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묵묵한 사랑을 사진과 글로 만나봅니다 / "진심 아버지를 읽다 展" /하나님의교회(안상홍)

사이다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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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교회/ 안상홍 / 아버지 전시회
하나님의교회에서 아버지 시화전을 개최하다
아버지의 묵묵한 깊고깊은 사랑을 사진과 글로 느껴 봅니다.
전시장에서 "아버지"를 만나다
출처: 주간조선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577100021
 

 

아비란 연탄 같은 거지/ 숨구멍이 불구멍이지/ 달동네든 지하 단칸방이든/ 그 집,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한숨을 불길로 뿜어 올리지/ 헉헉대던 불구멍 탓에/ 아비는 쉬이 부서지지/ 갈 때 되면 그제야/ 낮달처럼 창백해지지’.

   - ‘연탄’, 시인 이정록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 전시작품 중에서)


 “이런 게 진짜 문학작품 아닌가요.” 김정현 작가가 나지막이 말했다. 오래 홀로 지내다 돌아가신 어느 아버지가 유품으로 남긴 일기 한 대목 앞에서였다. ‘시래기를 삶았다. 된장국을 끓이려고. 어머니 생각이 난다.(2월 11일)’ ‘재석이(막내아들)에게서 성적표와 카세트가 소포로 왔다. 성적표를 보니 마음이 몹시 아팠다. 성적이 과히 좋지 않았다. 그것이 내 잘못이라고 생각되어 허전하고 맥이 풀렸다. 내가 뒷바라지를 잘해서 재석이가 아르바이트하느라 시간만 안 뺏겼다면 얼마든지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2월 14일)’.


한 자, 한 자 단정히 써내려간 글들을 읽다 보니 가슴 한구석이 묵직해졌다. ‘아버지도 누군가의 아들이었는데, 우리들은 그저 나의 아버지로만 살아주길 바랐구나.’ 일기장으로 그려지는 한 남자의 삶이 슬프고 존경스러웠다.

   

   지난 9월 27일 부산수영 하나님의 교회를 찾았다. 특별한 전시회를 보기 위해서였다.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총회장 김주철 목사·이하 하나님의 교회) 주최, 멜기세덱출판사 주관으로 열리고 있는 ‘진심, 아버지를 읽다展’(이하 아버지전)이다.

   

   아버지전은 ‘우리 어머니 글과 사진展’(이하 어머니전)의 후속 전시회다. 하나님의 교회에서 주최한 어머니전은 2013년 6월 첫 전시를 시작해 77만명 이상이 관람했다. 아버지전은 지난 2월 28일 서울시 관악구 낙성대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 특설전시장에서 첫선을 보였다. 지금까지 4만여명이 관람했다. 연장 요청 때문에 전시 기간을 늘렸다. 서울관악 하나님의 교회에 가면 올해 말까지 아버지전을 볼 수 있다.


서울·부산 하나님의 교회에서 열려


 9월부터는 부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9월 26일부터 12월 31일까지 부산시 수영구에 자리한 부산수영 하나님의 교회 특설전시장에서 열린다. 아버지와 관련한 사진, 글, 영상, 소품 등 187점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1948년생인 아버지가 평생 소중하게 간직해온 초등학교 졸업앨범, 아버지가 결혼할 때 장모님에게 선물로 받은 286 노트북 등 소품 하나하나에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평범한 우리 아버지들의 특별했던 삶의 기록들이다.

   

   전시 제목의 ‘읽다’는 ‘읽다(read)’와 ‘이해하다(understand)’의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전시품을 보고 읽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면에 숨겨진 아버지의 진심까지 헤아려 가족애를 도탑게 하길 바라는 마음이 제목에 녹아 있다.

   

   부산은 영화 ‘국제시장’을 낳은 도시다. 1400만명 이상이 관람한 ‘국제시장’은 산업화의 주역인 아버지 세대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 파독 광부로 갔다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실제 아버지들의 삶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번 전시장에도 그 궤적이 생생히 재현되어 있다. 파독 광부들이 당시 쓴 일기장, 한국의 가족에게 쓴 편지, 베트남에서 딸에게 쓴 엽서 등 소중한 기록들이다. 전시장에는 ‘국제시장’의 실제 모델인 권이종 아프리카아시아 난민교육후원회장도 다녀갔다. 권 회장은 전시회를 관람한 뒤 “아버지에 대해서 이렇게 전문적으로 준비한 전시회는 국내에 없을 것 같다”며 “모든 국민이 다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람 이후 파독 광부 시절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개인 소장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평범한 아버지들의 특별했던 삶의 기록들

   

   아버지전의 주 전시장은 총 5개의 테마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관의 제목은 우리 아버지들의 언어를 뜻한다.

   

 

   1관 “아버지 왔다”, 2관 “나는 됐다”, 3관 “….”, 4관 “아비란 그런 거지”, 5관 “잃은 자를 찾아왔노라”이다.

   

 

   1관으로 가는 길, 대문이 보인다. 


투박한 페인트칠의 청록색 철문이 정겹다. 대문을 열고 전시장에 들어서면 “아버지 왔다” 하며 퇴근하는 아버지를 만날 것 같다. 대문엔 ‘金永秀(김영수)’라는 이름이 새겨진 문패가 달려 있다. ‘김영수’는 해방둥이 세대에 가장 흔했던 이름이다. 전시장엔 추억 속 아버지를 그린 시와 수필, 사진이 걸려 있다. 그중 만화가 이현세씨의 수필이 눈에 띄었다. 15년 전 조선일보에 실린 글이다. 여섯 살 때 친구들과 불장난을 하다 불이 번져 이웃의 집이 타버렸는데, 어른들에게 혼날 일이 무서워 숨어 있는 사이 이씨가 모든 죄를 뒤집어썼다. 아버지는 어린 아들에게 매질을 하며, 불을 낸 것보다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한 게 더 큰 잘못이라고 했단다. 그리고 화재로 집을 잃은 이웃에게 집과 낟가리를 넘겨주고 온 가족이 이사를 갔다는 내용이었다. 인생이 무엇인지 삶으로 가르쳐준 아버지는 이씨가 아홉 살 때 사고로 돌아가셨다.

   


   2관 “나는 됐다”의 주제는 ‘희생’이다. 


아버지 세대의 유품을 만날 수 있다. 군데군데 홈이 파진 안전모, 흙이 묻은 작업복…. 파독 광부 파견(1963), 베트남전 참전(1964~1973), 중동 건설 붐(1970~1980년대), 외환위기(1997) 등 굵직한 시대사에 얽힌 개인 소장품들이다. ‘정호가 훌륭한 사람이 되면 아버지는 훌륭한 아버지가 되겠지요.’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국의 일터에서 자식들에게 쓴 엽서가 눈물겹다.

   

  3관 “….”의 주제는 ‘진심’이다. 


일제강점기에 파락호, 구두쇠라는 오명에도 침묵했던 아버지였는데 후에 알고 보니 몰래 독립운동자금을 댔다는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경북 안동 일대에서 ‘파락호’로 유명했던 김용환씨의 딸이 아버지를 기리는 글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 자신들을 기르던 아버지, 살면서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그 아버지가 큰아들이 입대하던 날, 말을 잇지 못하고 아들의 입대 길을 한없이 따라왔다는 구운회씨의 글 앞에서 관람객들은 오래 머물렀다.

   

  4관 “아비란 그런 거지”의 주제는 ‘사랑’이다. 


막내딸과 손주의 아토피를 치료하기 위해 임종 전까지 비누 만들기에 몰두한 아버지의 사연을 만날 수 있다. 투병 중인 아버지가 살아서 마지막으로 만들어준 비누를 딸은 차마 쓸 수 없었다. 그 아버지가 비누를 만들기 위해 쓰시던 도구와 사랑이 담긴 비누가 관람객들을 반긴다. 제목 그대로 ‘특별한 유산’이다. 관람객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손꼽힌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며 언젠가 자신이 사준 샌들을 발견한 딸의 뒤늦은 눈물도 슬프다. 얼마나 아껴 신었는지 깨끗한 샌들엔 자식의 이름이 큼지막히 적혀 있었다.

   

   5관 “잃은 자를 찾아왔노라”에서는 성경 속에 담긴 부성애를 느낄 수 

   있는 성경 문구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회장을 나와 문득 헤아려 보니 아버지가 처음 아버지라는 이름을 얻었을 때, 당신의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다. 아버지 없이 세상에 온 사람은 없을 텐데, 하루 중 얼마의 시간을 아버지를 생각하는 데 쓰고 있는 걸까. 전시회장에서 만난 아버지들은 그런 자식들에게도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손편지로 감사의 마음 전할 수 있어


주 전시장 관람 후에는 ‘영상문학관’ ‘포토존’ ‘진심우체국’ ‘통계로 보는 진심’ ‘북카페’ 등이 마련된 부대행사장(3층)에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영상문학관에서는 ‘너를 내 손바닥에 새겼고’ ‘벌판’ 등의 영상물을 상영한다. 부성애를 주제로 해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영상물이다. 함께 관람한 가족이나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해 바로 사진을 받아 간직할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행사장에 비치된 엽서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심우체국에 있는 빨간 우체통에 넣으면 주최 측에서 무료로 편지를 전달해준다.

   

 아버지전은 서울·부산에 이어 전시 지역을 계속 확대할 예정이다. 전시회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이고 토요일은 휴관한다. 관람 문의는 서울 전시 (02)885-9267, 부산 전시 (051)751-0636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