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꿀꿀이 바구미 6장 (05)

마쉬맬로우200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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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숙희가 영화 보여준다고 해서. 어디 가?”



‘숙희가? 언제부터 숙희야.’



“친구 만나러.”



친구를 만나러 가는 차림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자존심에 그만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숙희 언니는 정말이냐는 듯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오늘따라 한껏 멋을 낸 언니는 솔직히 예뻐 보였다.



“그때 그 남자 친구?”


“응. 잠깐 나오라고 하네. 이 동네 살거든.”


“그래. 너무 늦지는 말고. 어머니가 싫어하니까.”



멀대를 만나러 간다고 말을 하는데도 수암은 화를 내거나 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여동생을 다루는 듯한 말투와 표정이었다.


나의 기분은 아랑곳없이 둘은 다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집쪽으로 걸어갔다.



‘수암은 나보다 숙희 언니랑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둘 다 참 희고, 키도 비슷하네.’



뒷모습이 멀어질수록 내 자신이 점점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그냥 방안에 있을 걸. 괜히 나왔다.’




츄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슈퍼에서 산 큰 봉다리를 들고는 동네를 벌써 세바퀴나 돌고 있었다.


친구를 만난다고 했는데 일찍 들어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동네는 앉아 쉴 곳도 없나봐.’



끌릴 정도로 큰 봉다리와 살 때는 무지 예뻐 보였던 큰 해바라기가 달린 슬리퍼는 처량함을 더하고 있었다.


형광빛이 나는 주황 츄리닝을 보자니 짜증이 더했다.



‘이제 그만 가야겠어. 열까지 나는 것 같은데.’



나올 때도 약간의 미열이 있었지만 쓸데없이 두시간을 걷고 보니 열도 심해지고, 몸이 많이 아파왔다.


집에 거의 다 왔을 무렵에는 걷기도 힘든 지경이 되어 있었다.



‘왜 이리 힘든 거야? 너무 어지럽잖아.’



걷기도 포기한 채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수암을 부를까?’



수암은 몇 번을 전화해도 받지 않았다.



‘여자랑 희희덕 거리느라 바쁜 거야? 왜 이리 안받아.’



신세가 정말 처량했다.


어쩔 수 없이 집까지는 혼자 걸어가야 할 형편.


젖먹던 힘을 내어 한걸음 한걸음을 옮겼다.



‘이럴 땐 노래를 하는 것이 좋아.’



“나에게 빠져... 빠져...”



힘이 조금은 나는 것 같았다.



“젊은 아가씨가 초저녁부터 술에 떡이 됐네. 동네 안 좋아졌어.”


“그러게. 걸음도 제대로 못 걷잖아.”



지나가던 아줌마 둘이 나를 보고는 한 소리했다.



‘이런 오해까지 사다니. 오늘은 운수 나쁜 날이야.’



“저 아가씨. 술 마셨으면 조용히 집에 가요. 시끄럽게 노래를 하고 난리에요.”


“빠져, 빠져.”



‘신경 끄고 가야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동네 시끄러워요. 좀 조용히 해요.”



이젠 시비까지 거는 아줌마들.


노래를 계속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힘든 걸음을 옮겼다.



‘인생은 외로운 거구나.’



“인생은 나그네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아. 이런 기분으로 어른들은 이런 노래를 하는 거구나. 명곡이로다.’



가사가 구구절절 가슴에 팍팍 와 닿았다.



“얘기를 못들은 척 하네. 교육을 제대로 못 받은 앤가봐.”


“얘, 그냥 가자. 요즘 젊은 애들 무섭다는데.”



‘그래요. 제발 가세요.’



멀리서 대문이 보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지만 대문을 넘지 못하고 그냥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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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꿀꿀이 바구미 6장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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