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사무직, 장애를 갖게 되었어요

멍청이2019.09.29
조회10,793
안녕하세요.

우선 방탈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그래도 이곳에 인생 선배님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서요.

원래 네이트 계정도 없었는데 너무너무 힘들어 조언을 구하고자 회원가입 후 이렇게 글을 씁니다. 길더라도 사람 한 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꼭 읽어주세요.

제 소개부터 하자면 저는 현재 서른살이구요,
4년제 대학 졸업하고 입사하여 곧 있으면 3년차가 되는 평범한 직장인이에요.

종종 판에도 아직 수습기간인데 혹은 1년차인데 일을 너무 못해서 조언을 구하는 글을 많이 봤었어요. 저도 역시 1년차엔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기분으로 회사 다녔었구요. 출근길 달려오는 차에 뛰어들어 죽어버리는게 낫단 생각도 수천번 수만번을 하며 회사를 다녔어요.

무식하면 잘 버틴다고 그렇게 무식하게 버티기를 3년.
전 아직도 일을 못합니다. 3년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일이 손에 익지 않느냔 말씀 하실 것 같은데 반복적인 업무들을 하는데 어려움은 더이상 없어요. 다만 제 업무 특성 상 비 정형화 된 일들의 비중이 훨씬훨씬 많기에.... 매일매일 새로운 업무를 하는 기분이에요.

하루에 한 번 이상 깨지고 혼나는건 일상이구요.
(혼났다는 사실보다 제가 일처리를 똑바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절 너무나도 힘들게 합니다.)
대학생때까지만 해도 어딜 가든 착실하고 똑소리난단 말을 들어온 저로서는.... 자존감이 바닥을 내리치고 있네요.

그나마 자존감만 하락하면 모를까....
이제는 설상가상으로 회사에서 상사의 지시를 제대로 이해하질 못해요. [보고서 내일까지 결재 올리세요] 와 같은 1차원적인 업무 지시는 바로 알아들어도 조금만 복잡한 말을 하시거나 하면 이해가 되지 않아 재차 확인을 해야해요.

타인이 하는 말 이해만 안되는 것 같죠?
이젠 말도 안 나옵니다. 전 토종 한국인인데 주어와 동사도 맞지 않고 저도 말하면서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저랑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겠어요. 나름 연애도 했었고 친구들이랑 수다떠는것도 좋아하는 전데 사무실에서만큼은 주어 동사 제대로 맞춰 말하는것조차 힘이 듭니다. 로봇이 된 것 같아요. 아마 저랑 일하는 분들 중 일부는 절 경계성 지능장애로 의심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제는 저도 제가 경계성 지능장애는 아닐까 혹은 뇌에 이상이 생긴건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드는 상황이에요. 상사 지시도 못 알아듣고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단어도 생각 안나고 말도 더듬는데.... 대학시절 발표도 잘해왔고 대외활동도 해가며 착실히 살아온 전데 저는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요.

저를 객관화해보자면, 저는 굉장히 성실하지만 융통성도 센스도 없고 예상치 못한 문제가 닥쳤을 때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 문제 해결 능력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길을 가다 앞이 담벼락으로 막혀있다면 다른사람이라면 길을 다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할텐데 저는 길을 돌아갈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패닉이 되어 멍하니 담벼락만 바라보고 있는 그런...?

일 못하는 사람은 그 어디서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이제 퇴사뿐이 답인걸 저도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다른 회사로 이직해도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될 것만 같아 무섭네요.

예를 들어 카페에서의 음료 제조나 단순 판매 같은, 제가 하는 업무에 비해 비교적 단순한 직업만이 답일까요? (직업 비하하려는 의도 절대 아닙니다.) 변해버린 제 상황에 퇴사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저런 업무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말할때 단어도 입에서 안 나오고 타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게 된 이후부터 회사에 가는것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잠만큼은 편히 자고 싶어도 꿈에선 늘 사무실에서 패닉상태가 되어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제가 나와요.

정신과 상담이 필요하다고 하실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도 다음주에 진료상담 예약해놓았습니다.
추가로 학생때 정신과에서 공황장애, 불안장애를 진단받았는데 이 증상도 날로 갈수록 심해지는 듯 하네요...
많은 조언 부탁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소중한 시간 할애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