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고 처음부터 불량 며느리였겠나?

어른이되는중2019.08.16
조회7,641

요즘 명절이 다가오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여 그런가, 유난히 시댁에 당하고 사는 여자들 사연이 눈에 많이 보이네요.

 

저는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성향이 강한 집에서 자랐어요.

상대방에게 무언가 강요 당하는걸 싫어하고, 남한테 피해주는걸 싫어해요.

성격이 약간 무덤덤하고 남한테 관심이 별로 없어요. 무관심에 가까울정도...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요즘 이런걸 밝히고 글을 써야 되는 트렌드 같길래 저도 주절주절 써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고요. 연봉은 제가 남편보다 세후 1천만원 정도 많은 것 같아요.

결혼 할 때 집은 제가 살던 집에(시가 1억5천) 리모델링 해서 신혼집 차렸고,

전 결혼전에 준중형차도 한대 있었어요.

남편이 혼수라고 하긴 좀 뭐하지만 시댁에서 받은 3천만원 들고 왔습니다.

처음엔 시댁에서 전세 얻어 주시겠다고 하더니 제 집 있다는거 알고 3천만원만 주셨습니다.

그 외엔 받은거 없어요~

남편 착한 인품과 준수한 얼굴이 맘에 들어서 결혼했습니다. (이 얘기하면 주변에서 웃긴 하지만...제눈에 안경이라고ㅎㅎ)

지금 결혼 7년차의 불량 며느리 입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예요.

우리 시댁은 결시친에 손꼽힐 막장 시댁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살아오던 나에게 크나 큰 스트레스를 안겨 주었고, 결혼을 후회하게 만든 곳이기는 해요.

자잘하게 다 따지면 끝이없지만 그냥 기억나는 일들만 간단하고 소소하게 얘기 해 보고 싶어요.

편하게 음슴체로 갈게요^^

 

우리 남편도 결혼전엔 명절 전날 저녁까지 나랑 같이 놀다가 들어 갔었던 남잔데, 결혼하고 갑자기 효자 코스프레ㅎㅎ

 

결혼을 한달 앞두고, 신랑 曰

시부모님이 말하길, 이제 결혼하면 시댁 식구가 되는것이니 결혼 전 명절에 시댁에 와서 1박 2일로 지냈으면 한다고 하는 신랑 말을 듣고 어이 없어서 거절.

말마따나 친정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명절인데 왜 아직 결혼도 안 한 시댁에서 잠깐 인사오라는것도 아니고 명절을 쇠야 하는거냐며...

그 때 부터 알아봤어야 하는건데...

 

신혼여행 갔다가 돌아오자마자 욕먹음. 신혼여행지 도착 해서 전화 안 했다고...나만 욕먹음.

시동생도 옆에서 '형수님이 잘못했어요~'라고 한소리 거들었음.

근데 이건 생각의 차이라 뭐라고 못하겠음.

원체 우리 친정식구들은 평소에 서로 전화도 잘 안하고 안부전화 이런걸 신경 안 쓰다보니...

그래서 그냥 내가 잘못했나보다 내가 무심했나보다 하고 넘김.

결혼하고 신혼초에 남편이, 시부모님한테 일주일에 한,두번 안부전화 했으면 좋겠다고 했음.

(근데 이건 나중에 보니 남편의 의지가 아니라 시아버지가 넌지시 했던 말 같음.)
당신도 친정에 전화 하면 나도 할게, 했더니 2주인가 하다가 못하겠다고 때려치웠음ㅋㅋㅋ

그럴 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안함. 도대체 그놈의 안부전화에 왜이렇게 집착을 하는지?

나중에 보니, 남편은 시부모님한테 생전 전화 한 통 안하는 사람이었음.


첫 명절에 며느리는 한복 입고 오는거래서, 한복 대여하고(결혼할 때 안 맞춤) 입고 갔는데 신랑은 티에 청바지 입고 갔음.
현관 문 들어서자마자, 시아버지 曰

조상 잘 모셔야 집안이 사는거라고, 너희 시어머니 차례상, 제삿상 차리는거 잘 보고 배우라길래 그냥 말대답 안하고 웃어넘겼음.

- 첨언하자면, 나는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영혼이나 귀신의 존재도 믿지 않음.

각종 별자리,혈액형,궁합,사주 기타등등 토속신앙, 샤머니즘 일체 믿지 않고, 비과학적인 대화소재 자체를 혐오하는 편임.

그래서 제사 자체를 조상님을 기린다는 개념이 아닌 전통행사 정도로 여기고 있음.

시부모님이 음식하고 일하느라 힘드니까 어른들 일 돕는다는 생각으로 제사준비를 하는거지 그 외의 생각은 없음.

그래서 시부모님 대에서 제사는 끝이고 나는 제사를 모시지 않을것임.

내 아들이 미래에 며느리를 데리고 오면 제사 스트레스는 없을것이라 단언 할 수 있음.-

 

우리 시댁 명절 시스템은 전날 오전에 가서 시댁에서 하루를 자고 그 다음날 점심을 먹고 뒷정리 후 느즈막히 나와야 함. 친정은 명절 저녁쯤 감.

시어머니는 명절에는 본인 친정 안 가시고, 명절 전 주나 그 다음 주에 간다고 하셨음.
명절날 나 부엌에서 일하는데 남편은 갑자기 동네 친구 만난다고 나갔음.

시어머니 앞이라 싫은 소리 못하고 꾹 참았음.

놀고 들어와서 음식, 설거지 절대 안하고, 어른들 앉아 계신 자리에 지가 장남이라며 엉덩이 붙이고 앉아있는데 기가 찼음.

그건 명절 끝나고 집에 가서 남편한테 호랑이 승질 내서 사과 받고 다신 안 그러겠다고 약속 받음.

그 다음 명절엔 디스크 시술 받고 허리에 복대차고 있는데도 바닥에 앉아 음식하라고 일 시켜서, 중간 중간 화장실 가서 몰래 울고 나왔음.

엄마 생각이 왜이렇게 나는지... 그냥 친정 부모님께 너무 죄송스러운 마음만 들었음.

벌초를 한식 때랑 명절전에 한다는데, 산속 깊은데에 산소 있음. 벌초하러 산 타야됨.
시할아버지가 조상님들이 시끄러워서 싫어한다고 예초기도 쓰지 말라심...
거기에 시아버지가 나도 낫질 시킴. 낫질 태어나서 처음 해봄.

우리 친정도 벌초가지만 여자들한테 일 안 시킴.

시아버지가 '우리 며느리 쓰라고 내가 낫 날카롭게 잘 갈아왔다~' 자랑스럽게 얘기하시는데,

그냥 그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웃음났음...


명절에 차례 지내고 나서 어른들 식사 안 끝났길래 설거지 하기 전까지만 쉬려고 방에 잠깐 들어가서 누워 있었는데, 내가 자는 줄 알았는지 시할머니가 '요즘 며느리들 시집살이 아주 편해졌어~'하고 비아냥 거리는거 들음.

어른들 말고 애들은 전날 새벽까지 놀아서 남편, 시동생,시누들, 사촌들까지 다 자고 있었음.

나는 새벽에 일어나서 시어머니랑 차례상 준비했음.

우리 둘을 제외한 그 외에는 푹 주무시다가 차례 지내야 되서 일어나셨고, 아침 차례상 차리는데 도움 하나 안 줬으면서 그런 말 하심.

명절에 나는 시댁 도착과 동시에 방에다 짐만 놓고 부엌에서 1박2일간 일만 하는데...

가사 도우미는 돈이라도 받지...

 

나도 어른들한테는 좀 불합리해도 대들지 말고 예의바르게 대해야 한다고 꼰대 교육 받은 사람이라, 신혼초에는 맘에 안드는 일 있어도 그냥 네네 했었음.

뭐 말하자면 끝이 없는데 그런 사소한 일이 반복되니까 점점 남편도 시댁도 너무 싫어지는거임.


연애때는 세상 순둥순둥하고 내 말이면 무조건 오케이더니, 결혼하자마자 조선시대 가부장 남편에 빙의해 있는 남편은 중간에서 나를 위해 해주는게 아무것도 없었고, 오히려 나를 더 힘들게 했음. 

집에서는 착한 남편인데 시댁만 오면 내가 시부모님 앞에서 싫은 소리 못하는거 알고 더 그런 듯 했음.

나는 나 대로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에서 벗어나질 못했음.
3년을 벙어리 냉가슴으로 버텼는데 명절만 가까워지면 숨이 턱턱 막히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생겨서 알아보니, 생전 몰랐던 명절증후군이라는 걸 알게됐음. 

이러다간 남편이랑 이혼하겠다 싶어서 그냥 남편한테 바라지 말고  내가 독해지자 생각했음.

 

명절에 남편은 놀고 나만 일하는거 열받아서 나도 게거품 물고 ㅈㄹ하고 남편 옆구리 꼬집어서 일 시킴.

평소에 시할머니가 남편 일 시키는거 못마땅해 하심.

약한척 하면서 '자갸~ 나는 기름이 무서워서 전을 못 뒤집겠어, 기름 튀면 너무 뜨거워~'
호들갑 떨어서 남편한테 시킴.
시할머니 얼굴 떨떠름해서 계셨는데 모르는척 하고 남편 칭찬하면서 계속 시켰음.

음식이나 상차리고 그런건 내가 거의 다 하니까 남편은 설거지 시킴.

 

시댁 행사하면 시아버지는 우리 부부를 하루 종일 끌고 다니고 시댁가서 커피든 술 한잔을 더 하든 밤늦게까지 아주 뽕을 빼려하심.
맞벌이 부부인데, 하루종일 매주 시댁에 끌려다니면 도대체 나는 언제 쉼?
내가 커트해서 집까지는 안 가는걸로 하고 단호하게 거절하고, 시댁 행사도 몇번 거절하고 그랬더니 이제는 내 눈치보심.

불합리하다 싶은 일은 이제 눈치 안 보고 얘기함. (되바라지게는 안해요^^)

 

 

말하다보니 하찮긴 한데...당장 생각나는건 이 정도네요.

아직 완벽하게 착한척을 버리진 못해서 조금 고구마 같긴 하지만ㅎㅎ

자잘한거 말하자면 끝이 없겠죠.

각자 인생을 살던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억지로 묶인건데...

아직은 시댁이 내 가족이라는 생각은 잘 안 들고 남편의 부모님이란 개념이 강해요.

 

시댁 사랑 받으면서 내 몸도 편하면 참 좋겠죠.
정도를 아는 시댁이면 좋은데, 그런 시댁은 적어도 제 주변엔 하나도 없어요.
뭐 하나 하면 둘 이상 바라는게 시댁이더라고요.
시댁 입장에서 봤을 때, 나쁜 며느리 되지 않으면 단명합니다ㅋㅋ

착한 며느리 컴플렉스에서 벗어나는게 제일 시급하고요.

여자들 보면 거의 다 무의식 중에 이 컴플렉스를 갖고 있더라고요.
두마리 토끼를 노리지 마세요.

남편과 나의 새로운 가정이 주가 되어야지, 친정과 시댁이 우선은 아니예요.

다들 행복한 가정 생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