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손님 맞이 테이블

이강20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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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서늘해지는 가을날 주말의 오후
일을 마치고 작은 홈파티를 준비했다.
지난 4년여간 함께 해온 사람들과...
한자리에 약속 잡는 것이 몇달을 미뤄 겨우 맞춰
음식점이 아닌 내 작은 공간에서 다들 너무도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작게나마 테이블을 세팅했다.


어젯밤 일 끝나고 돌아와 새벽까지 재료준비를 해놓고
어렵게 내 시간에 맞춰 와준 동료들과 함께 준비한 테이블
김치 좀 덜어 내달라 했더니 그릇 가득 넘치게 철철...
ㅡ ㅡ;


파무침 삼겹살

해물파전


매운거 약한 동료들을 위한 순한 치즈 닭갈비


잡채 볶음


간단한 디저트


고기 굽는 것, 토핑 준비하는 것, 토핑하는 것 모두 내 지시에 따라 해주며 나름 예쁘게 잘라
접시에 놓아주고 여섯 여자들의 시끌벅적 수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랜만에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다.
엄마같은 파트타임 아주머니들, 출산휴가 받은 임신 8개월부점장 애기엄마, 지방에서 올라온 얌전한 점장,늦게 합류한 사람까지 상당한 양의 음식들이 순식간에 남김없이 사라질 만큼 맛있게 먹고 삼겹살은 추가 구이까지해서
재밌게 보낸 주말 저녁이었다.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하던 점장 여자애가 그동안 안쓰러워
마음껏 먹는 걸 보니 내 마음이 훈훈해졌다.
손님들과 직원들 사이에서 스트레스도 엄청 날텐데
군말없이 맞춰주는 얌전한 여자애라 마음이 더 쓰인다.
자취하느라 잘 챙겨 먹지도 못한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아서...늘 챙겨주고 싶다.

엄마같은 아주머니들...
나보다 한류에 대해서 더 잘 아시는 분들.
온 가족들이 한국바라기다.
나도 모르는 아이돌들을 이름부터 근황까지
모두 꾀고 있고 자녀들도 친지집에 방문하듯 시간만 나면
한국행을 곧 잘 한다. 한국 매니아들이다^^;
아저씨는 한국 사극에 빠져 계시고 아주머니는 자녀들과 더불어 K-Pop 페스티벌에 빠짐없이 다니시는 열성팬이며
한국드라마에 대해 내가 배우는 중이다.
난 그저 국적에 상관없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단지 함께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주는 것같아서...
난 생각한다. 배울점이 있다면 국적과 나이, 성별은 따질 필요는 없다고.
사람이 사람을 가리는 것이지 책과 사물이 사람을 가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즐겁게 웃고, 마시고, 먹으며 중간중간 정리하고 떠들다보니 시간이 늦어져 모두 돌아가고 남은 것들을 보니 갑자기 허전함이 밀려왔다.



미안할 정도로 준비한 음식들을 남김없이 깨끗이 먹어주고
음료에 달달한 디저트까지 준비해와 부담없이 함께 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릇과 컵들을 하나둘 정리해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고 그들이 돌아간 후 나도


향기러운 홍차 얼그레이에


조용히 피로를 풀어본다.

곧 돌아올 바쁜 시즌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