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뚱한 남자와의 연애

ㅇㅇ2019.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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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5살차이나는 키큰 통뚱한 남자와 약 한달간 만났었지.
그 이후 나는 통통이상의 남자들을 싫어하게 되었다.

1. 밥먹을때
기본적으로 둘이 밥먹으면 아무리 많이 먹는다해도 3인분 이상 먹는거면 그건 먹방BJ감이다.
먹방비제이도 아닌데, 얘는 3인분 그 이상을 먹었다.
예를 들어 중국집에 가서 면요리 2개에 마파두부를 시켰다. 나는 면요리 조금에 마파두부 먹으니 배가 불러 수저를 놓았다. 거의 0.7인분 먹었지. 근데 이사람은 나머지 2.3인분은 거뜬히 먹고, 밥좀 더 시켜먹어도 될까? 하고 더시켜서 마파두부에 밥을 비벼 우걱우걱 잘 먹었다.
사람이 밥을 잘 먹는건 참 복스럽고 보기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사람은 아니다. 연애 기간, 그 짧은 한달간 이사람의 얼굴이 점차 부어오르는게 보였다.
한달간 사귀며 찍은 셀카들... 내가 이쁜건 아니지만 이목구비를 빼고 실루엣만 보면 살빼기전 스윙스와 임보라 같았다.
점점 부어오르는 얼굴과 날이 갈수록 데이트 코스의 대부분이 음식점이 되어버린 나는 다짐했다. 뚱뚱한 남자와는 만나지않겠다고.

2. 옷
하루는 이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로고가 크게박힌 흰 반팔티를 입고왔다. 평소에 깔끔하고 또 무난하게 입기 좋은 브랜드라 신발과 후드티를 기본템으로 가지고 있었는데.. 이날 이후, 그 브랜드의 티와 운동화를 입고 신으려 할 때마다 이사람이 떠올라서 입기가 꺼려졌다.
로고가 원래 그렇게 크지 않을텐데... 짝퉁인가..? 아니겠지 자기 누나가 미국에서 직접 직구해서 오신건데.... 근데 로고가 왜저렇게 클까..? 마침 지나가는 옆 남자도 같은 티를 입고 있다. 근데.. 로고 크기가 다르다.
그런데.. 이 사람의 로고는.. 뭔가 굴곡 져있다.. 왜냐면,, 살에 늘어나서.. 그런거 같다고 짐작했다.
1.밥먹을때 에서 말한 거 처럼 식사를 거 하게 했더니.. 로고가 더 커졌다... 정이 조금씩 떨어졌다.

3. 운전
이 사람과 이별을 마음먹게 된 계기가 이 사건인 것 같다. 하루는 이 사람과 주거지 근교로 드라이브를 갔다. 평소에 운전 많이한다, 잘한다 허세를 부렸었지.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자차 없었고. 나도 자차 없으니 아무런 불만 없었다. 그런데 요근래 들어 차량 천장에 붙은 손잡이를 손에 땀이 나도록 꼬오오옥 잡은 경험은 이때가 처음인 것 같다. 이날 이후 택시나 대중교통을 제외한 모르는 사람이 모는 차는 타기 꺼려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식사를 하러 가기위해 예약한 식당으로 갔다. 주차장은 인근 공용주차장이었고. 그 주차장 사장은 돈에 눈이 멀어, 조그만 땅에 많은 차를 받으려고 억지로 주차칸을 좁게좁게 구성한듯 하였다.
그사람이 주차을 하였고, 나는 옆에 주차된 차가 긁히지않게 좁은 틈을 비집고 차 문을 조심스레 열어 차에서 내렸다. 그런데 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아직 차 안에 있었다.

오빠 왜 안내려?

궁금하여 묻던 찰나에 그는 문을 열어 내리려고 시도하였으나 효과는 미미하였다. 통뚱한 팔 하나 내밀었더니 머리와 어깨 까진 나왔으나 배, 엉덩이는 차체와 차문 사이로 나오지 못하고 바둥바둥 거리고 있었다.

아...

차마 보기가 힘들어서 뒤돌아 말했다.

오빠.. 나 내렸으니 주차 오른쪽으로 더 밀착해서 내려..

이 말 후 10분 후, 식사를 하러 들어갈 수 있었다.

4. 땀 마법사

한여름은 덥다. 한여름 오후 2시에 10분가량이상 밖에 머물면, 마른 체구의 나도 땀을 어느정도 많이 흘린다.
그런데 이 날 나는 사람이 땀을 많이 흘리고 물을 먹지않으면 탈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간접 확인하였다. 사람이 그렇게 많은 땀을 흘릴수 있다는 것을 보았지...

식사와 디저트만 반복된 그와의 데이트에 리프레시를 선사하기 위해 그날 그시간에 산책데이트를 하자고한 그의 제안을 승락한 내가 정말 어리석었다.
한여름 어느날 오후2시 그사람과 밥을 먹고 주변을 산책했다. 한 10분 산책했을까? 그는 분명 그날 회색셔츠를 입고왔다. 근데 갑자기 셔츠가 차콜색이 되었다. 마법이다. 10분만에 !!!
그가 힘들어보여 인근 카페에 들어가 땀을 식혔다. 오빠가 힘들어 보인다며 어디가서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먹자고 시원한 곳으로 끌고간 나를 그는 천사라고했지.. 근데 미안. 부끄러워서그랬어..
그렇게 땀을 어느정도 식히고 기분낼겸 신상 카메라어플을 켜 같이 셀카를 찍었다. 브이라인, 눈크게 등 자체보정이 너무 잘되어 나도 그도 모두 잘 나와 매우 만족하여 좀전에 있었던 차콜마법사건은 잊어버렸다.
그런데 집에와서 셀카를 다시 확인했더니,, 나에게 어깨동무하여 밀착된 그의 팔과 가슴사이.. 겨드랑이가 차콜색이었다,, 이때 다시 정이 떨어졌다.

5.느림보 게으름뱅이

이사람과 나는 소개팅으로 만났다. 보통 사람들은 소개팅을 하게되면 사람을 처음 만나는 자리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 더 열심히 꾸미고 준비한다.
근데 이사람은 보통 사람들이 아닌가보다. 첫만남에 보여준 수줍은 콧털, 셔츠에 꽂혀있는 등 쪽의 머리카락 2가닥, 결정적으로 15분 지각.....

후.. 쓰면 쓸수록 내용이 길어져서 그만써야겠다.

주선자를 생각해서 한번 두번 만나기만 할랬으나, 너무 복스럽고 신기하게 잘 먹길래 신기해서 한달간 만났더니.. 통뚱남 혐오를 새겨준 그.

절대 잊을수 없을 나의 짧고 굵게 박힌 한 여름의 사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