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날 내려갔다 오는 애들아

웅애2019.09.12
조회1,241

글쓴이 올해로 18살이다만 편하게 반말할게요..

명절마다 연휴마다 어디론가 내려가는 애들아
너희들이 할머니 음식을 한번이라도 더 맛보고 한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 해드릴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알았으면해. 그 당연했던 시간들이, 그 당연했던 용돈들이, 그 당연했던 너 앞의 차려진 밥상들이 결코 당연한것이 아니었음을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길 바래.

@@아, 너는 나한테 그랬지.
“아 이번 추석때 내려갔다 오면 살 ㅈㄴ 쪄서 오겠지. 아 개짜증나 다이어트 하느라 먹으면 안되는데 할머니가 계속 맥여서 살만 쪄;내려가기 ㅈㄴ 싫다”
그 말을 듣고 너무 얼척이 없더라.
솔직히 너무 화가 났어.
너희 할머니는 무슨 죄냐.
오기 보름 전부터 너 먹인다고 무릎 시리도록 이것 저것 장봐오시고 음식 해서 재우시고 은행가서 지폐 꼬깃꼬깃 한거 ‘손녀 줘야해요’ 하면서 새 지폐로 바꿔오시는 그 수고스러움을 너무 당연하게 받는 너가 솔직히 부럽고 조금은 미웠다.
나는 이제 할머니가 너무 아프셔서 30키로 대로 야위시고 뭘 넘기시질 못해. 불편하셔서 내가 직접 숟가락으로 미음을 넘겨드려야 한다. 너가 그리도 불만스럽게 할머니가 차린 밥상 앞에 앉아 배불리 먹을때 나는 할머니에게 명절날 미음을 먹여드려야하는 그 죄송함과 안타까움을 너가 알고 정녕 나한테 할머니가 밥 차려주시는걸로 투정부리는거냐.
나도 할머니가 한때 시장에서 “우리 손녀 좋아하는 어묵튀김 사왔지~꽈배기도 사왔으니 언능 무그라. 마이 무~” 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간식들 사다주시고 할머니가 제일 잘하시는 배추김치랑 부각튀김도 해주시고 뿌듯해하실 때가 있었다.
돌이켜 보면 할무니가 나한테 그렇게 해주시는 동안 나는 무얼 해드렸나 싶다.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한번이라도 내가 차린 밥상 드리고 따듯한 대화 한번 하고 내가 용돈 한번 드릴걸...이젠 넘나 늦어서 내 이름 부르실 힘도 없으시고 다리 근육이 전부 말라서 걸으시지도 못하시고 심지어는 나를 알아보시지도 못하는게 대부분이라는게 너무나 죄송스럽다.
나도 참 주절 주절 뭐라는거냐..

그러니까 제발,
제발 내 앞에서 할머니 밥상 때문에 살쪄서 힘들다는 소리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틱톡 하나 찍느라고 옷장 뒤집어 놓고 엄마한테 옷 찾아달라고 승질 낼때 안부 문자 하나만 보내드려도 할머니는 하루종일, 어쩌면 그 다음날, 어쩌면 그 다음달까지도 기쁨에 웃음을 지으실텐데 말이야...

있잖아,
너는 갈곳이 있어서, 안길 품이 아직 있어서 좋겠다


연휴동안 다들 조심히 내려갔다 오길 바랄게.
가서 할머니 할아버지께 잘해드리길 바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