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스포장에 욱일기.한국인 항의

ㅇㅇ2019.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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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스 포장에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한 폴란드 식품회사에 교민 등 한국인들이 집단 항의해 생산 중단을 이끌어냈다.

폴란드 대표 식품가공회사 중 하나인 호르텍스(Hortex)는 지난 9일 한국인들로부터 욱일기 사용에 대한 집단 항의 메일을 받은 다음날인 10일 동일 주스 제품 생산 중단 결정을 내리고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욱일기의 의미가 잘 알려지지 않은 유럽 국가에서 일반인들이 자발적으로 역사 인식 제고를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최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 사용을 금지할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요청한 바 있다.

논란이 된 주스 제품은 호르텍스가 올해 상반기 새로 출시한 음료다. 호르텍스는 ‘브라질 맛’, ‘로스앤젤레스 맛’, ‘마다가스카르 맛’, ‘일본 맛’ 네가지로 구분된 동일 라인 생산 주스 중 ‘일본 맛’ 제품에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성 그림과 함께 욱일기를 사용했다.

폴란드인 지인을 통해 이를 발견한 한국인 대학생 조중희씨는 지난 5일 이를 처음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알리고 호르텍스 측에 항의 메일을 보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폴란드 교민 정성웅씨는 9일 자신이 운영하는 폴란드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에 이를 공유했다. 글을 읽고 분개한 카페 회원들과 정씨가 합심해 같은 날 호르텍스에 집단 항의 메일을 보냈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호르텍스는 바로 다음날인 10일 정씨에게 해당 제품의 생산 중단 결정을 알렸다.

정씨는 “카페 회원들이 제가 올린 글을 보고 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단체에 퍼트려 주셨고, 하루만에 폭탄 터지듯이 많은 항의 메일이 도착하자 호르텍스 쪽에서도 놀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씨와 조씨는 10일 다비드 보로비에츠 호르텍스 부사장으로부터 생산을 중단하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보로비에츠 부사장은 정씨에게 보낸 메일에서 “포장 제작 담당자들이 흰색, 빨간색 색상 조합이 부정적 의미를 가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며 “귀하의 의견과 호르텍스 그룹이 최고의 윤리 규범을 준수하는 차원에서 임원진은 해당 포장으로 된 일본 맛 음료 생산을 즉시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홈페이지에도 일본 맛 제품 설명이 사라졌다.

호르텍스는 폴란드 뿐 아니라 유럽 전역, 특히 러시아에 식음료를 대량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점에 착안해 이들은 항의 메일에서 ‘많은 러시아인들도 일본(제국주의)에 희생당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씨는 “폴란드가 우리와 같은 전쟁 피해국이기 때문에 우리 뜻을 곧바로 이해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처음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를 공론화한 조씨는 한국인들의 항의와 함께 의식 있는 폴란드인들의 지지와 협조가 이번 사태에서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조씨는 세계일보에 “한국인들의 항의가 있기 전부터 제 글을 본 폴란드인들의 게시물 공유 등 청원 동참이 있었다”며 “호르텍스의 이번 결정은 폴란드인들의 동참까지 누적된 결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해당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폴란드인들은 자국 기업 실수를 무척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일의 원인은) 유럽 내에서 일본 전쟁 범죄, 나아가 아시아 역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탓이고, 이러한 무지는 이번과 같은 계기를 통한 인식 제고와 교육으로 충분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12일 일본 NHK에 따르면 IOC는 욱일기 사용 금지를 주장하는 한국 정부에 “올림픽 경기장은 어떤 정치적 주장의 장소도 돼서는 안된다”며 “(욱일기 사용으로) 올림픽 대회 기간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개별적으로 판단해 대응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특정 올림픽에서 개최국과 관련된 역사 논쟁이 벌어지는 것을 원치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사안은 이같은 시점에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으로 해외에서 역사 인식을 제고한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