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시장에서 장사를 하십니다. 집이 시골이고 주변에 빈 땅들이 많이 있는데, 몇 년 전부터 땅 주인의 허락을 받아 오이, 당근, 상추 같은 잡다한 야채를 심어 시장에 내다팔곤 하십니다...
"아들아! 오늘은 6천원어치 팔아부렀당 날이 추운께 사람들이 통 없고마잉~"
새벽부터 장사를 나가도 요즘은 수입이 늘 이 모양이라며 늘 투정을 하십니다. 그 소리가 지겨운 나는 또 "아이씨! 시끄러 죽겠어 도대체가! 나 티비 봐야하니까 조용히좀 해!"....망할놈의 입으로 항상 이렇게 맘에 없는 소리를 불쑥 내뱉곤 합니다.
전 흔히 소아마비라고 말하는 하지기능장애 4급 장애인 입니다. 고등학교 중퇴에, 이십 대 후반이 다 되가도록 이렇다 할 직장이 없는 백수이기도 하구요...4급 장애는 나라에서 돈도 얼마 안나오고, 해택도 여느 정상인들과 비슷하기에 우리집의 주 수입은 엄마가 야채를 팔아 가져오는 돈입니다. 아버지는 제가 중학교때 돌아가셨구요...누나는 시집을 간지라 엄마랑 저랑 단 둘이만 살고 있습니다...어제는 엄마가 장사를 끝내고 신이 나서 돌아왔더군요..."아들아! 요것 바라잉 요것이 오리털인가 뭐시깽인가 허는디 아따 5천원이나 달라는걸 내 깍아서 3천원에 사와부렀다! 예쁘지잉?"
조끼였는데..딱 보니까 팔려다가 안팔리는거 덤탱이 씌워서 판 것 같은데 저 쓰레기 같은게 뭐가 저리 이쁘다고 저 호들갑을 떠는지..."엄마! 왜 맨날 멍청하게 사기만 당하고 살어? 저게 무슨 오리털이야? 솜털도 아주 싸구려 솜털이고만..." 말을 하면서 또다시 아차 싶었습니다...난 왜 이모양인지...진짜 구제 불능인가 봅니다..."아들아 그라지 말고 낼 우리 마트나 안갈려? 저짝에 마트가 십상 좋다드라잉!"....다리 때문에 밖에 나가는걸 꺼리는 저였지만 방금은 말 실수를 한 것 같아 군 말 없이 나가겠다 약속을 했습니다.
낮부터 부잡스레 밥을 먹고 엄마를 따라 마트에 갔습니다. "와! 여기 허벌나게 좋고마잉~ 긍께 우리 시장이 장사가 안되는 거여!" 엄마는 입으로 투덜거리면서도 잘도 이것 좋겄다, 저것도 사고싶다 아주 노래를 부르더군요...창피한 마음에 "엄마! 만원짜리 한 장 가져와서 그걸 어떻게 다 사? 걍 조용히 사고싶은 것만 사고 빨리가!".....나도 모르게 또 욱 해버렸습니다.
쇼핑을 하고 계산을 하러 나가는데 "삐삐삐~" 엄마가 지나가자 경보음 같은게 들렸습니다. 계산해 주는 여자가 "손님, 잠시만요" 하며 어떤 남자를 부르더군요...남자가 와서 다시 계산대를 지나가보라고 하고..지나가니 또 다시 "삐삐삐~" 경보음 소리가 났습니다. 가방을 놓고 지나가는데도 계속 그런 소리가 나자 남자 2명이 더 오더니 엄마 몸을 뒤졌습니다. "잉? 이게 뭣허는 짓이여?" 엄마가 당황해서 물어보니까 한 남자가 계산이 안 된 물건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계산 안 하고 집어넣은 물건이 있냐고 되 물었습니다.
"뭐가 어쩌고 저쩌? 이것들이 지금 날 도둑년 취급 하는거여? 내가 저짝 북부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인디 넘이 내 돈 띄먹은 적은 있어도 난 넘의돈 절대 안 띄어먹어!" 화가 난 엄마가 무작정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 시선이 이쪽으로 고정되었고...난 왠지 엄마가 그런 일을 겪어 안타까운 마음보다 창피한 마음이 먼저 생겼습니다..."아들아! 너가 봤제? 이 애미가 뭐 훔치디? 훔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저에게 꽃히는게 느껴 졌습니다...뭐라도 엄마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주어야 했는데......너무나도 창피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마트를 나와 버렸습니다...나갈때 누가 "어머..저 사람 장애인 인가봐" 하더군요...
밖으로 나가니까 왠지 눈물이 났습니다. 엄마는 도둑년, 나는 장애인...누가 봐도 후질구레한 옷차림...여느 누가 도둑이라고 의심해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두고온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너무나도 죄송스럽고 내가 진짜 죽일놈이다 내가 정말 못된놈이다...순간 제 자신이 너무나도 미웠습니다...어떻게 그 상황에서 엄마를 놔두고 나 혼자 나왔는지...엄마에게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하지만 마트에 다시 들어간다는게 끔찍하게 싫어 혼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와서 또 다시 한참을 울었습니다...얼마를 그러고 있었는데 엄마가 오더군요..."아들아! 엄마 왔다잉 울 아들 어제 엄마 옷만 샀다고 삐진거시여? 혼차 가불고 말이여! 엄마가 느 옷사왔다! 봐라".....어떻게 그런 수난을 당하고 저런 목소리가 나오는지...그 와중에 내 옷은 또 어떻게 사왔는지...너무나도 궁금한게 많았지만 "엄마가 뭔 돈이 있다고 이런걸 사와?" 퉁명 스런 말이 먼저 튀어 나왔습니다...엄마는 아랑곳 하지 않고 "요고이 요즘 너그들 입는 거람서? 젤 잘나간다고 허길래 사와부렀다~" 신나게 말을 했습니다...갑자기 나도 모르게 먹먹해 졌습니다...그 상황에서도 엄마는 내 생각을 한건가...미안한 마음에 조심스럽게 물어 봤습니다. "엄마...저기 아까 마트에서는 어떻게 됐어?"
듣고 보니, 엄마가 어제 시장에서 산 3천원짜리 조끼랑 마트에서 쓰는 딱지(도난 방지 딱지 같음)가 같은 거라서 경보음이 울렸나 봅니다. 알아보니 그 곳에서 그런 옷은 안 판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며 상품권 3만원 짜리를 줬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내가 엄마 조끼를 보고 화를 낸 걸 엄마는 내 옷 안사고 자기옷만 사서 내가 삐진 줄 알고 마음에 걸렸었나 봅니다...아마 오늘 마트를 가자고 한 것도 그것 때문인가 싶었습니다...그런 것도 모르고 난...
엄마는 저녁을 차려먹으라고 하시곤 급하게 친구네 집에 놀러간다며 나가셨습니다...아마 어제 산 저 옷을 자랑하러 가시는 거겠죠...아무도 부러워 해 주지 않을 법한 옷을 엄마는 자랑하러 나갔습니다...엄마가 가고 나서 쇼핑백을 열어봤는데 마루라고 써 있는 스웨터가 보였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2만 8천원이라고 써 있더군요...엄마는 어제 3천원짜리 조끼를 사서 그 수모를 겪었는데...도둑년 취급 받으며 받은 돈으로 내 옷을 사 왔다니...아까 엄마를 혼자두고 나와버린 내가 정말 나쁜놈 같이 느껴 졌습니다...인간 말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무서웠을지...상상만 해도 내가 미워졌습니다. 그런 엄마한테 옷 사줘서 고맙다고도 못하고...
엄마는 도대체 왜 나에게 이렇게 조건 없이 잘 해 주는건지...내가 아무리 싫은 소릴 해도 헤헤 웃으면서 또다시 말도 걸어주시고...내가 장애인이라서 불쌍해서 그러는 걸까요? 아니면 나같이 싸가지 없는 것도 자식이라고 그저 예뻐 보여서 그러시는 걸까요? 엄마한테 짜증내지 말아야 하는데...엄마한테 잘해야 하는데 왜 난 자꾸 욕만 하게 되고, 싫은 소리만 하게 되는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엄마를 기쁘게 해드릴까요? 아니, 어떻게 해야 엄마에게 싫은 소리를 안 하게 될까요? 내일 마트에 다시 가서 내 옷을 엄마 옷으로 바꿔 오려고 생각하는데 그냥 가서 바꿔달라면 바꿔주는 건가요? 생각해보니 도대체 하나에서 열까지 난 아는게 하나도 없습니다...도대체 그 동안 뭘 하고 살았는지...이렇게 생겨 먹었다니...도대체 어떻게 해야 엄마에게 잘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상처주지 않는지 제발 조언 좀 해주세요...엄마에게 너무 죄송스러워서 계속 눈물이 납니다.
[도와주세요]마트에서 도둑년 취급당한 우리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