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탱아 사랑해 -3-

시간공작소200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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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민우는 입안에 게장을 우물우물 먹으면서

"엄마는 아마도 상상도 못할거야?..내가 요즈음 어떻게 사는지...아 글쎄.."

민우는 아차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중단했지만 이미 뱉어버린 말이 아니던가?
소쿠리들고 얼른 뛰어가서 떨어진 밤줍듯이 줏을수 있다면 좋으련만...
민우의 뒷꼭지가 따끔거리는걸 느낄수 있었다.

굳이 뒤돌아볼 필요가 있을까?
세영의 두눈에서 레이저광선이 나와서 민우의 뒷덜미를 태우고 있었다.
민우의 등줄기로 또르륵 식은땀이 흘렀다.
후폭풍이 두려운 까닭에...
살아남는 길은 단하나 점수를 따야한다.

민우는 큰소리로

"엄마는 뭐하러 이런것은 가져오고 그래..무겁게
내가 요즈음 얼마나 호위호식하면서 잘사는데..
앞으로는 이런것 가져오지마.."
이녀석이 지금 나를 도와주는것 맞냐? 어째..

"그래? 알았다. 도로 가져가마."

민우는 번개처럼 밑반찬이랑 간장게장 그릇을 와락 안더니

"줬다가 뺏는게 어디있어? 이번만 놓고 가고 다음부터는 가져오지마."

"그러면 오늘은 무거워서 안가져왔는데 불고기감 재워놓은것은 갔다버려야겠구나."

고기라면 환장을 하는 민우는 군침을 꿀꺽 삼키다가 갔다버린다는 말에
뭐마려운 강아지마냥 안타까움이 안면가득 역력했다.

"먹을걸 버리면 벌받는다는데...
난 엄마 벌받는것 싫으니깐 이따가 운동마치고 가지러 갈께."
니놈이 그러면 그렇치...

시어머니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식탁위에 있는 라면국물을 보시고 세영에게

"애야 이것 라면아니냐? 아침부터 무슨 라면이니?"

"어머니 사실은..."

이때 민우가

"아침먹고 갑자기 라면생각이 나서 내가 끓여달라고해서 먹은거야.
이사람은 몸에 안좋다고 안된다고 했는데..내가 떼써서 할수없어서 끓여준거야."

시어머니는 민우의 팔을 찰싹때리면서

"밥 먹으면 됐지. 라면은 무슨 라면이야? 몸에도 안좋은데..
그리고 새아가 앞으로는 라면 끓여달라고 해도 절대 끓여주지말아라."

"네에. 어머니"

시어머니는 일어나서 여기저기를 둘러보셨다.

싱크대에 수북이 쌓여있는 설겆이감..
텅빈 냉장고
청소불량

여기저기에 시어머니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못마땅한 소재들이 여기저기
널려있는 옷가지만큼이나 많았다.

"아니 너는 청소는 하는 거니? 쯧쯧..."

세영은 고개를 푹숙였다.

시어머니는 주섬주섬 주위에 물건을 정리하면서

"아무리 바깥일이 바뻐도 그렇치 살림하는 여자로써의 기본은 지켜야지..
아니 너희 엄마는..."

"어머니 그냥 두세요. 제가 와서 치울께요."

"아니다. 내가 안봤으면 몰라도...아~ 너희들 출근해야지..
그러면 내가 민우가 오늘 집으로 오니깐 퇴근할때 그때 열쇠 받아가라.
안늦었냐?"

세영은 말은 안했지만 떨떠름하고 뭔가 불안함이 밀려와서 현관에서
주춤주춤하고 있는데 게장이 묻은 손가락을 쪽쪽빨면서 아~ 맛있다하고 있는
민우의 뒷통수가 유난히 미워보였다.

출근시간에 밀려서 어쩔수 없이 집을 나왔지만 찜찜한 기분은 지울수 없었다.
아니 오시기전에 전화정도는 해주셔야하는것 아닌가?
놀이방 가는 내내 세영은 궁시렁됐다.

"민우야..너는 출근안하냐?"

"지금 갈거야..."

"그런데 정말 거기 안옮길거냐?"

"엄마는 또 그런소리한다."

"너가 갈데가 없냐? 왜 그런데 남아서 쌩고생을 하니?"

민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나살자고 같이 고생한 동료들 버릴수 없어."

민우가 몸담고 있는 유도팀이 예전과 달리 회사가 부도까지 근접할정도로
어려워지자 구조조정대상으로 해서 가장먼저 거론되었는데
사실 유도라는 종목이 그렇게 평소에 각광받는 인기종목도 아니고
올림픽에 메달땄다고 하면 그제서야 일반인들은 그렇구나 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런 정리가 너무나 당연할지도 모른다.
민우는 예전에 국가대표를 한적도 있고 요즈음 한창뜨고 있는 스포츠 얼짱이라고 해서
매스컴에서 몇번 오르내리면서 팬까페도 여러개 생길정도로 스타급이라서
팀이 해체되더라고 갈곳은 있지만
만일 팀의 간판급인 민우가 다른곳으로 옮기게 되면
유도팀 해체는 정해진 사실이라고 할수있다.
그렇게되면 나머지 동료들 대부분은 어쩔수 없이 운동을 포기할수 밖에 없을것이다.
민우는 그것이 싫은것이다.
누구보다 이팀을 사랑하기에..

회사측에서는 아무런 뒷말 없게 유도팀이 스스로 해체되게 몇가지 제안을 했는데
회사가 어려우므로 유도팀도 회사에 도움이 될수있게 본사건설현장에서
3일정도 일을 하고 거기다가 임금삭감도 감수할수 있다면
회사측에서도 유도팀을 해체를 하지 않겠다는것이다.
이것은 누가봐도 불합리하지만 지금은 그런것을 따질 형편이 아니므로
팀원들은 분한마음을 속으로 삭히면서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오늘은 체육관이 아닌 건설현장쪽으로 출근하는 길이다.

"쯧쯧...운동선수가 운동을 해야지.."

"어이구 잔소리폭탄 떨어지겠네..얼른 피신해야겠네..엄마 갔다올께."
민우가 인사를 하고 후다닥 나가자 뒤에다 대고

"얌마 점심값은 있는거야?"


"장선생님 늦으셨네요."

"아~ 죄송합니다. 원장선생님. "

"요즈음 신혼이라고 너무 무리하는것 아닌가요?"

"아이참..원장선생님도..."

"좋을때죠..나도 그런때가 있었는데요.."

"원장선생님은 아직도 젊으신데요. 뭐.."

"아~ 현관에서 이러지 마시고 안으로 들어가죠.. 추운데.."
하면서 원장은 세영의 어깨에 팔을 엎어서 감싸듯하면서
들어가자고 하자 세영은 어색해하면서 같이 몇걸음 걷다가
어깨를 약간 빼면서 원장의 팔에서 벗어나서
먼저 앞서서 종종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세영의 뒷모습을 음흉한 눈길로 보면서

'그년 엉덩이가 빵빵한게 사내놈 여러죽였겠구만...흐흐 '


"선생님 안녕하세요."

"네에 안녕하세요."

현관앞에 놀이방으로 병아리처럼 재잘되면서 들어오는
아이들에게 일일이 웃으면서 인사를 하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휴~ 이제 겨우 끝났네. 전쟁이야 전쟁...장선생님도 이리와서 커피한잔 하세요."
하선생은 허리를 두드리면서 세영에게 말하자

"네에 갈께요."

점심먹고 율동하면서 조금놀다가 2시부터 3시30까지 낮잠자는 시간이라서
애들을 재우고 그동안 선생님들은 한숨을 돌린다.

아이들 자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어떤 보석이 아이들보다 아름다울까?

세영은 아이들이 뒤척이면서 걷어놓은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선생님들이 있는
식탁에 앉자 선생님 한분이 세영에게 커피를 내준다.

"연희엄마가 늦동이를 가졌데요."

"정말 어머 웬일이야..그 아줌마 마흔 중반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낳아서 어떻게 키운데...나는 애하나도 걱정이 태백산만한데.."

"누군지 몰라도 바깥양반 정력도 좋으시네..."

그러자 다들 까르르 웃는다.

"아참 장선생님.."

"네"

"아까 아침에 보니깐 원장선생님이랑 친한것 같던데..."

세영은 아침에 일을 떠올리고

"아하~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러면 다행이구요.."

하선생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즈막하게

"장선생님이 여기 오신적이 얼마안되서 잘모르시겠지만 조심하세요."

"왜요? 무슨일있나요?"

"여자관계가 복잡한가봐요. 놀이방에 찾아오는 여자도 계속 바뀌고..
아무튼 만사불여튼튼이라도 조심하는게 최고죠."

"네에 명심할께요."

아이들이 자는 방에서 우는 소리가 나자 하선생은 그쪽으로 가면서

"아영이가 또 자다가 깼나보네..그래 간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