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노후 불안하면 결혼해선 안됨

ㅇㅇ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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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4억 집 가진 중산층도 서민 전락… 남는 건 막막한 노후뿐

김수혜 기자 이민석 인턴기자(서울대 영문학 4년) 김가람 인턴기자(연세대 신문방송학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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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09.11 03:01

자식 신혼집 얻어주려 노후자금 헐면… 은퇴 후 이렇게 된다

자산 5억원 서울 직장인 혼주 ― 은퇴 후 월소득 354만원→141만원


대기업 부장 김영철(가명·53)씨는 4억짜리 서울 강북 아파트와 저축·주식 1억원 상당을 가지고 있다. 아들은 명문대 졸업 후 캠퍼스커플 여자친구와 나란히 행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합격해도 두 사람이 모을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지 않다. 아들은 "공무원 봉급 절반을 저축해도 우리 둘이 모아서 결혼하려면 10년은 걸린다"면서 "(결혼이) 닥치면 부모님이 도와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씨 부부가 아들 집값을 지원하지 않을 경우, 현금 자산을 연금으로 전환해 매달 47만원씩 받고, 국민연금(월 123만원)·퇴직연금(60만원)·개인연금(25만원)·주택연금(역모기지·86만~99만원)까지 합쳐서 총 341만~354만원으로 한 달 살림을 꾸릴 수 있다. 저축도 하고 가끔 해외여행도 할 수 있는 돈이다. 아들 집값을 지원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김씨가 부동산을 담보로 1억5000만~2억원을 대출받을 경우, 원금과 이자를 아들이 전부 갚아도 김씨의 소득은 월 255만원으로 줄어든다. 주택연금이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아들과 반씩 갚으면 월 198만원, 아버지가 전부 갚으면 월 141만원으로 더 줄어든다. 넉넉한 중산층에서 삶이 팍팍한 서민으로 떨어지는 셈이다.


자산 2억2천 지방 자영업자 ― 아들 1억 주면 月45만원으로 버텨야


박승자(가명·54)씨는 광주광역시에 있는 1억2000만원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남편(61)과 함께 외아들을 키웠다. 남편 퇴직금과 주식을 합쳐서 1억원 정도 있다. 부업으로 대학가에서 추어탕집을 하다 최근 접었고, 지금은 저축해둔 돈을 야금야금 빼쓰면서 새로 장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외아들 결혼 날짜가 다가오면서 박씨는 고민에 빠졌다. 박씨가 아들 집값을 대주지 않을 경우, 현금 자산을 연금으로 전환하고(월 49만원) 국민연금(월 30만원)·기초노령연금(15만원)·주택연금(24만~28만원)을 합치면,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보험료 등 28만원)을 빼고도 월 90만~94만원으로 한 달 살림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저축을 헐어서 아들 집값 9200만원을 대주면, 한 달 수입이 41만~45만원으로 줄어든다. 돈 버는 자식이 있고 본인 명의 집이 있어 국가가 빈곤층에게 주는 복지혜택도 받을 수 없다. 

자산 2억 청소회사 직원 ― 월세 수입 60만원 중 절반, 대출금으로


이동순(가명·62)씨는 매일 오전 7시 30분 서울 A대학에 출근해 50분 일하고 10분 쉬면서 교실 22개·계단 48개·변기 10개를 닦는다. 길이 50m·폭 3m짜리 복도도 두 군데 있다. 그전에는 20년간 막노동해서 서울 강북에 2억짜리 다가구주택을 샀다. 여기서 월 60만원씩 월세 수입이 들어온다. 청소회사는 1년6개월 전 취직했다. 박봉(월 100만원)이지만 4대보험이 되고 정년이 68세라 좋다고 했다.


 

올 3월 외아들이 장가갈 때 이씨는 10년간 모은 돈 1500만원에 주택 담보 대출 3000만원을 합쳐서 4500만원을 대줬다. "무조건 돈 생기면 20만원씩, 30만원씩 통장에 넣으면서 평생 살았어요. 아버지 노릇 한 건 뿌듯하지만 깡통이 된 통장을 보면 한숨이 나오지요."

굳이 아들을 지원하지 않았다 해도, 이씨는 앞으로 일을 그만두면 월 78만원으로 빠듯한 살림을 꾸려야 할 상황이었다. 이제는 형편이 더 나빠졌다. 그 돈을 또 쪼개서 매달 31만원씩 10년간 갚아야 아들 집값 대주느라 받은 대출을 다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산 2억6천 택시기사 ― 月48만원씩 받을 주택연금 물 건너가


정성호(가명·57)씨는 평생 개인택시를 몰아서 경기도 안산에 1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마련했다. 현금 자산도 1억1000만원 있다. 은퇴한 뒤 택시 번호판을 팔면 8800만원 정도 받을 수 있고, 10년간 모은 돈 2200만원도 있다. 부인(56)은 이웃집 아이를 봐주고 월 100만원씩 살림에 보태고 있다.


 

아들이 결혼할 때가 되니, 아들 저축으론 전세금 마련이 불가능했다. 그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 아들에게 3500만원을 대줬다. 이 돈을 대지 않았다면 은퇴 후 현금자산을 연금으로 전환하고(월 52만9000원) 주택연금(월 41만~48만원)·기초노령연금(부부 15만원)을 합쳐서 월 109만~116만원으로 살림을 꾸릴 수 있다. 하지만 집값을 대출받느라 주택연금이 날아가면서, 정씨는 법정 최저생계비(2인가구 94만원)에 훨씬 못 미치는 돈(58만원)으로 노년을 버텨야 할 상황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