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나 결국 대학 못 간다ㅎㅎㅎ

ㅇㅇ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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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많이 힘들었나 봐... 미안해 이제 진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아직 나는 젊은 것 같은데 세상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를 않네 나도 이젠 지쳤고 뭘 해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고등학교 친구들이 있는 학교로 가도 걔네는 2학년이고 나는 이제 1학년인데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걔네랑 잘 지낼 자신도 없고... 죽어도 가기 싫던 학교여서 작년 성적으로 갈 수 있었는데도 도망치듯 재수했는데 결국엔 이렇게 되네... 근데 나 진짜 착하게 살았어 올해는 욕도 안하고 친구들 보고 싶어도 참았고 술도 정말 힘들 때만 한 캔 정도 마시고 공부도 정말정말 열심히 했어 몸도 많이 상했고 마음도 많이 상했어 나 진짜 너무 힘들었어......근데 웃긴 건 뭔지 알아? 나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른다 내가 어떤 걸 하고 싶어하는지 나중에 뭘로 밥벌어먹고 살 건지 진짜로 모르겠어 웃기지 지금 내 상황으로 봐서는 딱 목표 하나 정해놓고 그것만 바라보면서 죽어라 달려도 모자랄 판인데 난 그런 거 진짜 하나도 모르겠어. 나 지금까지 계속 공부만 해서 그런 거 몰라. 근데 공부를 했는데, 실패했어. 차라리 공부를 안 하고 특성화고 같은 데 가서 기술배워서 취직한 친구들이 나보다 더 앞서가고 있는 것 같아서 불안해 웃기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공부를 잘하던 내 앞에는 찬란한 미래가 공부를 못하던 걔네들 앞에는 어둠이 있을 것 같더니 인생 재밌다. 나 진짜 어떡하지 그래도 변명 몇 마디 해보자면 나 20년 동안 성실하게 산 것 같아 딱히 사고도 안 치고 공부 열심히 하고 한때는 외고 들어가서 엄마아빠 자랑거리가 되기도 했고 들어가서도 내신따려고 나름 열심히 살았고 스펙도 쌓으려고 노력 많이 했고. 그렇게 3년동안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 수시 하향으로 쓴 학교까지 다 떨어지고 정시로는 도저히 가고 싶었던 학교를 못 갈 것 같아서 다시 9개월을 그 생활을 했어. 정확히 말하자면 훨씬 더 치열하게 살았어. 근데도 그대로. 열심히 안 했냐고? 아니 진짜로 열심히 살았어. 학원에서 모의고사 치면 서성한 떴고 잘 봤을 때는 연고대 상경도 뜨더라. 아 못해도 경희대 정도는 가겠구나 싶었지 자만이라고 본다면 자만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수능도 얼마 안 남았는데 그 정도 가늠은 해 볼 수 있는 거잖아? 근데 수능 일주일 전부터 콧물이 나더라. 참을 수 없을 만큼 나서 교실에서 도저히 자습을 못하고 화장실 가서 자습했어. 너무 불안했어 1년, 아니 거의 20년을 준비해서 치는 시험인데 이렇게 쉽게 깨져버린다고? 그렇더라. 수능시험장 가서 계속 콧물만 나더라. 처음엔 콧물 계속 삼켰지. 삼키면 삼킬수록 머리가 아파서 생각이 평소처럼 빨리 안 됐어. 항상 안정적으로 1등급이 나오던 영어도 88점을 받았고. 듣기는 태어나서 처음 틀려봤어. 머리가 너무 아파져서 한국사 시간에 잠깐 코풀러 나갔다가, 나중엔 아예 휴지로 코 틀어막고 시험쳤어. 결과는 뻔하지. 작년이랑 똑같이 나왔어. 조금 더 오르긴 올랐는데, 그렇게 유의미한 발전이라고는 생각이 안 드네. 그렇게 수능 말아먹고, 논술카드가 있어서 논술 수업 좀 듣고 바로 시험치러 갔다. 논술수업 때 내 글 읽을 때마다 쌤들이 잘 썼다 그러더라. 이 정도면 붙을 것 같냐고 물어보니까 그렇대. 지방에 있는 조그만 학원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학원 논술쌤들이 그러니까 나도 될 거라고 생각했지. 실제로 시험장에서도 연습 때보다 더 잘 써서 나름 기대하고 있었고. 근데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오늘 결과 발표가 났는데 한 군데도 희망이 없어. 예비도 못 받은 게 대부분이고 예비도 엄청 끝번호라서 아마 안 될 것 같아. 사실 논술 되기 힘들다는 말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진짜 이 정도면 논술 누가 붙나 싶더라. 음 그래서 내 말은, 나 대학 못 간다고ㅎㅎ 아 술은 한 모금도 안 마셨고 지금 정신 완전 말짱해. 그냥 마음이 좀 답답해서 여기라도 이렇게 적고 가고 싶었어. 사람들 말이 인생에서 대학이 다가 아니라는데 이렇게 준비해서 대학 다 떨어지고 나니까 나는 뭘 해도 안 될 새낀가 싶기도 하고 별 생각이 다 드네... 그리고 인생에서 대학이 다가 아니란 말도 뚜렷한 비전이 있고 노력이 뒷받침될 때나 가능한 얘기지 지금의 나는 목표도 없고, 이렇게 초라한걸. 그나마 자신이 있던 공부라는 분야에 있어서도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는데, 다른 분야로 가게 된다고 내가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고, 아까 말했다시피 지금의 나는 너무 지쳐서 더 이상 뭔가를 향해 달리고 싶지가 않아. 의욕도 없고, 더는 타오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매년 수능 때마다 자살하시는 분들이 나오던데, 내가 감히 그분들을 이해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그분들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어제 2시까지 기도한다고 잠을 적게 잤더니 피곤하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6시간이면 엄청 많이 잔 거였는데 말이야ㅋㅋ다들 일찍 자 수면시간 적어지니까 피부가 엄청 안 좋아지더라ㅋㅋㅋ아 생각해 보니까 여기 20대 판인데 그럼 내가 제일 어린 건데 지금까지 반말 찍찍하고 있었네....ㅋㅋㅋㅋㅋ아 모르겠다 그냥 올릴래 읽어봐줘서 고마워 봐 주는 사람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렇게라도 풀고 나니까 마음이 좀 나아진 것 같아. 다들 좋은 꿈 꿨으면 좋겠어 진짜로

+추가글 12.12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이 글을 쓰고 잠들었던 것 같아요... 댓글이 이렇게 달렸는데 왜 알림이 하나도 안 왔지..
써 주신 댓글들 하나하나 다 읽어 봤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께서 위로의 말들을 남겨 주셨어요. 감사합니다. 또 여러 가지 조언들이나 따끔한 말들도, 받아들여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을 망친 날 밤, 그리고 이후 며칠 밤 동안은 계속 울었어요. 제가 그 시험을 제 손으로 말아먹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동시에 모든 것이 끝났다는 공허함과, 결실을 똑바로 맺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 같아요. 미련이 남았던 거죠. 이건 올해도, 작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딱 하나 달랐던 건 올해는 과정상 후회가 작년보다는 덜하더라 이것뿐이었고, 막상 제 앞에 들이닥친 성적표에 찍힌 등급은 작년과 차이가 없었어요. 실패였죠, 결과적으로.
논술은, 근데 타격이 수능보다는 크지 않네요. 논술 공부를 게을리해 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 년 가까운 시간 동안 준비한 수능을 한 번 망하고 나니까 마음이 어느 정도 비워진 것 같아요. 차라리 좀 후련하기도 하고... 논술까지 다 떨어지고 나니까 음.. 잘 모르겠어요 생각 정리를 더 하고 싶어요 아직은. 기분이 묘하네요. 지거국이라도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언제까지 스스로를 다독이고 합리화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전 어디까지 내려가려는 걸까요? 그래도 수능 때는 죽을 만큼 힘들었는데, 논술은 그 정도는 아니에요. 다행인 것 같아요... 아니면 아직 체감을 못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후폭풍이 나중에 심하게 올지도 모르지만, 그것도 제가 안고 가야 하는 거잖아요.

많은 분들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제 행복에 신경을 써 보려고 합니다. 오늘 택배가 왔어요. 논술 발표나기 하루 전날, 인터넷으로 기초화장품 이것저것 주문해 놓은 것들이에요. 원래는 논술 합격 발표가 나고, 모든 입시가 끝나면 그때부터 마음놓고 자기관리 하면서 일 년 동안 망가진 피부도 관리하고 다이어트도 할 계획이었는데, 싹 다 불합격해 버렸네요. 그래서 기분도 안 나고 해서 주문을 취소할까 고민을 했었는데 그냥 쓰기로 했어요. 일 년의 시간에 대한 저 스스로에게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요. 무엇보다 지금 저에겐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요... 옷도 몇 벌 사 보려고요. 그 동안 맨날 똑같은 옷만 입어서. 수험생활 한다고 못 읽은 책도 조금씩 읽어 보고.
그리고 제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재수할 때 옆에 친구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평소에 조금씩 했었어요. 제 미래에 대해 상상하지 않고서는 수험생활을 견뎌내기가 힘들더라고요. 그치만 꿈이라는 게 생각한다고 하루아침에 생기지는 않더라고요. 정말로 몇 년에 걸쳐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인가 봐요.

어쨌든 내년에 대학은 갈 예정입니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곳은 부산대나 경북대 중 한 곳이에요. 원래 지방에 살고 있던 사람이라 이쪽 아니면 인서울 중 하나라는 인식이 강해서... 아무리 봐도 서울 쪽으로는 만족할 만한 대학을 못 가겠더라고요. 반수를 생각하는 중이라, 과는 제가 외고에서 배운 외국어 어문과를 갈 생각이에요. 장래성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지만 언어 특성상 초기 진입장벽이 높아서, 보통 처음 배우는 사람 기준으로 처음 몇 달은 허우적대다가 나중에는 노력하는 만큼 비례해서 실력이 오르는 언어예요. 1학기 때 학과공부와 수능공부를 병행하다 2학기를 휴학하고 수능공부를 집중적으로 해 볼까 생각 중이에요. 이 계획을 실현하기에는 경영학과같이 아예 새로운 분야를 배우는 것보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워 온 언어의 어문과를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내린 판단입니다. 학과 커리큘럼을 좀 더 자세히 보긴 해야겠지만요... 어차피 상경대를 간다고 해도 이 학교에 만족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정확히는 이 도시에요. 지거국 졸업하면 거기서 살아야 되니까.. 반수할 생각 있으니까 인풋대비 아웃풋 학점을 잘 낼 수 있는 학과를 가서 1학기 학점을 잘 받아보자는 전략인데, 혹시 이 판단에 대해서 조언해 주실 분 계시면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서 내린 결론인데 제가 아직 사회경험이 없어서 확신이 잘 안 서네요. 이게 맞는 건지.

아니 추가글인데 왜 이렇게 길어지죠.....??? 본문보다 더 길어지는 것 같네. 마무리해야 될 것 같아요 저라도 다 안 읽을 것 같은데. 댓글 써 주신 분들, 그리고 글 읽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톡선?에도 올랐더라고요? 원래 제가 댓글 하나하나 다 답글을 달아야 하는 건데, 요즘 정시 원서를 연구해야 해서 그렇게는 하지 못할 것 같고, 대신 앞으로 힘들거나 마음 흔들릴 때마다 이 글 찾아오겠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힘든 나날들을 보내시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많이 힘들겠지만, 여러분 인생의 주인공은 여러분이라는 걸 꼭 기억하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오늘도 힘내서 열심히 살아보자구요. 나중에는 그 땐 그랬지, 하면서 웃을 날이 올 거예요!!!

음 써놓고 보니까 되게 별로네요ㅋㅋ여러분이 지금 인생의 최정점에 있는지, 최하점에 있는지 모르는 건데, 또 앞으로 미래가 어두워만 질지 아니면 진짜로 웃을 날이 있을지 모르는 건데. 사실 진짜 힘든 사람 입장에서는 힘내자! 꽃길만 걸을 거야! 이런 말이 전혀 와닿지 않을 수 있는 거잖아요.... 저도 그랬고. 나도 힘들지만, 나처럼 힘든 사람들에게 내가 무슨 말을 해 줄 수 있을까. 음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까지 힘든 일 많았죠? 좌절도 많이 했을 거고, 자책도 많이 했을 거에요. 근데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 자체가 결코 헛된 일은 아니었을 거에요. 제가 다녔던 학원 종강할 때, 어떤 쌤이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자기는 재수 안 하고 연세대 들어갔다.(반애들 탄식ㅋㅋ) 연대 들어가니까, 별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 재수는 진짜 흔하고, 삼수도 몇몇 있었고, 나이 차가 8살 나는 형도 봤다.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저 사람들보다는 우월하지 하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재수 삼수 안 하고 이 학교 바로 왔으니까, 저 사람들보다 시기적으로 앞선 거잖아? 그런데 가면 갈수록 그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확실히 재수 이상 해서 들어온 사람들은 생각이 깊고 자신의 길이 뚜렷한 사람들이더라. 보니까 그 사람들은, 재수한 경험 때문인지 아니면 시기적 절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진로를 개척하는 데 있어서 정말로 적극적으로 임하더라. 그러니까 여러분도 절대로 늦는다는 생각 하지 말고 대학 가서 하고 싶은 것 다 누리면서, 꿈을 향해 나아갔으면 좋겠다" 재수생들이 고3들보다 우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너희는 너희의 시간에 맞게 살아가는 중이라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재수생들아, 우리는 친구들 대학 다닐 때 그 지겨운 수험생활 1년 더 했어. 그 과정에서 어떤 걸 얻었는지는 너희 스스로가 알 거라고 생각해. 막 목디스크 허리통증 이런 거 말고ㅋㅋㅋ음 예를 들면 할일이 태산만큼 쌓였을 때 우선순위를 정해서 하나하나 처리해 나가는 능력? 아니면 엄청나게 긴장되는 상황적 압박 속에서 차분하게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능력? 또 재수 생활을 매일매일 하면서 얻은 성실함과 꾸준함? 극한상황에 몰렸을 때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방법? 이런 것들도, 우리 친구들이 대학 다니면서 얻은 지식이나 인간관계, 팀플이나 글쓰기 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능력들이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우리 2019년, 의미 없이 날려 버린 1년이라고만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 어쩌면 니네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한 해를 부정하게 되는 것 아니겠냐. 결과도 좋았으면 제일 좋았겠지. 근데 어쩌냐 수능은 끝났는데. 결과가 안 좋다고 네 스스로가 한 노력들까지 부정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그랬는데, 많이 힘들거든. 아무튼 올 한 해 너무 고생 많았어. 앞으로 찬란한 미래만 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미래만 생각하면 막막하겠지. 그래도 일단은 한 해 열심히 달려왔으니까, 스스로에게 보상을 줬으면 좋겠다. 그게 휴식이든 공부든. 난 운동도 하고 피부관리도 하고 책도 좀 읽고 쇼핑도 해 보려고. 그러고 나면 올해도 마무리될 테고, 새해가 시작되지 않겠니. 그러면 매년 그랬듯이 새해 계획도 짜 보는 거야. 2020년이니까, 작년하고는 뭔가 다른 게 있을 거란 말이지. 그리고 다시 달리는 거야. 그게 대학이 됐든 아니면 다른 길이 됐든.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보다는 더 나은 나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한다면, 난 무조건 성공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입시에서 벗어나서도, 매일매일을 그만큼 열심히 산다면 정말로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거야... 고생했어 친구들! 힘내자

2019년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