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2주. 배운점.

ㅇㅇ2019.12.07
조회1,434
20대 중반 여자에요.
헤어진지 오늘 딱 2주가 되었어요.
정말 사랑하는 남자랑 헤어졌어요.
짧지도 길지도 않은 일년 반 연애하면서 다시 없을만큼 소중한 연애를 했고 정말 많은 추억을 쌓았어요.

너무 잘맞는 사람이었고 다시 없을만큼 서로에게 빠져서 어쩌면 이 사람과 평생 함께하겠구나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비혼을 결심했었던 제가 잠시나마 가족을 꾸리고 같이 늙어가는 상상도 했는데 헤어지게 된게 지금도 조금은 꿈같아요. 함께한 시간이 꿈 같기도 하고, 헤어진 사실이 꿈같기도 하고.

헤어짐에 있어 결정적인 원인은 서로의 커리어로 인해
해외 장거리가 되는 일이었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쪽이 커리어를 완전히 접어야하는 상황이 왔는데 , 현실적으로 어느 한 쪽도 쉽게 그걸 결정할 수는 없으니까 결국 헤어지게 됐어요.
여자인 제가 다 포기하고 그 나라로 갈까 하고 생각도 했었지만 제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면 저를 다 잃는 기분이 들고 또 그 나라에서 그사람에게만 의지하게 되는 삶이 과연 행복할까 하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할 수가 없어서 한참을 고민하고, 또 그 나라에서 내가 하던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러서 헤어짐을 결정했습니다. 그 사람도 제가 자기 하나만 보고 이동하는걸 원하지 않았어요. 제가 자립할 수 있고 또 이 나라가 좋다면 모르겠지만 자기만이 이유이면 제 성격에 너무 힘들거라고. 본인의 이기적인 마음은 제가 모든걸 내버리고 와주길 바라지만 언젠가 조금이라도 일상이 힘들때 자기 뒷모습을 보면서 후회하는 듯한 한숨을 쉬게 되는 날이 올까봐 그 생각을 하면 무섭다고 하더라고요. 반대로 그 사람이 모든걸 접고 제가 있는 곳으로 올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만 그러기에는 그 사람도 잃을 것이 너무 많았어요...저도 언젠가 그 사람이 후회하는 한숨을 쉬면 스스로가 용서가 안될거같은 생각이 들어서 만류했고 한달간의 대화 끝에 결국 서로의 성공과 행복한 앞날을 빌어주면서 울면서 헤어지게 됐어요.


이별 한 뒤에 가슴을 치면서 울어본 일이 없는데 정말 처음 며칠간은 밥 한끼도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프질 않고 울음이 나는데 너무 고통스러워서 가슴을 치면서 울었어요. 며칠간은 그냥 미쳐서 지금 당장 전화를 하면 받을텐데, 당장 일을 그만두고 함께 살자고 할까? 식을 올리자고 해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었죠.

슬퍼할 시간도 마음껏 가질 수가 없는 일상 때문에 일을 계속 해야하는게 참 슬펐어요.

그러다가 그 사람에게서 헤어진지 사흘만에

“아직 사흘밖에 되지 않았는데 마치 일주일이 지난것 같아. 우리는 너무 좋은 사이였어. 그리고 문자를 보면 네가 아마 울겠지만 아직도 널 많이 사랑하고 있고 네 생각만 계속 하고 있어. 알람이 뜰때마다 너이길 바라고 있어...제발 상황이 바뀌게 되어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라고 문자가 왔어요.

문자를 받기 전까지만해도 마음이 찢어지도록 아팠는데 신기하게도 이 문자를 보고 마음이 정리가 되더라고요.
마지막 문장을 읽기 전까지는 눈물을 흘리면서 당장 전화를 걸뻔 했는데 결국 마지막 문장 때문에 모든것이 소용이 없다는걸 깨달았어요...
나도 그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결국 상황이 바뀌지 않은 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없다는걸 마지막 문장에서 너무 잘 확인해서요. 그리고 그 상황이라는게 하루 아침에 바뀔 것도 아니고 또 바뀔리도 없다는게 너무 잘 느껴져서요.

한편으로는 우리가 커리어를 쌓는 일이 아직 더 중요한 시기에 서로를 만난건 서로가 운명이 아니었던거겠죠. 그래서 아프든 슬프든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거겠죠. 만약 정말로 운명이었더라면 지금 커리어가 덜 중요하게 느껴졌겠죠? 많은것을 포기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이 사람보다는 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겠죠?

그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헤어지길 잘했다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는 중입니다. 정말 사랑했는데, 아직도 사랑하는데 현실의 벽을 넘지는 못하나봐요. 슬프지만 마음은 차분해집니다. 간절히 상황이 바뀔 수 있길 바라지만 그조차도 방법이 불투명해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어가야겠죠.

사랑하면 이별할 리가 없다고 다 핑계라고 하는데, 그건 나쁜말 같아요. 어릴때는 사랑하는데 왜 헤어져? 그건 그만큼 사랑하진 않는거겠지. 하는데 이기적이고 어린 생각이었어요. 나의 삶만큼이나 상대의 삶도 사랑하게 된다면 절대 나를 위해서 무언가를 포기하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현실의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니라서 목숨을 걸고 사랑할 수가 없고 함께 하는 삶이 무조건 더 행복하지는 않으리라는 점, 그래서 때로는 서로를 놔주기도 해야한다는 걸 이번 연애를 통해 배웠어요...

글 읽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