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수능도 망쳤다

ㅇㅇ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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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 다 좋은 대학교에 갔다. 나도 가고 싶었다. 아쉬움은 나를 세번째 수능까지 이끌었다.잘 살지 못한 형편에도 내 도전을 응원해준 부모님 덕에 원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하루종일 똑같은 삶을 3년째 보냈다. 덕분에 내 나이는 열아홉에서 멈췄다. 친구들은 어른이 된 것 같은데 나만 고3에 머물고 있는 것 같았다. 삼수를 시작하고 첫 달은 아침에 눈뜨는게 지옥같았다.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내야 한다는게, 그리고 이 삶을 앞으로 9개월 더 해야한다는게 끔찍했다. 그럼에도 적응해나갔다. 친했던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겨갔다. 외롭고 힘들었다. 그래도 버텼다. 하루는 학원비를 결제하고 영수증을 보며 혼자 숨어서 펑펑 울었던 기억도 있다. 이렇게 지원해주시는 부모님께 너무 미안했다.

매일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늘 지나와보면 내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마음보다는 늘 아쉬움이 제일 크게 남는 것 같다. 왜 더 독해지지 못했을까, 왜 더 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과 자괴감이 가장 크게 남는다.  

오늘도 수능을 망쳤다. 현역 때부터 발목을 잡던 국어는 끝까지 내 발목을 잡았다.
세번의 수능을 준비하면서 많이 배웠고 늘었다고 느꼈는데 오늘 내가 쌓아온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서 너무 허무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지금의 나에게 있어 큰 위로가 되지 않는다.대학이 전부가 아니란 걸 느꼈다면 삼수까지 오지도 않았겠지.
결국 다 내 탓인데, 누굴 탓해. 

사람들의 시선이 무섭다. 기대했을 가족과 친구들, 삼수했는데 이 정도 밖에 못해 라는 주변의 평가들, 우리 가족을 무시했던 사람들까지. 나도 할 수 있단걸 보여주고 싶었는데 보여주지 못했다. 

너무 비참한데 말할 곳이 없다. 부모님 앞에서 울면 너무 속상해하실거 같고, 친구들 앞에서 울면 너무 나약해 보일 것 같다. 원래 힘든걸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 성격탓도 있다.

여기다 쓰면 좀 나아질까? 최선을 다했으니 괜찮다. 아니, 사실 진짜 괜찮지가 않다. 하나도 안 괜찮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주까지 있는 논술시험 열심히 보고 올 수 있게 큰 힘이 되어주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