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가족을 두신 분 계신가요?

ㅇㅇ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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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답답해서 글을 쓴 적있는데

명절 지나고 나니 더 답답해서... 그냥 넋두리 식으로 글 씁니다.

 

저에게는 조현병 아버지가 계십니다.

본인 병을 속이고 어머니와 결혼하셨고, 어머니는 저랑 동생 때문에 평생을 참으며 사셨어요.

 

매일 약을 드시며 생활하셨고 일을 하셨지만 오래는 못 하셔서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서 일을 하셨는데 늘 가난했습니다.

 

어릴 때 쌀이 없어서 외할머니댁에 쌀을 얻어 온 적도 있고...

용돈 한 번 제대로 받아 본 적 없어서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파는

몇백원 짜리 과자 하나 마음 놓고 사먹어 본 적 없었어요.

 

아버지는 환청에 시달리셨고 누군가 나를 지켜본다, 귀신이 있다라는 말을 자주 하셨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시다가 몸이 아프시다거나 저희가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게 하면

그 날 하루종일 두려움에 떨었어요... 티비를 보고 웃어도

쌍욕을 하시며 나는 아파 죽겠는데 너희는 웃음이 나오냐며 폭언을 하셨고 물건도 부수고...

어린 시절 아버지는 늘 두려운 존재였고 저는 그런 아버지 눈치보기 바빴죠...

 

친구들과 학교 끝나고 놀지 못하고 저는 곧장 집으로 와서

밥해놓고 청소해놓고 동생 돌보고 연탄도 갈아야했구요...

안 해놓으면 폭언이 이어지니까요...

 

하지만 명절이나 제사때 되면 아버지 형제 분들이 오셔서

오랜만에 형제들 보니까 반가워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하셨어요.

허허 웃으며 착하신 분으로...

 

그러다가 몇 년 전 사람을 몰라 보시고 정말 정신을 놓으셔서...

결국 병원에 몇 개월 입원하셨고 퇴원하셨는데

조금만 기분 나쁘게 하면 쌍욕을 하시며 나를 병원 보내려고 작당하냐면서 저희를 괴롭히셨어요.

몸에는 항상 귀신을 쫓기위한 부적이나 부처님상, 염주를 갖고 다니셨구요...

 

기분 좋으실 때는 농담도 잘 하시고 그냥 평범한 아버지셨는데 그게 오래 가지는 못했어요.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몇 달 전

동생이 아버지 때문에 죽을 뻔 했고, 어머니는 그걸 말리다가 맞으셨구요...

 

결국 또 제가 병원에 입원시켰어요... 남은 가족들을 지켜야했기에... 진짜 얼마나 울었는지...

의사 선생님이 죄책감 갖지 마라, 보통 사람들 아프면 병원에 입원하는거랑 똑같다,

아버지도 그냥 아프셔서 입원하시는거고 오히려 여기에서 지내면

의료진들이 관리해주고 약도 제때 먹고 하니까 더 잘 지내실꺼다... 라고 다독여주셨습니다.

 

그래도 문득문득 아버지 생각이 났고, 특히 이번 추석이 오니까

와르르 무너지는거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가족들 만나고 행복해 하는데 왜 나는 그렇지 못할까?

조촐하게 남은 가족들 끼리 명절을 보냈는데 가족들 앞에서는 담담한 척 했지만

혼자서 많이 울었어요... 내가 괜히 병원 입원시켜서 아버지는 친척들도 못 만나고

쓸쓸하게 명절을 보내시게 됐구나... 내가 나쁜 사람이구나...

 

한편으로는 내가 독한 맘 먹어야 남은 가족들이 살 수 있으니까 마음 약해지지 말자

이제 우리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자, 더 이상 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살지말자...

라는 생각으로 지내고 있는데... 이렇게 생각하는게 맞는거겠죠?

사실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요..

 

하지만 아버지를 정신병원에 입원 시켰다는 죄책감에 하루하루 너무 힘들고

마음이 왔다갔다 하네요...

 

저처럼 조현병 가족을 두신 분들 계신가요...?

다들 어떻게 극복을 하시는지 조언 좀 해주세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