어 오빠가 울면서 부모님께 '동생만 예뻐하고 왜 저만 미워하세요'라고 말 한 적이 있어서, 제가 부모님께 또 이런 얘기를 한다는게 죄송스러웠어요. 오빠한테도 미안하구요.) 내가 피해망상을 겪고 있는건 아닐까, 지금 이 순간에도 드는 생각이네요.

저는 현재 예체능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재수를 하고 있고,입시 학원은 다니지 않고 있습니다.예체능의 특성상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창업도 함께 준비하고 있어요. (엄마께서 권유하셨어요.)학원은 현역 때 다니면서, 부모님과 학원 선생님 사이의 의견차가 심해 가운데에서 휘둘리는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다니지 않기로 했고요.

하지만 요즘에는 차라리 힘들더라도,알바를 해서 제 돈으로 입시 학원을 다니는게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금까지, 매일같이 엄마께 구박을 들어야했고입시준비 뿐만 아니라 창업준비도 해야해서, 제가 정말 하고 싶었던게 뭐였는지 혼란도 많이 겪고 있어요.엄마께서는 나름대로 지원을 다 해주시는데,사실 저는 입시에만 집중을 하고 싶은 마음이예요.그래도 엄마께서 형편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시는거니,창업을 해서 제 앞가림은 해야겠단 생각 때문에 포기할수도 없고..

해야할 일이 많다보니 입시는 입시대로 집중을 못하고,창업을 성공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생기고,이게 업이 된다면 앞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다는 생각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해요.어쩌면 알바하면서 학원 다니는게 더 편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요.(실제로 이렇게 재수를 하셨던 분들을 무시하는게 아니예요. 제가 한꺼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하기 때문에 하나에만 집중하는게 마음은 편해서요..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저희 오빠도 있는데 왜 제가 부담을 갖는지 의문이 드실수도 있는데,저희 오빠도 예체능을 하거든요.그런데 부모님 판단에 저희 오빠는 자기 밥벌어먹기도 빠듯할테니,더 능력이 있고 똑똑한 제가 오빠몫까지 해주길 바라고 계셔요."나중에 너 잘되면 오빠한테 일자리도 좀 알아봐주고, 서로 도와주면서 그렇게 살아. 너희 오빠는 원래 한가지밖에 못하잖니. 자기 먹고살기도 바쁠거야. 근데 넌 똑똑하잖아. 알지? 엄마가 너 얼마나 예뻐하는지. 엄마는 너 때문에 살아."이게 저희 엄마가 제게 하신 말씀이예요.

저희 엄마께서 저를 사랑하는 마음에는 의심이 없어요.저희 아빠도 딸바보 소리 들을만큼 저를 예뻐하고요. (아빠는 오히려 저를 너무 예뻐하셔서, 제가 오빠한테 미안할 정도예요.)저희 오빠도,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할만큼 동생한테 잘 해주는 오빠라고 생각해요. 예의가 발라서 어른들이 좋아할 타입이구요.(물론 제 친구들에게 이야기를 하고나니, 친구들은 모두 너희 가족은 네 생각만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지만요...)그런 생각 때문에 더 고민이 되는 것 같아요.우리 가족은 나를 이렇게 예뻐하는데, 내가 이걸로 상처받는건 예민한거 아닐까.

요새 네이트판에 "남자 형제와 차별당하는 딸"의 이야기가 올라오더라구요.(사실 그 글을 읽고서 저도 글을 올려봐야겠다 결심을 하게 되었어요.)주로 어머님 입장에서 쓴 글들이었는데,소름끼칠만큼 저희 엄마의 말투, 생각과 비슷하더라구요.차분하고 조리있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쓴 듯한 말투와,아이가 잘못될까봐 걱정되는 부모의 마음 이라는 대목이요.저는 그 글들을 읽으면서'아, 이게 부모님의 마음이구나.'하고 공감도 했어요. 그런데 댓글들의 반응은 전혀 다르더라구요.부모님이 잘못했다. 딸한테 사과해라. 딸이 보살이다..정말 깜짝 놀랐어요. 그리고 순간 울컥하기도 했구요.저는 여태까지 가족에게 서운함을 당했던 일을 얘기해본 적이 없었고,가족에게서는 배은망덕한 딸이었는데,누군가 제게 '속상해해도 괜찮다'고 말해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렇지만 여전히,제가 너무 예민하고, 피해망상증으로 살고 있는 것 같아 두려워요.가족들에게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 뻔하지만..다른 사람들에게도 받아들여지지 않을까봐요.
다소 극단적이지만,솔직히 말해서는 매일같이, 하루 24시간 빠짐없이"우리 가족이 내 인생에서 빠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이런 제가 너무 못돼먹은걸까요..?
속상하고 억울했던 일들이 많아서, 조금 횡설수설한 것 같아요.위에 적은 일들말고도 자잘한 일들이 많지만, 이만 줄이는게 맞을 것 같아요.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s. 엄마가 제게 감정을 쏟아내는건 딸이니까 받아주는게 맞나요..? 저희 엄마께서 힘들어하실 땐 제가 자식이고 유일한 딸이니까 감정쓰레기통 역할은 해 줄 수 있는거겠죠..? 그냥.. 저희 엄마가 저한테 그만큼 의지를 하고 계시나보다 하고 위로삼고는 있는데, 저도 너무 힘들어서요... 병원을 가보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