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란..

내마음속상자20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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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영화 보다가 갑자기 눈물보 터졌어요 ㅎㅎ
오늘 하루 종일 맘마미아 1,2편 보고 배드맘스 봤는데 어쩌다 보니 전부 엄마에 관한 영화였네요
배드맘스 까지 딱 보고 일어나서 설거지하는데 그냥 막 눈물이 났어요..
뭐지 슬픈 영화들도 아닌데 ㅋㅋ


저희 엄마가 조현병이었거든요
그러다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어릴땐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갑자기 소리지르고 저희를 때리는 엄마가 무섭고 싫었어요
엄마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일 했어요
그땐 가정의 불화도 우리집의 가난도 다 엄마 탓인줄 알았거든요
엄마 부고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도 맘 속 깊은 곳 한 편으론 잘 됐단 생각을 했어요

내내 눈물도 안났는데 입관식 할때 그제서야 엄마 시신 보고 눈물이 나더라구요
불쌍했어요
정신과 약에 찌들어서 살찐 몸뚱이에 눈은 움푹 패이고 시커멓게 다크서클 내려와 있고 한 평생 제 자식들에게 엄마 대접 못 받고 살다 죽어버려서요..

놈팽이 같은 아빠만 안만났어도 아들이 최곤줄 아는 할머니의 시집 살이만 안당했어도 엄만 좀 더 예쁘고 멋진 삶을 살다 가지 않았을까

어릴땐 아픈 엄마가 무서웠고 정상적인 어른들이 하는 소리만 곧이 곧대로 믿었어요
엄마가 미쳐서 그렇다, 아파서 그렇다, 귀신이 들린거다
간혹 네 엄마 불쌍한 사람이니 너희가 이해하라는 소리를 들어도 그런 엄마를 둔 우리가 더 불쌍하다고 생각했어요
식칼 들고 서성이고 갑자기 소리 지르다 저희에게 달려들어 머리채를 잡고 목을 조르고 동네를 발가벗고 돌아다녀 가족들을 창피하게 했으니까요
하교 후 친구를 집에 부르는건 꿈도 못 꿨어요
방엔 엄마가 손발이 묶인채 누워있고 입엔 재갈이 물려 있었으니까요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웠어요
어쩌다 친해진 친구들도 이내 멀어졌구요
아마 친구 부모님이 저랑 못 놀게 했을거란 생각이 드네요
동네에서 우리 엄마 미친거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초등학교 2학년땐 엄마가 또 혼자 중얼거리다 소리를 지르자 아빠가 엄마에게 소리지르고 쌍욕을 하며 싸웠어요
그러고선 저에게 아빠 인감을 주며 동사무소에 가서 이혼 도장을 찍고 오라그랬죠
당시에도 말도 안되는 헛소리란건 알았는데 소리지르고 욕하는 아빠가 무서워서 잘 알지도 못하는 길을 찾아 동사무소에 들어갔어요
아빠가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오래요 하는데 눈물이 터졌네요
말하면서도 어린 저에게 이런 일을 시킨 아빠가 원망스러웠고
그런 저를 내려다 보는 직원들의 표정에서 어린 나이에도 부끄러움과 수치심을 느꼈어요
직원 한 분이 이건 엄마 아빠 두 분이 직접 와서 해야 한다고 울지 말고 집에 들어가라고 했던게 기억나요
집에 와서 아빠한테 직접 가야한다고 말하니 씩씩 거리며 인감 가져가놓고 정작 동사무소엔 안가더라구요
본인이 직접 가기엔 쪽팔렸던 거죠


아빤 그런 사람이었어요
일용직 노동자면서, 그마저도 힘들다 안나가고 어디서 고물이 돈이 된다 하니 리어카 끌고 폐지와 고물을 줍고 다니면서 친구들과 전화하면 잘 나가는 척, 바쁜 척, 일하는 척을 했죠
누워서 티비 틀어놓고 술이나 마시며 통화하고 있으면서요 ㅎ
그런 남자랑 결혼해서 엄마는 아들 낳겠다고 4남매를 낳았어요
그러고 남동생을 마지막으로 낳고 엄만 미쳐버렸죠..
어쩌면 그 전부터 증상이 보였는지 모르겠어요
기억 속의 엄마는 항상 어딘가 아프고 힘이 없어 보였거든요

아 엄마가 그렇게 힘들게 낳은 남동생은 할머니의 극진한 보호를 받으며 병신으로 자랐네요ㅋ
말도 제대로 못하는 언어 장애에 지능도 낮아서 문맹이구요 맨날 거짓말 하고 돈 뜯어가고 그 돈으로 피씨방이나 가는 그런 어른으로 자랐답니다

엄마는 장애인 요양원에 있다가 제가 결혼 하면서 아빠가 다시 데려왔어요
내 유년시절 내내 무섭고 미친 정신병자 였던 엄마였는데 1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나니 늙고 병들고 약에 찌든 환자가 되었네요
그게 또 싫었어요
엄마는 계속 악역이어야 하는데 그래야 내 마음이 편한데 왜 그런 불쌍한 모습으로 다시 내 삶에 나타나서는 마지막도 그렇게 초라하게 떠났어야 했는지..
엄마 죽고 나서 속이 후련한 것 같았는데
원래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라 생각해서 엄마의 죽음은 내 삶에 1g의 영향도 못 끼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갑자기 왜 이리 엄마 생각이 나고 눈물이 나는지 참..ㅋㅋ

제가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어요
오늘 따라 왜 그런 영화들만 봐가지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