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략결혼의 희생양

유니2019.08.23
조회795

한국화 미술을 전공한 언니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대를 다녔고 학교 앞에 혼자 아파트를 얻어 생활을 하던 언니이다
겨울 스키 캠프에서 만나 친해져서 나를 동생처럼 예뻐해 주었다
언니 학교에도 놀러가고 언니 아파트에도 자주 갔었다
혼자 사는 언니지만 언니는 집안일을 하나도 할 줄 모르는 공주과였다
그 당시 까르띠에 탱크 시계를 차고 명품으로 두르고 다니던 전형적인 여대생이었다
아버지가 무척 엄격하고 무섭다고 했다
용돈은 아주 풍족해서 줘서 한달 백화점 카드 값만 300만원이었다
난 태어나 그렇게 긴 백화점 카드 사용 내역서를 본 적이 없었다
그림만 그리던 언니라 조용하고 얌전한 편이었다
술도 잘 못하는 언니라 차를 마시거나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는 것이 전부였다
별다른 경제력이 없던 언니는 대학 졸업 후에도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언니는 대학생 시절 부터 사시 시험을 합격한 법조인만 선을 보러 다녔다
때로는 친구가 선을 본 남자를 언니가 선 보기도 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백조 생활을 계속 하던 언니였다
아버지 눈치가 보여서 공부하는 척을 해야 한다고 했었다
육아 교육을 추가로 공부하기 위해 다시 수능 공부도 했었다
하지만 수능 결과는 좋지 않았고 결국에는 방소통신대 육아교육과를 다녔다
육아교육학과도 졸업했지만 취업에는 뜻이 없었다
태어나서 아르바이트 한 번 한 적도 없고 자신의 손으로 돈을 벌어 본 적이 없는 언니였다
하지만 씀씀이는 커서 줄일 수가 없었다

이를 오랫 동안 봐 주던 아버지도 포기를 하고 언니를 시집 보내기 위해 강압을 사용하셨다
아버지가 정한 개천에서 용난 케이스인 사시 패스한 선 본 남자와 결혼을 종용한 것이다
언니는 그 남자를 아버지 뜻에 따하 10번 만났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즈음 술을 잘 먹지 않는 언니가 맥주 한잔 하고 싶다고 했다
난 가벼운 마음으로 언니와 압구정에서 맥주를 마셨다
언니는 내년 봄에 결혼한다는 폭탄 선언을 했다
난 남자친구도 없던 언니가 무슨 결혼이냐며 농담 말라며 웃었다
언니는 눈물을 흘리며 손도 잡지 않은 그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고 했다
아버지가 더 이상 돈을 줄 수가 없으니 언니를 부양할 남자한테 결혼을 하라는 것이다
이에는 아버지의 법조인 사위를 얻고 싶은 욕심도 크게 작용하였다
언니는 본인이 무능력함을 잘 알기에 그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난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지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미 혼수를 어떻게 할지 의논이 끝났다고 한다
압구정 현대 아파트 전세와 혼수 용품 일체를 언니가 하는 조건이라고 한다
남편 된 사람 집안이 가난하여 사시 패스라는 명함 하나로 언니네 부와 사돈을 맺은 것이다

몇 달 후 언니의 결혼식은 부산에서 진행 되었다
서울에서 하객들의 버스가 대절 되었는데 여자측 손님은 나 혼자 달랑이었다
남편 측의 사법 고시 연수원 동기 5명이 탄 것이 전부였다
40인승의 버스는 거의 텅텅 빈채 6명의 하객을 태우고 부산을 왕복 했다
난 혼자 결혼식을 찾아갔기에 결혼식을 보고 폐백실 앞에서 언니를 기다렸다
식사는 페백을 보고 천천히 나중에 혼자 먹어도 되니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폐백실 앞에는 남편 측 이모님들이 모여 있었다
내가 언니의 친한 동생인줄 모르는 이모님들은 언니 험담을 하고 있었다
사시 패스한 조카가 언니가 못 생겨서 처음에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고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내가 결혼식장에서 처음 본 언니 남편은 키고 170이 안 되고 얼굴 피부는 곰보처럼 여드름 상처가 가득했다
큰바위 얼굴에 짧은 팔다리를 가진 언니 남편이 언니의 미모를 비난 할 자격이 있는지 기가 막혔다
차마 언니에게는 말 할 수 없어서 혼자만 비밀로 간직하고 있었다

결혼 이후에는 언니와 나는 영어 학원을 같이 다녀서 거의 매일 만났다
언니는 남편과 각방을 쓰고 거의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했다
언니는 남편과 같은 집 안에서 모르는 사람 처럼 따로 산다고 했다
언니는 결혼 준비에 들어간 돈만 회수된다면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나 역시 이 결혼이 오래 가지 않을 거란 것 직감 할 수 있었다
결혼한지 6개월 만에 언니는 집안의 반대를 무릎쓰고 이혼 도장을 찍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소식이 끊어졌다
이런 언니의 삶을 보면서 경제력이 없는 딸의 삶이 어떻게 부모에 의해 부서지는지
원치 않는 결혼이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되었다
남의 일 같지 않은 언니의 케이스에 감정 이입이 되어 나도 경제력만큼은 조금이라도 키워야 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언니가 선 본 남자들 중에서 그나마 서로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했더라면 행복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컸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산을 하는 선 시장에서는 이런 로맨스를 꿈 꾸는 것 자체가 내가 어리석은 것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http://novel.naver.com/challenge/detail.nhn?novelId=820310&volumeNo=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