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 단짝친구, 할아버지

2019.09.19
조회22,323

우선 우리 할아버지는 7월 중순 세상에서 가장 온화한 표정으로 하늘나라로 돌아가셨어.

우리 할아버지 생각을 잊고 싶지 않아서 이곳에 쓰면서 되뇌이는 거니까 편하게들 봐줘...

먼저 어릴 적 나의 부모님은 치킨집 운영으로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자연스레 할머니 할아버지 밑에서 자라게 됐고, 같이 있는 시간 또한 많았지.

우선 나와 할아버지는 되게 공통점이 많았어!!

내 어릴 적 사진첩을 보았는데, 내 춤사위와 우리 할아버지 춤사위가 똑같은 것도 같고

공통으로 좋아하는 짜장면을 입가에 가득 묻히며 먹는 사진도 있었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나 셋이서 화투를 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있었지

그 때 나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는 내 인생의 전부이자 내 첫 친구가 되어주셨어

항상 나는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지냈지.

나처럼 할아버지랑 친한 아이는 세상에 없을 거라고.

또 할아버지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나일 거라고 호언장담도 하고 다녔지.


할아버지 손 잡고 교회 가는 것도 좋았고

학교 가는 것도 산책 하러 나가는 것도 노인정에 가는 것도

나는 할아버지와 함께라면 뭐든지 행복했어.

할아버지와 죽음이란 단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니 애초에 그런 생각을 하기가 싫었어.

내가 이제 커가면서 할아버지도 같이

노화되시고 계신다는 것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지.

나는 점점 더 할아버지께 소홀해졌어.

옛날 어린 내가 아니라 점점 할아버지보다 우선순위를 더욱 많이 두게 되더라고

참 못 됐지 나...

그래도 하루마다 사랑한다는 표현은 잊지 않았어.

기도할 때도 할아버지 기도는 꼭 빼놓지 않고 했지.

근데 내 기도가 부족했는지

하늘은 우리 할아버지를 너무나도 일찍 데리고 가셨어.

장례식 때 되게 많이 울었을 것 같지?

내가 이상한건지 모르겠는데 생각보다 울음을 내가 많이 삼키더라고.

나오는 족족 내뱉어야 하는데 성숙한 척 하면서 가족들을 위로하기만 바빴나봐.

가족들이 궁금해했어 할아버지 생각 안 나냐고.

내가 할아버지를 가장 많이 사랑한 걸 가족들도 잘 아니까

그 때마다 나는 혼자서 다 울고 온다고 거짓말쳤지.

실감이 안 나서 울지 못 했던 것 같아.

할아버지께서 폐암으로 병원에 계시다 돌아가신 거였거든.

신약도 나왔대서 우리 가족들은 할아버지가 완쾌하시길만을 기다렸어.

그런데‥ 아침에 화장실 가시다가 넘어시져서 결국엔 돌아가셨지.

하늘에서 우리 할아버지를 꼭 필요로 했나봐

나한테도 많이 필요하셨지만 나는 더 이상은 욕심이었겠지.

나는 내 첫 단짝 친구이면서 나에게 제일 힘이 되는 사람을 잃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