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신으로 인한 시댁의 간섭 (인생선배님들의 고견 부탁 드립니다.)

고민중2019.09.02
조회5,618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 임신 7개월인 결혼 5년차의 며느리입니다.

이번 추석을 앞두고 시댁 관련, 작은 고민이 있어 도움을 요청하고자 글을 남겨봅니다.

 

저희 시댁은 심하게 미신을 믿는 집입니다.
시아버지가 예전에 몸이 오랜기간 아프셨는데, 굿을 해서 나았다고 믿고 계신분이고
시어머니는 신을 모시는 무당(이런걸 뭐라고 하나요? 명칭도 잘 모르겠네요)에게 매년 가족의 안녕을 기도해달라며 돈을 주고 기도를 의뢰 하시고, 때때로 무당에게 가서 점괘도 보고 하시는 모양입니다.

저희 부부에게 가끔 부적도 주시는데, 전 그런거 싫지만 좋은 마음으로 주신거겠거니 아무 말 없이 받습니다.


결혼하고 첫 명절에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아버지가 했던 말씀이 ,
"조상을 잘 모셔야 집안이 산다. 너희 시어머니 하는거 보면서 잘 배워라." 였습니다.
시댁이 이 정도로 미신을 숭상하는 집인지는 결혼하고 알게 되었습니다.

 

저의 성장배경을 간단히 축약해 보자면,
저희 친정은 아버지가 장손인데, 고조부모까지 제사를 모셨던 집입니다.

생각 해 보면 한달에 제사가 1,2번씩은 꼬박꼬박 있었던 것 같네요.
(시아버지의 말씀대로라면 저희 친정은 조상을 이렇게 극진히 모셨으니 강남에 땅부자 정도는 되야 하는거 아닐까요.)
아무튼, 명절준비에 남자들은 일 안하고 여자들만 일하는 집안 분위기였으며,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러워서 철들고 부터는 명절에 엄마와 둘이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으로 한게 아니라, 엄마가 안쓰러워서 했었습니다.

 

저는 어릴 때 기독교 신자였으나 8년간 신앙생활을 하다가 신의 존재는 없다는걸 확실히 깨닫고
모든 초월적 존재(토속신,예수,부처,성모마리아,시바신,그리스신 등등) 믿지 않으며,
과학적 근거에 맞지 않는 온갖 미신(사주,타로,별자리,혈액형,영혼의 존재,사후세계,윤회,태몽,꿈해몽,징크스 등)을 믿지 않고 부정합니다.
영혼이란 없으며 윤회도 없고 죽으면 그냥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를 둘러싼 환경에선 웬만하면 나올 수 없는, 미신 혐오자입니다.
그러나 나와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딱히 그런점을 설득하려고 한다거나 부정하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저희 이런 미신 혐오에 대해 친정 식구들과 친구들도 잘 모르고, 신랑만이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신랑이 시어머니께는 넌지시 얘기를 해 두었던지, 시어머니는 저한테 강요 안 하십니다.

 

사설이 긴데...

 

문제는, 시아버님께서 제 뱃속의 아이에게 간섭하려고 하십니다.

예정일 말씀드리니 이 띠에는 몇시 출생이 사주가 좋다는 둥 자꾸 이상한 말을 하십니다.
참았다가 그 때 낳으라는 것인지요...


아이가 아들인데, 돌림자를 써야 하며 이름은 조부가 사주에 맞게 지어줘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따지자면, 저희 친정아버지는 성명학을 정식으로 공부하신 분이기에 저희 친정아버지가 짓는게 맞겠지요. (그러나 저는 성명학도 안 믿습니다...)


남들이 생각하기엔 별거 아닐 수 있고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라고 넘길 수 있다는걸 알지만, 미신혐오자인 저로써는 이러한 간섭들이 너무나도 싫습니다.
저희 부부는 아이가 생기기 훨씬 전 부터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상상하며 행복 해 하고는 했습니다.

시댁이 가서 굿을 하던 점을 보던 저는 상관없고, 제사 지내시는것도 음식하는걸 돕는다 혹은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다라는 생각이지, 시댁쪽 조상을 모신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아버지가 제사 때 절을 시키며, 조상님께 손주 좀 달라고 빌라고 하셨을 때도 아무 소리 안 하고 그냥 절만 했습니다.(절 할 때도 그냥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머릿속으로 딴 생각 합니다.)

난임으로 오랫동안 아이가 안 생기는걸, 제가 힘들게 시험관 해서 몸 버려가며 아이 가진거예요.

애를 무슨 조상이;;;

 

시아버지는 당연히 제가 제사를 이어 받을 줄 아시지만, 저는 거기에 대해 동의한 적도 없고 싫다 좋다 대답 한 번 한 적 없습니다.

전업주부였어도 제사 안 모셨을 것 같지만, 저는 지금 제 직업이 있습니다.

지금 직장이 좋고, 정년까지 일 할 생각입니다. 전업주부 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이렇게 말도 안 하는 이유는, 굳이 나와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들과 언쟁을 벌이고 싶지 않고, 그들의 사상을 나쁘게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입니다.
그리고 더욱이 그 대상이 제가 사랑하는 배우자의 부모님이기 때문에 예의를 차린 것 뿐입니다.


아마 제가 매번 말대답 없이 넘어갔으니, 시아버지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생각하셨던 모양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시할아버지,할머니, 사촌들까지 다 오니 시아버지가 더 이상한 말을 하실 것 같은데, 좋은 말로 거절을 할 수 있을까요?
그 분들의 눈치를 본다기 보다 그냥 어른들에게 예의를 차려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워낙 직선적이고 말투가 좀 툭툭 내뱉는 타입이다 보니 어른들께는 일부러 말을 좀 아끼는 경향이 있어요.
요즘 같아선 제사문제도 그냥 말씀드릴까 싶기도 합니다.
'저는 모실 생각이 없습니다'하고요.

솔직히 그냥 하면 할 수 있는데, 배우자의 부모님께 예의를 차리고 싶네요.


아이 낳는 시일이야 제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이건 그냥 웃어 넘기더라도,
사실 당장 제일 스트레스는 아이의 이름에 대한 간섭입니다.
어떤식으로 예의바르게 말씀을 드려야 납득을 하실까요?

 

인생 선배님들의 고견 부탁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