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모차끌고 지하철타기

사랑이든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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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일상이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했고, 퇴근하면 남편과 집밥을 해 먹거나, 외식을 했죠. 친구들을 만나기도 하고 주말엔 부부모임이나 나들이를 하는..
몇일 전, 저는 이 모든 것이 평범하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번 더 깨달았습니다.

저는 아이를 낳아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지하철 나들이를 했죠. 남편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앞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뜻밖의 평일 저녁 가족외출이라 기분좋게 집에서 출발 했습니다. 6호선 대흥역에 도착해 승강장에서 지하2층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해 다른 엘레베이터로 갈아타서 지하1층으로 이동했습니다. 지하철에서는 거의 층마다 엘레베이터를 갈아타야 했기에 별 생각 없었지요. 그런데 지하1층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당황한 저는 다시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 2층에 있는 안내데스크로 갔습니다. 2명의 역무원이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저는 지상으로 가는 엘레베이터를 찾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역무원이
" 지상으로 가는 엘레베이터는 없어요" 하길래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왔는데, 어떻게 밖에 나가나요?" 하자 역무원 왈
"한 층 올라가서(지하1층)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와달라 부탁하세요"
"......"
저는 기가 막혔습니다. 역무원은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나 있는데,게다가 바쁘지도 않아서 둘이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니요?!?!
때마침 거의 다 왔다는 연락을 받았던 남편이 근처라며 전화를 주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상황을 설명했고,남편과 윗층(지하1층)에서 만났지요. 남편은 다음에 올때에 자신이 마중을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데,역무원과 얘기를 해보겠다며 안내데스크로 갔다 왔습니다. 그러더니 남편이 하는 말,
" 원래는 공익근무원이 유모차 들어주는데, 지금은 경찰서 가서 없다. 자신들은 유모차 들어주다 망가지면 개인이 물어줘야 해서 도와주지 못하게 되어있다. 어쩔 수 없으니 행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 고 했다는 겁니다.
아니, 그럼 공익근무요원이 도와주다가 유모차 망가지면 지히철공사에서 보상해 주고, 역무원이 도와주다 망가지면 모르는척 한다는 겁니까? 유모차 들다가 망가진다는 소리도 처음이고, 말도 안되는 핑계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 돕기보다 수다떨면서 시간 보내는 역무원들에게 화가났습니다.

아이 엄마가 된 저는 평범한 사람들처럼 지하철도 맘편하게 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아마 엘레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은 이곳만이 아니겠지요.

아이 없을땐 몰랐는데, 지하철 타려니 엘레베이터도 찾아 헤메야하고, 가까운 길도 돌아 돌아 가야하고, 그나마 그것도 없으면 도와줄 사람도 찾아 헤매야합니다..

이러면서 인구정책이 어쩔시구, 인구 절벽이네 뭐네, 아이를 낳아라 말아라..이럴겁니까?!
아이 낳으니 어린아이 맏기고 일하러 나가기 맘편하지 않고, 대중교통으로 외출하기도 쉽지 않고..


처음엔 화가났다가 좀 짜증도 났다가 점점 서글퍼졌습니다. 우리 엄마때도 다 이렇게 키웠다는데, 언제쯤 달라질까요?

ps, 대흥역 역무원님들, 정말 유모차 망가져서 돈 물어줘야 할까봐 도와주지 않는 거예요? 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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