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처럼 구는 친구 손절했어요.

SDFIJW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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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대 후반 여자입니다.저는 얼마 전 15년 동안 표면상으론 매우 절친이었던 친구와손절에 가까운 절교를 하게 되었어요.
친구를 A로 특정해 볼게요.
A를 처음 만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A는 제가 하는 말에 늘 잘 웃어줬고또 저에게 늘 많이 기대던 친구였어요.
힘든 일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A는 늘 저에게 전화해 1-2시간씩 털어놓았고,또 저에게 질투도 참 많았습니다.그 때문에 제가 자신이 아닌 다른 친구와 친할 때면 그 친구와 놀지 말라는 소리도 여러 번 했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만 들으면 크게 이상할 것 없어 보이는 친구 사이라고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저도 이때까진 그저 나를 좋아해 주는 친구라고 생각했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A는 외로움이 매우 많은 스타일인데, 또 두려움도 많기 때문에 한 친구에게만집착하는 스타일이었어요. 게다가 자신이 조금이라도 남에게부정당하면 참을 수 없는 울분을 토했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A에게 불만이 있어도 이 친구의 눈물을 보고 싶지 않아 늘 참고넘기게 되었어요.
한 번은 이 친구가 저에게 이것저것 해달라는 게 많아서저도 모르게 짜증을 툭 내뱉은 적이 있었는데요..그렇게 심한 짜증은 아니고  "너가 좀 해"라고 짤막한 말이었어요.그런데 갑자기 이 친구는 제 말을 듣더니 뭐가 그리 서운하고 서러운지 울어 재끼기 시작했죠.
마치 제가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할지는 죽어도 몰랐다는 느낌이랄까요?..저는 솔직히 많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어이가 없었어요.
또 A는 늘 1-2시간 통화할 때마다 본인의 얘기만 주야장천 늘어놓았어요.제가 피곤한지 귀찮은지 이런 부분은 1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상황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부분까지는 그냥 A의 성향이 그런가 보다 생각하며참고 견뎠습니다. 또 오히려 A가 저를 그렇게 좋아해주는 만큼 제가 A를안 좋아한다는게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와 절교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그러고 한참 뒤인 성인이 된 다음이었어요.
20대 초반이 되면서 저는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고A와 더블데이트를 자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 남자친구는 A와 더블데이트를하고 집에 오는 길이면 항상 어두워 보이고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저는 남자친구에게 왜 그러냐 물었고 남친은 저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걔가 너무 공주처럼 굴고, 네가 너무 그 친구를 받아주는 게 싫다. 같이 있는 내내불편하고 기분이 더러웠다."
" 그리고 날 평가하는 기분이 든다. "
저는 솔직히 뼈를 맞은 기분이었어요. 저도 다 알고 있었던 거지만,이렇게 직접적으로 남에게 들어본 적은 없어 당황스러웠달까요?
그 이후부터 남자친구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며 더블데이트는 두 번 다시갖지 않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제 안에선 저와 그 친구의 사이가 정의된 느낌이었어요.
왜 나는 A랑만 있으면 본래의 성격과 다르게 행동하는지.내 자신도 답답할 만큼 A에게만 착하게 구는지. 왜 의사 표현을 못 하는지.그동안 머리가 깨지도록 고민하고 고민했던 부분들을 마주하게 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은 그로부터 3달 후,
A는 자신이 맡은 과외 중 한 집의 부모와 아이가 본인을 힘들게 해 그만둘거 라며저에게 전화했습니다. 또 그만두기 위해선 다른 과외 선생님을 소개해줘야 평판에 나쁘지않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런가 보다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는데,
이내 저에게 과외를 해 볼 생각이 없는지 물었습니다. 저는 A의 말에 별생각 없이,지금 하는 일이 바빠서 힘들 것 같다고 둘러댔죠.
그런데 그 이후에도 A는 계속 저에게 과외를 할 것을 종용했습니다.저는 스트레스를 받아 저의 정말 친한 절친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았고 그 친구는 노발대발화를 냈습니다.
"A는 본인도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은 곳을 너에게 하라고 강요하는 이유가 뭐야?""왜 좋은 곳 소개해줘도 모자랄 판에 자기 나오기 위해서 너를 끼워 넣으려고 해?"
라고 말했습니다. 그러곤 이후 이런 말도 덧붙였어요.
"내가 그동안 너 친구라 따로 말 안 했지만, 나 정말 A가 싫다.네가 그만 피해 봤음 좋겠어. "
어쩌면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지금의 A를 어느 정도 내가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내가 불만을 토로하거나 맞춰가는 것 없이 무조건 받아주다 보니A가 더욱 이기적으로 변한 게 아닐까?
내가 표현을 해야 할 때 표현을 했더라면 A 또한 누군가에게 부정당하는 것을이렇게까지 두려워하진 았았을 텐데.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저는그 친구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처음엔 이유를 말하며 절교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저는 그 친구의 번호를 차단하고카톡을 차단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저의 방법을 비겁하다고 하겠지만, 저는 그 친구에게 할 수 있는 저의 가장 강력한 표현 방법이라고생각했어요.
그렇게 손절을 하고 나니, 솔직히 아쉬운 마음보단 후련한 마음이 너무 크고인간 관계중 가장 고민이었던 부분이 사라지니 속이 시원했습니다.
A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정말 행복합니다.
그리고 만약 A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네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좋겠어.대신 내가 피해를 보더라도 지키고 싶은 무언가가 있어야 가능할 거야.평생 피해를 보거나 상처 입기를 원하지 않아 회피한다면, 너의 근처 사람들은 병 들 거라 생각해.나는 너에게서 떠났지만, 너의 남편, 또는 너에게 남아있는 친구들은 절대 너를떠나지 않기를 바랄게. 건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