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강원랜드에 다닙니다.

j1j201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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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4살 남자입니다. 고민이 생겼는데 지인들에게 말하기는 껄끄러운 부분이 있고, 혼자 고민하자니 도저히 답이 안나와서 익명의 힘을.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의 조언을 얻고자 부족하지만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제목 그대로 입니다. 아버지가 강원랜드에 다닙니다.

아버지는 30년 넘게 근무중인 공무원이십니다. 가정의 경제상태는.. 아버지가 사업을 2개  진행하시다가 망하셔서 부모님 두분 다 신불자. 개인회생 진행중입니다. 신불자라 두 분 다 카드를 못 만드셔서 제 명의로 된 신용카드 하나 부모님한테 있습니다. 근데, 소득분위가 높아 국가 장학금을 받지 못하고 대학교 등록금도 아버지 직장의 도움을 받는다. 정도로 요약하겠습니다. 참 아이러니컬하죠.

아버지가 강원랜드를 방문한다는 것을 알게된건 중학교 초반 쯤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갔을 수 있겠죠. 강원랜드에서 돈을 날린 아버지가 집에 새벽에 들어오고. 그걸로 속이 상한 어머니는 이혼하자. 뭐 이런식의 싸움. 그때는 제가 할 수 있는게 없었죠. 중학생이 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때 말했습니다. 나는 아들로서 도박하는 아버지가 싫다. 강원랜드에 안 갔으면 좋겠다. 그때 알겠다고 하더군요. 진짜 갔는지 안 갔는지는 모릅니다.

저는 서울로 대학교를 갔고, 그렇게 20살 21살 대학교 1-2학년을 보내고 22살 23살 군대를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한 달 전쯤인가, 고향을 내려갔는데, 아버지 핸드폰으로 카톡이 오더군요. 그냥 별 생각 없이 읽었습니다. 비번도 안 걸려있었구요. 차라리 읽지 말걸. 
그 카톡에는 최근에 아버지가 강원랜드에 방문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뭐 60 땄다. 200까지 올리려다 오링. 이런 류의 내용이었구요. 돈 없는데 xx(제 이름) 한테 빌려볼게. 그때 약간 소름 돋은게 일자를 보니 그때가 저한테 급한일 있다고 돈 빌려달라던 그 날이었습니다. 별일 아니겠거니 하고 생각없이 빌려줬구요. 일주일도 안되게 다시 받았습니다. 근데 그게 강원랜드 게임 자금이었다니;;; 상상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얘기했습니다. 왜 또 강원랜드를 가냐. 안 갔으면 좋겠다고 얘기하지 않았냐. 말했더니 부모님 두 분다 얼버무리시더군요. 자꾸 다른 얘기 하시고. 좀 화내다 말았습니다. 얘기가 안 통해서.

그 후 다시 생활하는 집으로 내려왔습니다. 좀 복잡한 가족 사정으로 외갓댁에 할머니랑 둘이 생활합니다. 언제 밤 11시 인가. 자기전에 누워서 핸드폰 만지고 있는데 아버지한테 문자가 오는겁니다. 지금 당장 전화 좀 하라고.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지 싶어 전화를 했더니 너무나도 당당하게 

"어~ 나 지금 네가 생각하는대로 여기 강원랜드 인데, 한 100만원만 보내봐"

이러는 겁니다. 어이가 털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니 무슨 내가 ATM기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당당하냐. 저번에는 돈을 좀 모아뒀었고 강원랜드에 쓰는 줄 몰라서 보내줬던거지 이번엔 그럴 만한 돈도 없을 뿐더러, 있어도 보내줄 생각 없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답변이

돈이 없으면 주택청약담보로 대출 받아서 보내주면 되지 않느냐 라고 하시는겁니다. 이 주택청약이 뭐냐면, 650은 부모님이 모아주셨고 350은 제가 모아서 올해 6월에 정확히 1,000만원이 제 이름으로 있습니다. 이 1,000만원을 담보로 대출 100만원 받아서 자기한테 보내달라는겁니다. 

그럴 생각 없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조용히 집 들어갔으면 좋겠다. 라고 했더니 원하는게 뭐냐. 난 지금 돈을 받고 싶다. 원하는거 없다. 뭐 이런류의 소모적인 언행이 오갔고, 결론적으로는 돈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로 당연히 약 2주간 아버지와 연락하지 않았구요. 

좀 있으면 추석이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계획을 좀 세워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선을 긋고 싶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하는게 맞는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들로서 어떻게 하면 아버지가 강원랜드에 발을 못 들일게 할지. 그 방법이 있긴 한지. (찾아보니 거의 유명무실 하더군요) 아니 애초에 계속 생각하다 보니 강원랜드 방문이 불법도 아닌데 대학교 등록금을 지원받고 가족이라는 테두리의 보호를 받는 입장에서 내가 왈가왈부 할 처지가 되긴 한지. 정말 헷갈립니다. 
이와 반해 염려되는건 지금 제가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 명의의 카드와 계좌를 도박에 이용하시는데, 나중에 직장에 들어가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또 얼마나 관련 문제가 생길지. 진지하게 얘기해보고 말이 안 통하면 나중에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인연을 끊어야 하나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길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번씩 조언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