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살다 황혼이혼할 수 있겠다는 남편

Aa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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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너무 감사 드립니다.
제 인생 제가 꼬아놓은거겠죠...
집안일도 잘하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잘하는 그런 사람인데
저한테도 미안하다고 매일 발이며 손을 꾹꾹 주물러주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변하는 군요... 믿음이 부질없네요.
우울한 넋두리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이 둘 있는 워킹맘입니다.
결혼한지 7년 됐구요.

연애 때는 세상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자상한 남친이었어요. 한 가지 흠이 있었다면 경제적 능력은 별로 없었어요.
학벌도 좋고 여러가지 잡기 능력도 있었고 실제로 좋은 대기업에도 다녔지만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어하는 자유로운 영혼이었죠.
전 그래도 괜찮았어요. 가치관이나 대화가 잘 맞고 잘 통했거든요.
그래서 결혼식 당시에도 회사를 그만둬서 백수 상태였던 것도, 그 이후로 현재까지 변변찮은 직업 없이 사업하겠다 하다 고생만 하고 벌이도 없었던 것도 감내할 수 있었어요. 제가 능력이 있었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었고, 안정적이다생각했고 둘 중 하나만 잘 벌면 되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결혼을 감행하고 애까지 낳았겠지만....
그런데 최근에 안되던 사업을 접고 작은 회사에 들어갔어요. 5월에 들어갔는데 저는 말렸던 회사였어요. 너무 작기도 했지만 저는 이제 일자리를 갖는다면 지금 당장은 벌이가 적어도 좀 노후까지 안정된 그런 곳 같이.. 저의 미래에 대한 부담을 같이 좀 덜어가 줄 수 있는 그런 곳을 원했거든요. 공부는 잘했으니까 이제라도 준비해서 공시를 본다든가... 좀 안정적인 모습으로 노력해주길 원했는데.... 당장 손에 얼마라도 쥐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겠죠... 저한테 150씩 주더라고요. 나이는 40 중반인데...
그러더니 지난 일요일에 자기는 그 회사랑 안맞는답니다. 관두고 싶답니다... 머리가 어질했어요. 하지만 내색않고 그러니까 내가 말렸지 않냐 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화요일...
사실 애들이 어린이집 하원후 시댁에서 3시간 정도 있어요. 저희가 올때까지요. 밥도 먹여 주시고 그러는데... 시부모님께서 연세가 좀 많으세요. 그래서 이제 많이 힘드신게 눈에 보여요. 애들이 독감이나 수족구 같은거 오면 등원을 못하니까 저도 며칠 휴가를 내고. 남편은 못내고 대신 시댁에서 좀 봐주고 하시는데 둘째가 아주 어릴때부터 어린이집 생활을 하다보니 자주 아파요. 올 여름에만 수족구가 세번째에요. 세번째 판명 받기 전에 어린이집에서 열난다 연락와서 시어머니께 죄송하지만 병원에 좀 데려가 주실 수 있냐 해서 갔는데 수족구 같다고 그러더래요. 그러면서 얘는 진짜 목구멍에 왜 자꾸 뭐가 난다니 하는데.... 제가 울고 싶었어요. 너무 힘드셔서 그렇게 말씀하는 어머님도 이해가 가고 이제 좀 쉬고 싶으실 거고 그렇지만 어린아이가 상황때문에 자꾸 아픈데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도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안되겠더라고요. 그래서 하원도우미를 알아보겠다 했어요. 남편에게도 그래야 할 것 같다고 얘기를 했죠. 그랬더니 힘드셔서 한마디 하신거 같고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냐고 하네요. 그냥 한귀로 듣고 흘리면 될 것이지....
그런데... 뵐때마다 한숨시고 대놓고 힘들다 아프다 하시고 누워계시는 데 남편은 그게 안보이나봐요. 며느리인 저만 그게 너무 불편한가봐요.
힘드시니까 애들은 시댁에서 주로 티비를 보거나 시부모님 핸드폰으로 게임이나 유투브를 봐요. 저는 이것도 엄마로서 넘 마음이 아프지만 이해해요. 힘드신 데 놀아주시는 것까지 바라는 건 제가 생각해도 너무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상황이니 집에 데리고 와서는 티비나 핸드폰은 자제시키려고 해요. 애들이 자기 전까진 왠만하면 뉴스도 안봐요. 카톡도 안보구요. 전화 온 줄도 모를 정도로 애들한테 집중해요. 워킹맘이라 제가 못해준 시간들에 대한 걸 퇴근하고 어떻게든 같이 부대끼며 시간을 보내려고 해요.
문제는요. 남편은 시대가 이런데 어떻게 티비나 핸드폰을 무작정 제한하냐고 해요. 애들 충분히 봐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물놀이 같은거 하면 안찾는다구요... 아니 어느 애들이 물놀이 할때도 핸폰 보면서 한답니까ㅋㅋㅋ
애들 데리고 집에 왔는데 먼저 집으로 온 남편이 뉴스 틀어놓고 빨래개고 있길래 티비 좀 꺼달라고 했어요. 안 꺼주더라구요. 들은 척도 안하더라구요. 거기서 전 무너졌어요.
실질적인 가장도 제가 하도 애들 기관에 매달 납입하는 거며 기관 이곳저곳 알아보는 것도 제가 하고 학습지도 제가 고르고 골라서 시키고 스케줄링 해요ㅋㅋㅋㅋ 실질적인 교육 관련된 건 다 제가 하는 셈이죠. 그런데 핸드폰 티비 이런거 평일에 좀 제한하겠다는데 안 도와주네요. 토요일 하루는 저도 맘껏 풀어줍니다...

아무튼 시부모님이 힘들어 하시는 것도 있고 발단은 이러해서 우리가 경제 사정이 안좋아서 부모님께 부탁드리는 것인데. 양육비도 못 드리고 그러는데 자신은
부담이 된대요. 도우미 비용 생각하니 자괴감이 든답니다. 제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맞추기 힘들대요. 이렇게 안맞는 부부끼리 살다 황혼이혼 하는 건가 하더라고요ㅎㅎㅎ 이혼이라는 말을 처음 꺼내더라고요. 전 아무리 힘들어도 그 말만은 안되지 하면서 꾹꾹 참아왔던 말을요...
이제 진짜 놓아줘야 하는 걸까요....
정말 요즘 저야말로 모든 걸 내가 잘하면 되지 하며 참아왓던 저에게 자괴감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