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킄키키2019.08.06
조회289

안녕하세요
이렇게 인터넷에 이야기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
제 친구 이야기를 한번 들어봐주시겠어요?(친구의 허락을 받고 글을 작성합니다)


저희는 초, 중, 고, 대학교까지 같은 친구예요
제 친구의 나이는 삼십 대 초반으로 평생 솔로였어요
친한 친구들이 연애를 하고 커플이 되었을 때도 기죽지 않으면서 항상 밝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죠
저희들에게 커플 돼서 좋냐라며 '나중에 너네 여자친구들보다 더 이쁜 여자친구 사귈 거니까 걱정 마라!'라며 당당한 친구였죠
여자보단 게임과 친구들을 만나는 걸 더 좋아하는 친구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가 저에게 요즘 연락하는 여자가 있다며 얘기를 합니다
살다 살다 이 친구에게 이런 날이 오다니.. 너무 기쁜 마음으로 잘 됐다며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등등 물어봤어요
친구가 말하기를 인터넷 게임에서 만났다고 합니다.
며칠 게임을 하다가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 인터넷으로 통화도 하고 연락도 주고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새벽에 5~6시간 전화하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여자랑 전화하는 게 이렇게나 좋은 줄 몰랐다며 이 여자에게 푹 빠졌다고 하더라고요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반응을 할지 몰랐습니다
요새 하도 위험한 시기이다 보니
혹시나 이 친구가 보이스피싱이나 봄 캠, 그런 위험한 곳에 빠지는 거 아닐지 걱정이 먼저 들었거든요
하지만 그 여자 이야기를 하며 너무 밝은 웃음을 짓는 친구에게 차마 말을 못 하겠더군요
그저, '잘 됐네, 너랑 마음이 잘 맞는 게 좋은 거지'라며 마쳤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을까요?
친구가 2년간 잘 다니던 일을 그 만두 더 라구요
처음에는 운송업이라 평소에도 일이 힘들다고 해서 그런 이유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갑자기 얼굴 성형과 키 늘리는 수술을 해야 한다며 일 그런 거 다 관심 없다고 회사를 나왔나 봐요
중요한 건 회사에 말도 없이 그냥 나와버려서, 회사에서도 집으로 연락하고 찾아오고 했나 봐요
그 친구가 한 구역을 맡아서 운송을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도 없이 잠적해버리니 회사에서도 어이가 없었겠죠
하지만 친구는 관심 없다고 이제부터 내 일 아니니 상관할 거 아니라면서 방안에만 지내더라고요요

 

제가 이 일을 알게 되고 그 친구네 집에 가보니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하루 종일 안면윤곽수술, 성형 수술 후기, 키 늘리는 수술만 검색하고 있더라고요
도대체 왜 이러는지 물어봤습니다. 그러니 친구가 말하기를
연락하는 그 여자애는 키가 170이 넘고 이쁘고 날씬하다면서 자기 외모가 너무 싫다는 겁니다
본인 얼굴이 이렇게 못생겼는데 더불어 키가 150대 후반인데 어떻게 저 여자애를 만나겠냐며..
하루하루아침에 거울을 볼 때마다 자괴감을 느끼며 자살하고 싶다고 합니다
며칠째 밥도 안 먹고 인터넷으로 키 수술 방법, 성형 검색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때 제가 실수했던 겁니다. 저는 그냥 '아, 이 친구도 드디어 남자가 되었구나'라며 늦게 사춘기가 왔구나 하는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친구의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평생 장남으로서 일만 하던 친구가 이제는 여자에도 관심이 생긴 게 대견스럽기도 하면서 걱정이 들더라구요

친구에게 그냥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요즘엔 무조건 외모만 보지 않는다, 너는 말하는 게 재미있으니 괜찮다, 네가 재밌으니까 그 여자애가 매일 너랑 연락하는 거 아니겠냐'
라며 다독여줬죠

 

2주 뒤였을까요.. 그 친구 어머니께서 울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본인 아들이 몇 주째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는다면서,, 항상 밝고 솔선수범하던 다정하던 애가 밥을 차려놔도 먹지 않고
가족들 쳐다도 안 보고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방문을 잠그고서 어떤 여자애랑 통화만 한다는 겁니다..
큰형이 그러니 어린 동생들도 삐딱해지고 집에 들어오기가 싫다고 합니다.. 형이 싫어서 ..

엄마가 저렇게 힘들게 일하면서 돈벌고 있는데, 큰 형은 일도 안하고 가족들이랑 애기도 하기 싫어하니 보기도 싫다면서..
그러시면서 어머니께서 저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달라, 네가 가장 친한 친구니 무슨 일인지 알 거 아니냐'
저는 그냥 대략 정인 상황과 더불어, 저번 직장이 조금 힘들어서 쉬고 싶어서 그런 거니 걱정하지 마시라며 전화를 끊고는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되도록이면 좋게 말을 했습니다.
'네가 너무 힘든 건 아는데 너네 가족들까지 힘들게 하지 말라고, 너네 어머니가 얼마나 힘드셨으면 나한테까지 전화했겠냐고'

 

 

하.. 대략적으론 이렇습니다.. 더 자세하게 적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네요..

제 글솜씨도 최악일 뿐더러 어떻게 그 많은 이야기를 글로 써야할지 모르겠네요

저 이야기가 약 2주 전입니다. 지금은 어떻냐고요?
성형은 포기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자기가 성형하고 키 수술하면 짧아도 1~2년 걸릴 건데 그때까지 그 여자애가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며,,

그 친구는 항상 핸드폰을 쥐고 있습니다. 그 여자애 연락만 기다리고 있어요
제 결혼식 에서 제가 입장 할 때, 하객 사진 찍을 때 항상 휴대폰을 쳐다보고 있더라고요
오죽하면 사진 찍으신 분이 그 친구에게 핸드폰 좀 그만 좀 쳐다보라며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만났나고요? 아니요
친구만 그 여자분 얼굴을 알고 있습니다. 너무너무 이쁘고 아름답다네요
하지만 자기 자신은 최악이라며 만나질 않습니다
친구는 24시간 하루 종일 휴대폰을 쥐며 그 여자분 연락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그 여자분이 연락을 안 오거나 답장이 늦어지면 저에게 전화해서 숨이 안 쉬어진다며 너무 답답하고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연락이 오면 밝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으면서 새벽이고 아침이고 전화를 합니다
중요한 건.. 밥도 잘 안 먹고 일도 안 하며 24시간을 그 만나보지도 못한 여자분에게 쓴다는 겁니다
그 여자분이 퇴근시간이 몇 시 정도 되니까 이때쯤이면 연락을 하면 되겠지? 하고 페메를 합니다
그리고 그 여자분의 연락이 늦어지면 그때부터 시작입니다.
밤이든 새벽이든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해서 왜 그 여자가 연락이 안 받는지, 혹시 내가 지금 전화해도 되는지, 혹시 저번 주에 페북 사진 보니 헌팅 포차 간거 같은데 거기서 남자친구 생긴 건 아닐지 등등..
처음에는 전화받는 저희도 너무 당황스럽고 어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러려니 합니다
다만 이제는 좀 도가 지나친 것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갈수록 집착이랄까요?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러던 어제, 그 친구가 카톡을 저에게 보여주더라고요. 이 여자분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여성분은 키가 늘씬하시고 친구도 많으신 것 같더라고요. 매일 밤마다 클럽 가서 술 먹고 새벽에 집에 들어갈 때나 친구에게 연락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카톡을 보니,, 정말 가관이더라고요
그 여자분은 온종일 짜증 내고 반말하면서(3살 어리답니다).. 거의 무슨 노비 취급하듯이 대하더라고요
친구는 항상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연락해도 되냐는 말이 대부분이었고요
그러다 이 친구가 그 여자분에게 립스틱 세트며 치킨 쿠폰 등등 보낸 걸 알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더불어 게임까지 대신 들어가서 키워주더라고요

 

하아....
제가 여기에 글을 쓴 이유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려고 글을 올린 건지..
아니면 제 친구가 비정상인 걸 확인시키고 싶어서 글을 올린 건지..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이 친구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줄지 도움을 받고 싶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