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은 부모의 기생충같은 존재일까

ㅇㅇ2019.10.27
조회208
자극적인 제목 미안..ㅎ 어그로 좀 끌어봤어

살면서 한번쯤 그런 기분 느껴본적 있니?
내가 부모님의 기생충같은 기분말이야.

나는 어릴 때 아빠가 도망치듯 떠나고 엄마랑 단 둘이 살았어.
어릴때는 달동네 반지하 방에도 살았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 같아.
난 우리집에 돈이 없는 줄 알았어.
엄마가 항상 나에게 돈이 없다 돈이 없다 니 학원비가 얼마다 이런 얘기를 했었거든. 그래서 사춘기가 지난 이후로는 뭘 사달라는 말도 잘 안했었고, 용돈대신이었던 체크 카드로는 밥만 사먹었어.
교보문고에서 문구라도 사는 날이면 득달같이 전화가 왔어. 너 지금 어디야? 공부는 안하고 또 문구를 사?

8000원쯤 하는 돈가스를 사먹으면 엄마는 농담식으로 왜이렇게 비싼걸 처먹고 다녀? 라고 말했고
난 그냥 무표정으로 받아들였어.

엄마는 밍크코트에 명품 가방을 들고
나는 평범한 옷에 에코백을 매고 백화점을 돌아다녔을때
막연히 엄마랑 나랑 비교되겠다 생각만 했지
왜 그렇게 차이가 났는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았어.

생각해보면 엄만 항상 나에게 뭘 해줄 때 아까워했어.
나때문에 본인의 인생이 덜 행복해졌다는 이야기도
종종 언급했지.

할머니는 엄마가 나때문에 다시 시집을 못갔다는 말을 했고
엄마 주변의 어른들은 나만 보면 니가 엄마한테 잘해야한다는 이야기를 했어.
나는 그때 고작 초등학생, 중학생이었는데 말이야.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성인이 된 지금 그 시절들을 돌이켜 보면
그것들을 감당하기에 나는 참 어렸던 것같아.

부모도, 형제도 없이 혼자 집에 있는 시간에
게임에 빠졌던 적이 있었어.
물론 게임중독자처럼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 공부도 안하고
그런건 아니었어.
하지만 엄마는 내가 게임하는걸 무척이나 싫어했기 때문에
엄마가 오는 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컴퓨터를 껐어.
하지만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
맞고, 욕과 폭언을 듣고, 교과서가 갈기갈기 찢기고,
내 책상 위의 물건들을 쓸어버리고,
집을 나가라는 협박을 밥먹듯이 듣고, 무서워서 울면
닥치라는 말을 들었지.

나는 엄마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항상 무서웠어.
엄마가 오면 꼭 하나씩은 내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을거야.
뭘 또 처먹고 있어? 티비 왜 봐? 공부는 했냐? 꼬라지가 그게 뭐니? 성적표 가져와.

혼자있는 시간의 평화가 깨지는 느낌이었지.
보통 아이들은 엄마아빠가 돌아오는 시간에 기분이 좋아지려나? 나는 그 기분을 평생 모르고 살겠네.

유튜브나 티비쇼에서 사랑받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좋아.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도 부모를 사랑하는 그런 관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너무 부러워.
저 아이들은 평생 가족이라는 든든한 울타리 속에서 살아가겠구나.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못난 생각이 피어오르는 거지.

좀 더 깊게 생각해보면
내 부모는 자존감이 정말 높은 것 같아.
본인들이 이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같아.
그래서 끊임없이 나한테 뭔갈 요구하고 상냥한 딸이 되길
강요해.
정작 그런 본인들 밑에서 자란 나는 자존감과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데 말이야.

이 글을 보는 부모, 혹은 예비 부모가 있다면
자식에게 정말 넘치는 사랑을 줘야 해.
어린 자식이 그 사랑을 헤아리지 못해서 부모의 마음을
조금은 아프게 한대도 개의치 말고 사랑해줘.
언젠가는 그 사랑을 꼭 돌려받을테니까.
(무조건 우쭈쭈하란 얘기는 아닌거 알지..? 오냐오냐 키운 애는 부모를 우습게 알더라. 사랑은 주되 가르칠 건 가르쳐.)

나같은 사람이 또 있으면 몇가지 물어보고 싶어.
부모의 사랑으로 사랑을 배우지 못한 사람도 타인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갈 수 있을까?
이름만 사랑인 거 말고 진정으로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그런 사랑.
무조건적인 사랑을 못받아봐서 그런가 사람을 만날때 속으로는 재고 따지게 되는 것같아.
친한 친구도 한 부분이 마음에 안들면 그 친구가 그냥 싫어진다던가..
(바로 연을 끊어버리는 사회 부적응자는 아니야ㅎㅎ..)

아무튼..그냥 내 마음을 어딘가 털어놓고 싶었어.
아이러니하게 내 주변엔 괜찮은 엄마를 둔 친구들뿐이더라고..

글이 뒤죽박죽이지만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마워.
좋은 하루 보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