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엄마랑 연락하고 있었던 오빠

ㅇㅇ20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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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카테고리와는 맞지 않는 내용일지라도 조언을 구하고 싶어 여기다 글을 올려요. 양해 부탁드려요.

저는 올해 20살이고 오빠는 저와 다섯살 터울인 스물다섯이에요.

저희 집은 이혼 가정이에요. 아빠께서는 제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엄마와 이혼을 하셨다고해요. 그래서 저는 엄마가 어떤 분이신지, 목소리는 어떠한지, 나는 아빠랑 오빠랑 안 닮읐는데 내 얼굴이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엄마랑 비슷한 건지. 다 몰라요. 그정도로 저는 엄마를 만난 적도 연락한 적도 없어요. 오빠랑 아빠랑도 엄마 얘기는 해본 적 없어서 똑같이 왕래가 없는 줄 알았었어요.

사실 저희 아빠가 몇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정말 내 주위에는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구나 싶어 우울해하기도 하고 오빠는 타지에서 일을 해서 아빠랑 둘이 지냈던 집에 덩그러니 혼자 남아 있는게 너무 힘들기도 하고 서러워서 죽을까 하면서 울기도 엄청 울었었네요.

제가 걱정 됐던 건지 오빠가 달마다 집에 오던 걸 주마다 오고 있는데 일은 일요일 저녁에 있었어요. 연휴 마지막 날에 오빠가 타지로 가기 전에 기분전환 좀 하자며 같이 쇼핑도 하고 밥도 먹고 하다가 오빠 가는 기차 기다리느라 잠깐 카페에서 쉬고 있었을 때였어요.

저희가 나이차이가 나기도 하고 저희 아빠가 많이 바쁘셨어서 저희끼리 사이가 좋아요. 그래서 서로 폰도 잠금 풀고 앨범이나 그런거 뒤지면서 서로 놀리기도 하거든요. 그때도 그랬어요. 오빠가 친구들이랑 얼빠진 얘기 하는 거 보면서 비웃을 생각이었는데 엄마라고 저장되어있는 사람이랑 톡한 내용이 있던 거예요.

망할 호기심 때문이었겠지요? 오빠한테 엄마라고 할 사람이 없는데 있어도 난 본 기억도 없는 엄마일텐데. 정말 궁금해서 그랬어요. 누구일까 싶어서요. 그래서 그냥 오빠가 친구랑 얘기하는 거 구경하는 척 봤는데 내용이 가관이었어요.

아빠는 잘 보내드렸니, 밥 잘 챙겨먹어라, 출근 잘 하고 퇴근 잘해라, 그런거요. 아빠 잘 보내드렸냐는 얘기 말고는 정말 일상적인 내용들이더라고요. 제가 아빠가 살아계셨을 때 평범하게 연락했던 것처럼요.

순간 욱해서 오빠한테 핸드폰 던지고 이게 뭐냐고 물었었어요. 처음엔 핸드폰 던진 거에 오빠가 화났는지 저한테 소리 질렀다가 제가 화면 보라고 이게 뭐냐고 하니까 오빠도 폰 보다가 아무 말도 못하더라고요.

그냥 계속 물어봤었어요. 엄마가 내 엄마 맞냐고, 내가 그렇게 물어봤던 엄마 맞냐고요. 그러니까 맞다고 하더라고요. 언지부터 연락했냐니까 오빠는 이혼하고나서부터 간간히 연락하고 지냈대요. 그거 듣자마자 그냥 집에 들어갔어요. 오빠가 집에 안 들어온 거 보니까 월요일에 당장 출근 해야 됐으니까 그냥 기차 타고 갔겠죠.

화가 났었어요. 얼굴도 모르는 엄마한테도, 오빠한테도요. 저 중학생 때 많이 힘들었었어요. 엄마 없다고 왕따 당했었거든요. 그래서 맨날 엄마 보고 싶다고 왜 엄마 없는 애로 만들었냐고 그랬다가 아빠가 그거 때문에 힘들어 하는 거 보고 미안하다고 하고 아빠랑 같이 운적도 있었어요. 근데 오빠는 그거 다 봐놓고 엄마랑 연락한 거 같아서요.

이제 그냥 어떻게 해야 될 지 모르겠어요. 제가 이걸 쓰는 이유도 모르겠어요. 조언요? 조언 받을 게 뭐가 있을까요. 얼굴 모르는 엄마 20년동안 만난 적 없이 살아왔는데 조카 뻔뻔한 오빠한테 우겨갖고 만나게 됐는데 어떻게 해야 될까요. 이런 거 물어봐야 될까요. 만나고 싶은 마음 없어요.

묻고 싶기는 해요. 엄마한테는 오빠랑 연락 하면서 나는 생각 안 났냐고. 엄마도 나처럼 새까맣게 나란 존재는 잊어버린 거냐고 나는 엄마를 닮은 거냐고 묻고싶고요. 오빠한테는 내가 그렇게 보고 싶다 했을 때 연락했다는 거 아무 말도 안 해줬냐고 내가 아빠한테 소리지르고 울고불고 지랄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고 기분이 어땠느냐고요. 미안하거나 껄끄러운 그런 마음 들지 않았냐고요.

그러고나서 오빠한테 연락 온 건 없어요. 아침에 일어났냐 그거 빼고는요. 솔직히 오빠한테 미안하긴해요. 제가 막 던져서 오빠가 얼굴에 핸드폰을 맞았거든요. 아프진 않은지 걱정되긴 하는데 사과하고 싶지는 않아요. 오빠가 먼저 저한테 사과해줬으면 좋겠어요.

유치하고 속좁다 생각 돼도 그냥 철없는 애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조금 속상하고 서운하고 허탈해요. 술 조금 마시고 쓴 거라 두서 없어 죄송해요. 저 어떻게 해야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