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보고싶어

ㅇㅇ2019.12.02
조회581

이 새벽에 마음이 너무 먹먹해져서 깼어

오빠는 저번에도 똑같이 나한테 남은 감정이 사랑이 아니라 정인 것 같다며 나를 밀어냈었어
그랬으면서 후회한다고, 한 번 잃어봐서 내가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달았기 때문에 너를 잃지 않을 거라고 하며 다시 만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빠는 이번에도 똑같네

그로부터 두 달밖에 지나지 않았었어
오빠는 참 이기적이더라
아침에 한 시간을 버스로 달려 온 나한테 한 동안 말이 없더니 대뜸 설레는 것보다는 편한 감정이 커져서 친구 같다며, 그래서 어떻게 할 지 고민이라고 했지
나는 저번과 똑같은 상황에 이제는 슬픔보다는 화가 나서 그러면 그냥 나 만나지 말라고.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돌아섰어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한 것도 나고, 먼저 다 차단한 것도 나지만
차인 건 차인 건지 너무너무 힘드네
오빠는 맨날 자기 맘대로 나를 당겼다 밀쳐냈다가
항상 마음고생은 나만 했지
지금도 그렇고

그렇지만 말이야 나도 참 호구같은 사람인가 봐
오빠가 너무너무 보고싶어
내가 먼저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지만 사실 연락해 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어
먼저 인스타고 뭐고 다 차단해놓고 오빠가 페이스북 친구 끊은 거 서운해 하는 게 어이없겠지만 보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어 이제 진짜 끝이구나 라고 생각했어

나 저번하고는 다르게 이번에는 최선을 다했어
할 수 있는 대로 사랑했고 오빠 시간을 침범하지도 않았고 내 시간도 잘 챙겼고 화내고 연락해 달라고 징징 보채는 일도 없었어
그래서 그다지 후회되는 건 없어 그래서 많이 울지도 않았어

전처럼 오빠가 준 선물들 끌어안고 몇 시간을 통곡하며 보내지도 않았고 죄책감 때문에 자다가 일어나서 엄마한테 나 죽겠다고 안기지도 않았어

그런데 이번엔 죄책감 때문에 통곡하기보다는 너무 보고싶어서 눈물이 조금씩 나

아침마다 속 아프다고 끼니 걸렀잖아. 밥은 안 매운 걸로 잘 먹고 다니는지,
입술 뜯어서 피 나면서 맨날 립밤 까먹고 다니던 오빠 지금은 립밤 잘 챙겨 다니는지,
이제는 내가 기다리고 있다고 빨리 안 뛰어나가도 되니까 여유롭게 준비하면서 많이 까칠해진 피부에 로션은 안 까먹고 꼬박꼬박 바르기는 할는지.

오빠 얼굴 향기 목소리 다 너무너무 생각나
오빠는 이제 나한테 연락할 일 절대 없겠지만
공부에 신경쓴다고 나같은 거 생각나도 다시 참아버리겠지만
공부하다가 너무 힘들면 너무 힘들다고 자꾸 너 생각이 난다고 나 찾아 줬으면 좋겠다
다신 연락하지 말라고 한 사람이 할 소리는 아닌가

어쨌든 그래 나 너무 힘들어 오빠가 없어서

근데 또 화나기도 한다?
편한 감정보다는 설레는 게 사랑이라고 느낀다면 어장관리 하면서 썸녀나 백만 명 만들지 라는 생각도 했어 그렇게 못 하는 사람인 줄 알면서

편해진 거든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는 말이든 다 변명이라고 생각해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그랬어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이제 없는 것 같다고 미래 고민 때문에 너무 지치는데 너까지 신경쓰기 힘들다고 그러니까 그냥 헤어지자고

또 마음은 약해서 오빠 딴에서는 나 배려해 준다고 그런 거겠지

배려는 무슨.. 어떻게 할 지 모르겠어 라고 하면서 몇날 며칠 밤을 고생시키다가 결국은 전처럼 똑같은 결말을 맞게 했을 거면서 그게 무슨 배려야

진짜 밉다 너무 미워
어떤 마음인지, 어떤 생각인지.
고민은 요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나한테 솔직하게 털어놓은 적도 없고 항상 오빠는 사랑한다고 한 다음 날 예고도 없이 나를 나락으로 끌어내렸잖아

그게 더 힘든 거라는 거 모르는 건지 항상 참 답답했어
오빠 진짜 못난 거 알지

근데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
전날까지도 오빠랑 크리스마스에 뭐 할지 오빠 생일선물은 뭘 줄지 고민했는데
내 생각은 온통 오빠였는데

내년에는 계절마다 사진 찍자고 눈 오는 날 만나자고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을 나한테 그렇게 많이 하고 편해진 것 같다니 어떻다느니

진짜 밉다 후회도 절대 안 하겠지만
내가 힘든 만큼 오빠도 가끔가다 내 생각 나서 나만큼 잘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며 울기도 했으면 좋겠어

나랑 오빠는 서로 처음 겪는 추억들이 많았고
서로 처음으로 가장 오래 사귀었고 살면서 가장 많이 좋아했었으니까

연락은 모르겠어 와도 안 와도 둘 다 기분은 별로일 것 같아
즐거운 생각을 하려다가도 항상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가 버려서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네

죽을 것 같다 진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