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이 생각하는 염치없는 직원들

ㄱㄱㄱ2019.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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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부장이고 40대초반임. 승진 빨리한편임..
숱한 직원들 같이 일해봤지만 염치없는 직원들 많아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몇자 적음.

부장이 사원대리들보다 당연 월급 많이 받으니까
커피나 밥 술 이런거 훨씬 많이 삼. 젊은 직원들끼리 옆부서랑 함께 모인다고 할때도 내 개인카드 주면서, 엔빵하지말고 이걸로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할때도 많음. 회식도 1차만 하고 난 집에 감. 직원들 2차 맥주집들 갈때 내 개인카드 주고 먹으라고 함. 회의할때 직원들 힘들어하면, 프라프치노같은 좀 비싸고 맛있고 시원한 음료같은거 내카드로 사와서 같이 마심. (회사지원 없음. 부장이지만 법카 없음.. ㅠ)

예전엔 이렇게 직원들 챙겨주고 밥 커피 사주고 그러면, 직원들이 감사하는 마음이라도 있었음. 출근하며 자기김밥 사면서 내것도 샀다고 슬쩍 내미는 애들도 있었고, 오후에 졸려울때 외근다녀오며 선배님 피곤하시죠 그러면서 아이스커피 사왔다고 내미는 직원들, (내가 책읽는걸 좋아해서..) 좋은 책 얼마전에 읽었다며 나한테 꼭 드리고 싶었다고 가져오는 직원들.. 이런 소소하게 직원들이 작은 것이라도 공유해주곤 했음. 내가 나서서 직원들 배려하고 베품하는게 장기적인 팀웍에도 도움되고, 선순환으로 밑에 직원들도 서로 배려하고 베품하게되고.. 부서 분위기도 훈훈해졌음. 그래서 여지껏 베품 배려의 리더쉽에 대해 믿음이 있었고 지키고 (내돈은 많이 들지만..) 유지했고 다같이 커갈 수 있는 성과냈고.. 여자 관리자급 직원 별로 없는 회사에서 그렇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 왔음.

근데 요즘엔 좀 다름.
그냥 "당연히" 내가 모든 것을 내야하는 분위기 같음.
얼마 전 부서직원들 몇몇하고 외부에 갔다가 일찍 끝나서 밥먹고 2차로 수제맥주 간단히 마시고 그담에 커피집에 갔는데(직원들이 먹자고 한거임.. 난 집에 가고 싶었음;;), 밥, 맥주 내가 다 샀는데 커피까지 내가 돈내도록 그냥 직원들이 멀뚱멀뚱 계산대 앞에 기다리고 있음. 몹시 발랄하게 "부장님 저는 아이스라떼요!"이러는데 ㅋㅋㅋㅋㅋㅋ 아 내가 직원들한테 너무 잘해주는건가 싶은 생각이 갑자기 드는거임. 4~5천원짜리 커피 한잔 정도는 월급 400 넘게 받는 그들이 사도 될법한 정도 아닌가.

예전 직원들은, "매번 부장님이 사시니까 오늘은 저희가 좀 살게요~" 이런 예쁜 말과 행동, 내가 10번 밥사면 한두번 정도는 있었음. 근데 요즘은 없음. 그냥 내가 다 사야함. 그들은 당연히 얻어먹음. 잘먹었습니다~ 란 인사도 잘 안함.

나도 집에가면 애들있고, 들어갈 돈 많음. 예전엔 별로 그런 생각 없었는데, 요즘엔 직원들한테 쓰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듬. 그 돈으로 내새끼들 갖고 싶다는 운동화라도 차라리 한켤레 더 사주지 란 생각이 밀려옴.

젊은 직원들 점점 개인적인 성향으로 바뀌는것 괜찮음. 욜로니 90년생 트랜드니 자기 밥그릇, 자기 영역은 엄청 챙기고 방해받기 싫어함. 그래, 이해하고 존중함.. 우리도 윗세대들 보기엔 뭐 그랬으니까. 근데, 배려받고 베품 받으면 고마워할 줄 좀 알고 주변 사람들한테도 배려하고 베풀었으면 좋겠음. '내가 언제 해달랬어?? 지기가 사줘놓고' 이런 마인드인 것 같을 때가 있음..

내가 돈을 왜 쓰겠음? 인기관리하겠음?? 직장생활하다보면 인간관계가 젤 스트레스인거 아니까.. 내 돈으로 우리팀 으쌰으쌰 독려하고 도닥여서, 우리 서로 같은 팀에 있는 동안에는 즐겁게 일하자는 목적이 큰건데.. 이건 뭐.. 먹고마실때만 공동체임..ㅋ

내 동기들하고 술한잔 할때 꼭 얘기나옴. 요즘엔 상사가 더 호구같다.. 괜히 지갑열고 사주지도 말자. 서양처럼 직장문화도 개인주의로 변해가는데, 괜히 우리는 "문화과도기"에 껴서 상사고 선배랍시고 돈만 더 쓰고 팀웍 조성에 아무 효력이 없다.. 뭐 이런 얘기. 리더쉽 스타일이 조직문화의 변화에 맞게, 같이 개인주의로 변해야겠구나 란 생각 많이함.

사실 염치 없는 것과 개인주의는 구분해야하는데, 염치없으면서 그걸 개인적이고 젊은이의 트랜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움.

자기들 돈은 소중하면서 내가 힘들게 번 돈은 쉽게 써도 된다는 이런 마인드의 희생상사가 되지 말아야겠음.. 그 돈 모아서 자식들 용돈이라도 좀 더 주면 내 새끼들이 엄마를 훨씬 좋아할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