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미치는 삶이 좋은건지 이제 모르겠어

00912019.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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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평범한 29살 직장인이야.
대학교 4학년 졸업하기 전에 운좋게 취직을 했고
그 이후로 2번의 이직 사이사이에 한달정도의 쉼 외에는
계속 직장생활을 해왔어


업계가 좁아서 딱 어떤 직업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이 일은 야근이 불규칙적으로 매우 많고
한달에 절반 이상은 새벽에 끝나는 일이 허다하고
업계가 좁은탓에 업체마다의 경쟁도 심해서
매번 경쟁과 등수를 매기며 사는 일이라고 보면돼

내 일에 관련된 클라이언트 업체들은
말그대로 저녁 6시에 전화와서
아침 9시에 달라는 곳도 많아서
평일의 저녁약속은 언제나 잡지 않아야 할 정도야.
주말 일정도 한달에
2-3일정도는 잡혀있다고 생각해야해

그래서 대학교 막 졸업해서 온 애들중에서
이정도 나이까지(해봤자 4-5년 경력이지만) 버틸 수
있는 애들이 별로 없는 직종이기도 해


그런데 나는 그 틈바구니에서
이 일이 너무 좋은 이유가 있었고
그냥 이런 일을 하는게 좋아서 난 되게 정신없이
빠져 살았던것 같애
(난 그게 이런 힘든 야근을 버티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했어.)

친구들이 너 미쳤다. 회사에 노예다 해도,
그냥 허허 웃고 또 출근하고 그랬었지.

그런게 모든걸 놓아버린듯이 일에 매달려 살다보니
어느정도 회사의 상사들이나
또래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는인정도 받고 그랬었는데
29살이 되고 서른살이 곧 될 지금의 나는 사실,

워라벨 지키고 칼퇴하고 편하게 사는 친구들,
그런데도 나보다 월급이 높은 친구들의
취미나, 즐기는 삶에 대한 이야기와
업계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만나면
모두가 하나같이 갸우뚱하며 왜 거기에 있냐는 질문들에
점점 내가 이렇게 사는게 맞는지에 대한
불안과 허무함이 들기 시작했어.


이 일을 싫어하게 된게 아니야
여전히 너무나 좋아하는 일이고, 내게 천직이라고 생각해

그런데그냥 업계 분위기가 야근이어도,
칼퇴 운운하며 내 삶을 가꿔나가야 했던게 아닐까
남의의 서른살은 되게 어른스럽고
워라벨을 지키면서 삶이 완성된것 처럼 사는데

난 지금 내가 보기에 아직도
학교에서 야작하던 꼬질꼬질한 꼬맹이 그대로인거 같애.
지금의 나는 일 말고 따로 취미도, 동아리도, 사람만날일도 없어서...

이 일이 내게 맞는걸까, 라는 고민 한번 해본적없이
이 업계에서 열심히 달려왔는데
졸업하고 취직도 못하고, 졸업한 전공을 살리지도 못하고 아무렇게나 취업한것 처럼 보이는
주변의 애들보다
지금 내가 훨씬 더 이룬거 없이 불쌍해보여서..

이 글을 쓰는 나는 내가 잘살고 있는지 모르겠어.
그냥 요즘 내내 이런 생각이 가슴을 쿡쿡 찔러서 다른 사람은 어떤지 듣고 싶었어.

젊은 날 해보고 싶은 거 하나 못해보고
회사에서 썩어난 난 정말 바보같이 살고있는걸까.
그 수많은 밤샘과 야근에서
내가 얻은건 하나도 없었던걸까.


남들하고 똑같이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한다고생각했어
사실 워라벨 지키며 사는 사람 몇 되겠냐며
그런데 아니더라고, 주변에 훨씬 많고,
또 훨씬 많이 변해가는데 나는 여전히 그대로더라구.

내가 바보같이 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