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면 100씩 생활비 달라는 엄마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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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면 생활비 달라는 엄마...

본인 이번에 코스모스 졸업하고도 실감안나서 어리둥절한채로 이리저리 학원만 굴리고 있는중.

오늘 술 한잔 하시더니 내년, 못해도 내후년까지는 취업하라 하시더라. 여느때처럼 바닥 장판 무늬나 보고있는데 구체적으로 얼마를 줄수있냐고 하드라 30?50? 50은 자신없는데.. 대답못하고 멍하니 있었다.

100 달라더라... 옆에 똑같이 벙쪄있는 오빠한테도 100씩은 달래.내년부터.

나 11살까지 온가족이 화장실 밖에 있는 원룸에서 살았다. 듣기론 내가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엄마가 친척의 보증을 섰다가 박살이 난거라더라. 이제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집은 씻는 곳과 주방시설이 함께 붙어있었다. 샤워라도 하고 나면 하얀 거품이 더덕더덕 붙어있어서 꼭 물로 씻어내려야 했다.

친한 친구들이 집에서 놀자고 할 때가 제일 싫었다. 혹여나 우리집 가자고 할까 긴장하는 그 순간도 싫었고, 밝고 깨끗하게 정돈된 친구 방이 딱 우리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만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싫었다.

그래도 원망만큼은 해본 적 없다. 물론 커가면서 점점 불편함을 느끼긴 했지만, 여전히 친구에게 선뜻 우리집 올래 말할 수 없었지만, 난 엄마가 얼마나 우릴 위해 헌신하고 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부모님 두분 다 일용직 근로자거나 벼룩시장 구인글을 보고 생계를 이어갔기 때문에 주로 몸이 고된 일을 했다. 알바를 해보고 나서야 퇴근 후 집안일까지 스트레이트로 한다는 건 기인열전 수준의 하드플레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빠는 일이 없다며 일년 중 절반 이상을 집에서 게임만 했기 때문에 엄마는 혼자서 생계와 집안일 모두를 감당해야했다.. 고 알고 있었지만, 엄마가 보증+아빠의 명의로 돈을 대출받아 친척에게 꼴아박았었던 것 때문에 한 순간에 엄마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되어버린 아빠가 삶에 의욕을 잃었던 부분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 어쨌든 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살다가 아빠도 뭔가 심경에 변화가 왔는지 마음먹고 사업시작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뭐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결국엔 지금은 2억짜리 전셋집살면서 부모님 각자 차굴리며 사는중. 다 대출이지만.

지독하게 고생하신거 안다. 우리를 포기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져주셨기 때문에 그 역할이 나에게로 넘어오지 않았음에 감사한다. 지금 누리는 이 일상이 당연하지 않음을 너무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모르겠어 엄마. 나 엄마한테 효도하고 싶고엄마가 덜 힘들면 좋겠어서 열심히 살았어. 알바로 내 용돈 벌어쓰는건 물론이고 비록 원하던 대학엔 떨어졌지만 4년 내내 성적장학금받아서 전액으로 다녔고 내 욕심으로 가고싶었던 교환학생도 전부 내가 알바해서 번돈에 생활비 대출 받은걸로 다녀왔어. 거기서 남들 전부 일주일에 한 번씩 여행다니고 매일 외식할 때 난 돈이 없어서 집에서 혼자 천 원짜리 과자로 끼니를 때웠어. 어떻게 엄마랑 매일 한 두시간씩 영상통화 할 수 있었겠어? 밖에 나가면 다 돈이니까 집에만 있었던건데.. 가끔 농담처럼 돈 없어서 못 가~ 해도 한 번을 돈 안 보내줬잖아. 아마 그때부터 엄마한테 뭐 해달란 소리가 더 입에 안나오더라. 돌아오고 나서 그랬잖아 엄마가. 그래도 넌 네가 번 돈 너한테 쓸 수 있어서 좋겠다. 엄마는 꿈도 못꿨는데.

집에서 용돈 받는 친구들이 부러웠어. 알바하는거 힘들고 피곤해서 하기 싫었어. 그래도 아직 우리집 형편에 매달 30씩 나한테 주기 힘든거 아니까 그냥 했어. 티끌 모아 티끌 만들다 보니 졸업할 때 통장에 500정도는 있더라. 도전해보고싶은 분야가 있어서 학원을 알아보니 200만원이래. 오빠한테 빌린 카드로 할부긁고 천천히 갚아나갈려 했는데 한도초과 떠서 그냥 내 카카오뱅크 카드로 긁겠다고 했거든. 그러니까 카운터에서 놀래드라. 이걸 학생돈으로요? 다른 사람들은 다 부모님이 해줬었나봐. 몇일전에 내가 장난처럼 오늘 이번달 학원비 내는 날인데 좀 내달라 하니까 아빠가 그랬잖아. “그걸 내가 왜 내야되는데?”

난 진짜 모르겠어. 이제 슬슬 생활비 보태라는 말. 성인인데 생활비는 당연히 보태야 하는거 아니냐는 말. 그 말 한 2년전부터 해왔잖아. 머리로는 맞다고 생각하면서도 너무너무 섭섭해 엄마. 내가 취업한 사회인도 아닌데, 대학생인데 한달에 60만원 벌어서 핸드폰요금에 교통비에 학원비까지 하고 나면 한달에 10만원 저금 할까말까해. 그런데도 엄마 생일에 50만원 보냈잖아.

이해가 안 가. 결국 교환학생 간 것도, 학원 다니는 것도 조금이라도 학점 잘 받을까, 취업에 도움될까, 어떻게 해야 조금이라도 더 나은 조건의 회사에 취업할 수 있을까, 내 머릿속엔 온통 그것 뿐인데 엄마는 우리가 100만원씩 생활비 주길 바라면서 내가 번 돈 나한테 다 쓸 수 있다고 부럽다고 말하는게.

엄마는 그럼 내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내가 번 돈은 전부 생활비로 쓰고 나는 시장에서 오천원 짜리 티셔츠 사입고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만약 엄마가 아직도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 한사코 거절해도 생활비 보탰을 거야. 근데 엄마도 이제는 매달 미용실에서 머리하고 10만원 짜리 원피스 정도엔 부담을 느끼지 않잖아. 10회에 40만원짜리 마사지에 피부관리 받잖아..?

난 요즘 들어 그런 생각까지 들어. 엄마가 젊음을 우리때문에 날렸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제는 그 희생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어하는 걸까. 엄마를 이해하면서도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어.. 미안해 엄마. 자꾸 20대 후반에 오빠를 낳았던 것도, 보증을 섰던 것도 엄마의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괴로워. 이런 생각 안 하고 싶은데... 고생해서 키워놓은 딸이 이런 생각 하는거 알면 허망하겠지?

미안해 엄마. 변해서 미안해. 이런 생각해서 미안해.. 오늘 설거지는 내가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