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여자가 살기 힘든 세상인 듯

익명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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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사는 임원들이 왜 다 여자야? 여자들이 기가 너무 세."


남자가 임원이어도 똑같은 말을 했을까.


여자가 임원인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건가.


왜 그 이유가 궁금할까.


그냥 일을 잘해서 그 자리에 올라갔나보다 생각할 수는 없는걸까.


이게 왜 남자와 여자를 구분지어 생각해야 하는 문제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


왜 여자들이 임원을 하면 기가 세다는 말을 들어야하고 남자들이 임원을 할 때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걸까.


저 남자는 기가 세서 임원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 지금까지 본 적 없다.


하지만 팀장 이상의 자리를 여자가 차지했을 때 저 여자는 기가 세다며 비하하는 말은 많이 들어봤다.


더욱 침통한 건 이 말을 꺼낸 사람이 평소 남녀평등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여성을 타깃으로 한 성범죄 관련 뉴스가 방송을 타면 누구보다 분노하고 피해자에 공감하던 그가 모순적이라는 것이 아니다.


그 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무의식에 성 차별적 고정관념이 박혀있고 심지어 그 문제를 인식조차 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싶은거다.


굳이 이런 문제를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자기가 한 말이 차별적인 말인지 아닌지 인지하는 날은 언제쯤 오려나?


여자들, 아직도 사회생활하기 참 어렵다.





책 일부분이다.


읽다 공감되는 내용이 나와서 몆 줄 써본다.


98년생 22살 여자로 제대로 된 사회생활은 못 해봤지만 나이에 비해 이런저런 경험은 왠만큼 해봤다.


그리고 일일이 쓰기는 싫지만 이런저런 성차별은 때때로 느끼며 살아간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98년생이 성차별을 겪어봤다고?"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럴때면 어떻게 받아쳐야할지 순간 망설여진다.


내가 이상한건지 그 사람이 이상한건지 아무도 안 이상한건지 그냥 이 빌어먹을 대한민국 사회적 인식이 썩은건지.


그냥 '흔하디 흔한 꼰대 중 하나거나 여자로 못 살아본 남자 중 하나거나 둔하디 둔한 여자 중 하나구나' 생각하고 만다. (내가 예민할지도)


82년생 김지영을 보며 공감하고 넌 여자니까 하는 말을 들으면 짜증난다.


여자니까 꾸며야돼, 여자니까 조신해야돼, 여자니까 조심해야돼.


왜 여자니까 조심해야되는거지?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서 조심할수는 있다.


그러나 가해자가 마음먹고 덤빈다면 당하지 않을 피해자가 얼마나 될까.


짜증나지만 이건 대한민국 법이 문제인 것 같으니 제쳐두자.


개인적으로 여남 상관없이 성범죄자는 손을 자르든 고추를 자르든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남자도 남자니까 어떻게 해야된다는 인식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그 무의식적인 성차별 고정관념이 남자보다 여자한테 엄격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어쨌든


결혼하면 남자는 처남, 처제, 매형 여자는 도련님, 아가씨, 아주버님 호칭이 여자 중심인지 남자 중심인지


자식은 당연한듯이 엄마 성을 따르는지 아빠 성을 따르는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결혼하면 당연한듯이 육아를 위해 일을 그만둬야하는건 여자인지 남자인지


대기업임원들을 비롯한 정치계, 예술계, 상업계 등 사회적으로 높은 자리는 압도적으로 여자가 많은지 남자가 많은지


하나씩 따지기도 힘들만큼 생각보다 많은 성차별이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평생에 걸쳐 존재한다.


'여자한테 불평등한 세상이니 여자한테 무조건 배려하고 양보해라' 도 아니고 역사책에 나오는 위인들처럼 '내가 이 부조리한 세상을 바꿔보겠다' 허황된 포부도 아니다.


매 순간 쌍중지를 들이밀고 싶은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 중 하나로서 내가 바라보고 앞으로도 살아갈 대한민국 사회가 아직 우연히 여자로 남자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당하는게 안타까울 뿐이다.


(앞으로도 살아간다는 건 취소. 돈만 있으면 이민갈거다.)


소수지만 남자라서 차별당하는 것도 봤으니까.


이 글을 보고 '우리 때는 여자가 공부도 못 했어' 하는 공부도 못 한 것 같은 아저씨나 '그래도 인도같은 나라보다는 낫잖아' 하는 개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인정한다. 옛날보다 낫고 몇몇 나라들보다 나은 거.


그건 그 시대가 그 나라가 잘못된거지 '우리는 쟤네보다 나아' 하고 현실에 순응하는게 옳은 행동인가.


잘못된게 있으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야하든 고쳐나가는게 정상아닌가.
(개인적으로 200년 예상해봄)


완벽한 여남평등은 존재하지 않지만 어쨌든 우리 후손들은 최소한 우연히 여자로 남자로 태어나서 당하는 차별은 없도록.


그리고 성차별뿐 아니라 장애우 같은 사회적 약자, 학력 크게는 인종차별까지.


요즘은 워낙 빨리빨리 변하는 시대라 그런 인식들이 조금씩 변하고 있는게 보인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리고 이건 좀 논점에서 벗어난 얘기인데 길거리 성형광고판들 보면 숨막힌다.


사람을 고기처럼 부위별로 나눠서 눈, 코, 입, 턱, 가슴, 다리 없는 성형이 없다.


여자가 남자보다 꾸미기 좋아하고 타고난건 맞지만 '여자는 예뻐야한다' 고 사회가 세뇌시키는 것 같다.


근데 또 남자가 꾸미면 게이같다고 한다. 기가 차다. 지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남자들 성차별 얘기 나오면 꼭 군대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 여자남자 다 군대는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그 외에도 모든 무의식적인 성차별이 없어졌으면 한다.


난 할 수만 있다면 2년 군대 다녀오고 평생 성차별 안 받고 살고 싶거든.


그리고 여자는 임신 출산하니까 봐줘야한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인류학적으로 타고난거니 어쩔 수 없고 본인이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그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그건 그때 해결하면 되는거고.


페미니즘은 '성별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경제·사회 문화적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견해나 사상' 으로 난 전형적인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페미라고 하는 걸 보면 어떨때는 그 의미가 변질된 것 같아서 안타깝다.


페미는 나쁜 의미가 아닌데 '여자니까 봐줘라' '여자니까 당했다' 하는 성별이랑 관계없는 문제까지 성별을 끌어들여 페미가 말도 안 되는 땡깡쓰는 사상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서.


여자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누가 틀렸고 말고 할 수 없지만. 생각에는 기준이 없으니.


책 읽다 빡쳐서 쓰다보니 글이 길어졌네. 여기까지 읽어준 사람있으면 진심으로 감사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고 의견이 안 맞아도 가볍게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분명 아니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