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가부장제 특이한 점

ㅇㅇ2019.08.27
조회112,920
난 전북 전주시에서 나고 자랐음.
친가는 모두 충청도, 엄마는 전주출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전남 분이심.


보통 가부장제 하면 아무것도 안 하면서도 권위만 내세우는 남자의 이미지가 떠오르잖아.
근데 난 가부장제에 딱히 거부감을 느끼면서 자라지 않았음.


왜냐하면 요즘 와서 문득 깨달은 게, 전라도에서는 특이하게 가부장제에서 "남자의 책임"이 우선시 되는거같음.
특이하다고 할 수도 없는게, 원래 가부장이라는 게 그런 뜻 아님? 남자가 가장으로 가족 책임진다는.


난 그래서 자라면서 물론 "여자는 ... 해야한다"는 말도 듣긴 했지만, "여자가 어디~" 이런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오히려 "남자는 남자 구실을 해야한다", 남자가 여자 때리면 사람도 아니다" 이런 말을 더 들어본 것 같음. 
"남자가 여자 때리면 사람도 아니다"는 말은 다수의 남사친들이 아빠한테 듣고 자랐다는 말임.


예를 들면, 우리 이모부가 한때 이모보다 돈을 못벌던 때가 있었는데, 외할머니가 딸 고생시킨다고 이모부 극혐하고 대놓고 구박함. 고부갈등과는 정반대.
물론 외할머니는 딱 그시대 분처럼 외할아버지 깍듯이 챙김. 단, 외할아버지는 돈도 무지 잘 벌고 성품도 좋으심.
단지 남자라서 대접받는 게 아니고 "남자로서의 구실을 해야" 존경받는 느낌. 책임을 따라야 권리가 따라오는 식.


또 하나 예를 들면, 전에 박근혜 극혐하던 우리 아빠가 박근혜 대통령 되면 이민간다는 말 하니까 엄마가 정색하면서 "처자식 먹여 살려야지 무슨 이민을 가냐"고 뭐라고 한 적 있었음.
남자면 당연히 처자식 먹여 살려야 된다는 거임. 이 관념이 적어도 우리 엄마세대까지는 확고한듯.
엄마가 나한테 항상 강조한게, "아빠는 우리집 대장이다. 아빠가 돈 다 벌어오니까"임.
완전 조건부 권력인거임 ㅋㅋ
보통 "바깥일"은 남자 중심으로 많이 돌아가는 편이고, 여자는 전업주부 상당히 많은듯.


물론 여자가 가장역할 하는 집도 있지. 우리 삼촌네는 맞벌이지만 외숙모가 훨씬 더 잘 버는데, 자연스럽게 삼촌이 가사 맡아서 하는 편임.
그렇다고 해서 돈 벌어오는 아빠들이 권위 내세우는 집도 못봄. 여자가 집안일 안한다고 잡는 꼴도 못봤고, 외벌이 하는 남자도 어느정도 가사 육아에 참여하는 편임.
그리고 울엄만 뻑하면 남자가 되서 그것도 못하냐 이러는데 그럴때마다 내가 뜨악함.
김숙이 숙크러쉬 가모장 되기 전에 우리 엄마가 있었음...


원래 가부장이란 이런 의미라고 생각함. 나이 많으신 분들 얘기 들어보면 "남자란 자고로 여자 하나는 건사해야 한다"는 말도 많이 하는것 같고.
가부장제 옹호론자는 아님. 득실이 다 있다고 생각함. 그래도 판에 올라오는 고부갈등이나 가부장 혐오 글 보면 약간 이질감 느꼈는데, 아마 이런 환경에서 자란 탓인가봄.


적어도 전주에서 자라면서 내가 본 가부장제는 남자에게 더 많은 책임을 지우는 개념이었음. 권위는 뒤따라오는거고. 
문제가 되는건 이 순서가 바뀌거나, 책임은 사라지고 권위만 남아 있을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