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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2019.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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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잠시 마음에 담아보거나
오래도록 좋아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대로 된 표현도 많이 못 했다.
용기가 없었다기엔 자기 객관화를 잘했다.
내가 그들의 마음속을 비집고 들어갈 만큼
매력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살면서 가끔 후회되었던 건
알듯 모를듯한 호감 표시 살짝 내비친 것만으로
내 마음을 다 보여줬다 생각하고
짝사랑에 만족하며 지낸 시간들이다.
좋아한 시간들을 부정하는 게 아니다.
짝사랑 상대에게 전해주거나 되돌려 받지 못할 감정을
뭘 위해 혼자 꽁꽁 숨어서 키워나간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좋아해 보니 알겠더라.
내 일방적인 감정 표현에 대해
그 사람이 일일이 답해줘야만 하는 의무는 없지만
어차피 받아주지 않을 마음이라면
상대방이 포기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그래서 초등학교를 다닐 때 처음 고백 편지를 메일로 받았던
어리고 서툴렀던 내 모습이 두고두고 후회가 된다.
충분히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었을 텐데
친했던 친구에게 받은 메일이라 당황스러웠고
장난일까 애써 모른체하고 싶어서
나도 모르게 삭제 버튼을 눌렀던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미안하다.
그런 내가 되지 않기 위해
이젠 달라질 수 있을 것만 같은데
그런 시간은 내게 오지 않겠지.
그동안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외모 관리를 놓아버린 탓도 있지만
아마 내 또래 중엔 순수한 연애를 하는 사람이 아직 있을까 싶다.
나도 이젠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었고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아.
여태껏 살면서 나를 좋아해 준 사람이 또 있었을까.
아마도 없었겠지.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