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신혜는 누군가의 아역, 누군가의 딸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싫다며 새로운 역에 도전해보고 싶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욕심 많은 열여덟 소녀의 성장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쭉!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최근 십대들을 인터뷰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박신혜가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는데, 왜 어른이 된 내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그들은 하지 않았던 걸까. 일찍 연예인이 된 십대들은 분명 그 또래와는 다른 부분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또래가 누리지 못하는 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대부분의 십대 연예인들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녀들,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뛰어다니는 소년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어가 불가능한 10대들은 어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자유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너무 일찍 철이 들고 자유를 잃은 연예인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박신혜에게 자유를 바라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바라는 건 없어요. 제 사생활에 대해서는 만족해요.” 그럴 수 있는 것은, 그녀 역시 다른 십대들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줄 모르는 천진난만한 구석을 갖고 있기 때문 일거다. “싸이월드도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고, 친구들하고도 밖에서 자유롭게 노는 걸요.” “학교에서는 어때요?” 라고 묻자 슈퍼맨처럼 팔을 쭉 뻗으며 “요즘에는 학교에서 막 날아다녀요.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그러거든요. 학교는 제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잖아요. 학생이니까.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녀요.” 란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학생이니까 학교에도 가잖아요. 조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주위에서 계속 그 이야기만 하는 거에요. 밖에서 조심해라, 학교에서도 조심해라. 그게 싫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는 사람 같아서 싫더라고요.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 같고, 친구들이 밖에서 놀자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싫어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녔어요.” 박신혜가 이런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긍정적인 생각이 영향을 미쳤다. “요즘엔 누가 알아보면 고맙다고 생각해요. 누가 욕을 하면 반대로 돌려서 생각하고요. 가볍게 훌훌 털어버리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상처를 없애요.” 십대들은 쉽게 낭만적인 비관에 빠지곤 한다. 고민이 많으니까.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며 일찌감치 사회에 나온 박신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 듯했다. “학업에 지장이 굉장히 많겠어요?” 하자, “근데 어쩌겠어요? 학생이 하고 싶은 걸 도와주는 게 학교인데. (일동 폭소)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니까요. 나 좋은 쪽으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키가 큰 것 같아요. 살도 빠진 것 같고. 163센티미터 정도였는데 5센티미터는 컸어요. 살은 좀 더 빠져야 되는데 잘 안 빠지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키가 커서 다행이에요.
<천국의 나무>에서 부쩍 여자 느낌이 많이 나던데, 촬영은 어땠어요? (‘지금 회상하고 있다’고 말하듯 눈동자를 굴리며)눈밭에서 뒹굴고, 울고, 맞고. 근데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보다 고생하신 분들이 많아서.
신혜 씨가 제일 많이 맞았잖아요. 그건 사실이에요.(웃음) 근데 김청 선생님께서 저 때리면서 우셨어요. 미안하다고. 그래서 제가 더 죄송했어요. <천국의 나무>는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았어요. 제가 <도마뱀> 때랑 지금이랑 얼굴이 달라요. 그때는 더 말랐는데, <천국의 나무> 찍으면서 쪘거든요.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살이 쪄요. 그래서 촬영 중간에 이미지가 달라져서 아쉬웠어요.
촬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 연기 면에서 아쉬운 게 많아요. 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어린 나이잖아요.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밤마다 혼자 울기도 했어요. 부모님도 보고 싶고, 촬영하면서는 만날 뛰고 맞고. 근데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 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빨리 촬영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도 촬영 중에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나 보네요? 그럼요! 어떻게 도망쳐요? 그런 생각은 일찍 접었요.(웃음)
눈물 연기할 때는 무슨 생각해요? 내가 겪은 힘든 일과 드라마 속 힘든 일, 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되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30분 전부터 그런 생각만 하면서 눈물을 참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상대방 대사에 감정을 고조시켜서 눈물을 흘려요. 예전에는 너무 눈물이 안 나서 슬펐던 일을 생각한 적이 있어요. 엄마랑 싸운 일이나 외할머니 돌아가신 일 같은 거. (알 수 없다는 듯)근데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일찍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나한테 맞아서 하는 건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서 하는 건지, 그런 생각해봤어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헷갈리더라고요. 내가 이게 잘 맞아서 하는 일인가, 아니면 시작했으니까 하는 건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드라마 끝나고 영화 들어가기 전까지가 그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영화 들어가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내가 가장 즐거운 순간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꿈이 많을 나이잖아요. 어렸을 때는 경찰이 꿈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그때 엄마 가방에 돈 봉투가 있었는데 백만 원인가 있었어요. 그거면 내가 좋아하는 마이구미와 요쿠르트가 겿개지, 하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그래, 내가 나중에 크면 경찰이 돼서 이 세상의 모든 도둑을 잡아버려야겠다.(일동 폭소) 그 꿈을 몇 년 동안 갖고 있었어요.
굉장히 신기한 동기 부여인데요? 다른 꿈이 하나 더 있어요. 근데 그건 제2의 꿈으로 놔두려고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유아교육학과 같은 데 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보육원 운영 같은 건 나이 들면 할 수 있으니까 제2의 꿈으로 남겨두려고요.
어떤 면에서? 남한테 지는 걸 싫어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지는 거. 연기나 춤이나 밀리는게 싫어요. 도전정신도 강한 편이고. 보통 배우들이 넘어지거나 차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몸을 사리잖아요. 근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천국의 나무>때는 오히려 제가 먼저 차에 뛰어들었다가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이제는 몸을 보호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탐났던 작품이 있다면요? <너는 내 운명>재밌게 봤어요.
(음흉한 눈빛으로)18세 관람가 아닌가요? 음.. 연기를 넓히기 위해서.(일동 웃음)
너무 임기응변에 능한 거 아니예요? 제가 말 돌리는 걸 잘해요. 그래서 상처를 잘 안 받아요.(웃음)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 역할이랑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선배님 역할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되게 많아요. 그래서 빨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어요. 어리니까 안 된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서. 예전에는 지금 이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안 그래요.
그래도 아역 많이 안 한 편이죠? 그게 싫어서 아역이 한참 많이 들어올 때 잠깐 쉬었어요. <천국의 나무> 떄 사람들이 어린 애가 나이 든 연기 하는게 어색하다고 했었는데, 맞는 얘기잖아요. 무리해서 지금 당장 성인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하나의 캐릭터를 다 연기하고 싶으니까 나이가 들고 싶은 거예요.
이번에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에서 주연 맡았잖아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라 1인 2역을 했어요. 10년 전에 동생이 물에 빠져 죽고 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언니가 잠에서 깨어나면서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요. 어떻게 보면 <콩쥐팥쥐>의 현대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니가 동생에게 나쁘게 굴거든요. 근데 팥쥐가 콩쥐한테 나쁘게 대한 건 시기 때문이잖아요.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데, 이런 마음. 사람들이 동생만 바라보니까 언니가 동생에게 한풀이를 하는 거예요.
한 명은 귀신이고, 한 명은 귀신 때문에 공포를 느끼잖아요. 한 명의 감정과 상황에 빠지기도 힘든데 두 명을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귀신 대역 하시는 분이 있어서 같이 호흡을 맞춰주셨어요. 복녀(소복녀의 애칭) 언니라고, 예쁜 분이 있어요.(일동 웃음) 덕분에 귀신 분장은 많이 안했어요. 얼굴 나오는 거 제외하고는. 그래서 동생 효진이의 감정은 짧게 연기 했는데, 편하면서 아쉽기도 해요.
첫 주연 영화인데 특별히 공포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어요? 아니요. 특별하게 그런 건 아니에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제 나이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누구의 아역이나 누구의 딸밖에 없더라고요.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 너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걸 깨기 위해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는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고, 역할도 제 나이대에 맞아서 택하게 됐어요.
재희 씨와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처음엔 제가 오빠를 무서워했는데 연기하면서 통하는 것도 많았고, 잘 챙겨줘요.
혹시라도 귀신 분장하고 무섭지는 않았어요? 저는 현장에서 활발해요. 뛰어다니고. 그런데 사람들이 피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귀신 분장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웃음)
다른 영화 촬영과 달리 긴박하게 진행됐다고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제 별명이 ‘급졸음’이에요.(웃음) 조명 세팅하는 사이에 조명을 받으면서 자고 있어요. 잠을 많이 못자니까 쉬는 틈이 생길 때마다 졸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보고 기면증이 있는 줄 알았대요. (일동 폭소)
존경하는 배우 있어요? 문소리 선배님이요. 고두심 선생님이나 김수미 선생님도 존경해요. 그 선생님들처럼 롱런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면? 연극도 배워보고 싶어요. 연극은 ng가 없으니까, 몇 개월 동안 연습한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잖아요. 그 한 번의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박신혜- 스크린 인터뷰
i wanna grow up 박신혜
박신혜는 누군가의 아역, 누군가의 딸 역할에만 머무는 것이 싫다며 새로운 역에 도전해보고 싶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그래도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욕심 많은 열여덟 소녀의 성장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쭉!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최근 십대들을 인터뷰할 일이 몇 번 있었는데,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박신혜가 처음이었다. 왜 그랬을까. 나도 어렸을 땐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했는데, 왜 어른이 된 내가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그들은 하지 않았던 걸까. 일찍 연예인이 된 십대들은 분명 그 또래와는 다른 부분을 갖고 있다. 사람들은 그들이 또래가 누리지 못하는 걸 누리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대부분의 십대 연예인들은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녀들, 큰 소리로 욕을 하며 뛰어다니는 소년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생동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어가 불가능한 10대들은 어른들이 동경해 마지않는 자유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너무 일찍 철이 들고 자유를 잃은 연예인들은 자유를 갈망한다.
박신혜에게 자유를 바라지는 않느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의외였다. “바라는 건 없어요. 제 사생활에 대해서는 만족해요.” 그럴 수 있는 것은, 그녀 역시 다른 십대들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할 줄 모르는 천진난만한 구석을 갖고 있기 때문 일거다. “싸이월드도 꾸미고 싶은 대로 꾸미고, 친구들하고도 밖에서 자유롭게 노는 걸요.” “학교에서는 어때요?” 라고 묻자 슈퍼맨처럼 팔을 쭉 뻗으며 “요즘에는 학교에서 막 날아다녀요. 복도에서 뛰어다니고 그러거든요. 학교는 제가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 중 하나잖아요. 학생이니까.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다녀요.” 란다.
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사실이 처음부터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아니다. “성인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학생이니까 학교에도 가잖아요. 조심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주위에서 계속 그 이야기만 하는 거에요. 밖에서 조심해라, 학교에서도 조심해라. 그게 싫었어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신기했는데, 나중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있는 사람 같아서 싫더라고요. 자아를 잃어버리는 것 같고, 친구들이 밖에서 놀자고 하면 사람들이 알아보는 게 싫어서 모자를 푹 눌러 쓰고 다녔어요.”
박신혜가 이런 부담을 극복할 수 있었던 데는 긍정적인 생각이 영향을 미쳤다. “요즘엔 누가 알아보면 고맙다고 생각해요. 누가 욕을 하면 반대로 돌려서 생각하고요. 가볍게 훌훌 털어버리거나 음악을 들으면서 상처를 없애요.” 십대들은 쉽게 낭만적인 비관에 빠지곤 한다. 고민이 많으니까. 하지만 연기를 시작하며 일찌감치 사회에 나온 박신혜는 스스로를 자유롭게 하는 방법을 터득한 듯했다. “학업에 지장이 굉장히 많겠어요?” 하자, “근데 어쩌겠어요? 학생이 하고 싶은 걸 도와주는 게 학교인데. (일동 폭소) 이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니까요. 나 좋은 쪽으로”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키가 큰 것 같아요. 살도 빠진 것 같고.
163센티미터 정도였는데 5센티미터는 컸어요. 살은 좀 더 빠져야 되는데 잘 안 빠지더라고요. (웃음) 그래도 키가 커서 다행이에요.
<천국의 나무>에서 부쩍 여자 느낌이 많이 나던데, 촬영은 어땠어요?
(‘지금 회상하고 있다’고 말하듯 눈동자를 굴리며)눈밭에서 뒹굴고, 울고, 맞고. 근데 힘들다고 말할 수가 없더라고요. 저보다 고생하신 분들이 많아서.
신혜 씨가 제일 많이 맞았잖아요.
그건 사실이에요.(웃음) 근데 김청 선생님께서 저 때리면서 우셨어요. 미안하다고. 그래서 제가 더 죄송했어요. <천국의 나무>는 여러모로 아쉬운 게 많았어요. 제가 <도마뱀> 때랑 지금이랑 얼굴이 달라요. 그때는 더 말랐는데, <천국의 나무> 찍으면서 쪘거든요. 제가 스트레스 받으면 살이 쪄요. 그래서 촬영 중간에 이미지가 달라져서 아쉬웠어요.
촬영하면서 아쉬운 점은 없었어요?
연기 면에서 아쉬운 게 많아요. 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표현하기에는 어린 나이잖아요. 감독님한테 혼나기도 하고, 밤마다 혼자 울기도 했어요. 부모님도 보고 싶고, 촬영하면서는 만날 뛰고 맞고. 근데 후회는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힘들 때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빨리 촬영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은 했어요.
그래도 촬영 중에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나 보네요?
그럼요! 어떻게 도망쳐요? 그런 생각은 일찍 접었요.(웃음)
눈물 연기할 때는 무슨 생각해요?
내가 겪은 힘든 일과 드라마 속 힘든 일, 다 생각해요. 그러니까 되더라고요. 촬영 들어가기 30분 전부터 그런 생각만 하면서 눈물을 참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상대방 대사에 감정을 고조시켜서 눈물을 흘려요. 예전에는 너무 눈물이 안 나서 슬펐던 일을 생각한 적이 있어요. 엄마랑 싸운 일이나 외할머니 돌아가신 일 같은 거. (알 수 없다는 듯)근데 사랑이라는 감정은 참..
일찍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게 정말 나한테 맞아서 하는 건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서 하는 건지, 그런 생각해봤어요?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갈수록 헷갈리더라고요. 내가 이게 잘 맞아서 하는 일인가, 아니면 시작했으니까 하는 건가. 작년 말에서 올해 초 드라마 끝나고 영화 들어가기 전까지가 그 기간이었어요. 그래서 영화 들어가면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근데 내가 가장 즐거운 순간은 카메라 앞에 섰을 때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아요.
꿈이 많을 나이잖아요.
어렸을 때는 경찰이 꿈이었어요. 제가 어렸을 때 집에 도둑이 들었어요. 그때 엄마 가방에 돈 봉투가 있었는데 백만 원인가 있었어요. 그거면 내가 좋아하는 마이구미와 요쿠르트가 겿개지, 하니까 너무 화가 나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어요. (두 주먹을 불끈 쥐며)그래, 내가 나중에 크면 경찰이 돼서 이 세상의 모든 도둑을 잡아버려야겠다.(일동 폭소) 그 꿈을 몇 년 동안 갖고 있었어요.
굉장히 신기한 동기 부여인데요?
다른 꿈이 하나 더 있어요. 근데 그건 제2의 꿈으로 놔두려고요. 아이들을 좋아해서 유아교육학과 같은 데 가고 싶었거든요. 근데 보육원 운영 같은 건 나이 들면 할 수 있으니까 제2의 꿈으로 남겨두려고요.
욕심 많아요?
모르겠어요.(매니저에게)저 욕심 많아요,오빠?(매니저가’응’이라고 말하자)많대요.
어떤 면에서?
남한테 지는 걸 싫어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에 있어서 지는 거. 연기나 춤이나 밀리는게 싫어요. 도전정신도 강한 편이고. 보통 배우들이 넘어지거나 차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몸을 사리잖아요. 근데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천국의 나무>때는 오히려 제가 먼저 차에 뛰어들었다가 감독님한테 혼났어요. 이제는 몸을 보호하면서 어색하지 않게 연기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영화나 드라마 보면서 탐났던 작품이 있다면요?
<너는 내 운명>재밌게 봤어요.
(음흉한 눈빛으로)18세 관람가 아닌가요?
음.. 연기를 넓히기 위해서.(일동 웃음)
너무 임기응변에 능한 거 아니예요?
제가 말 돌리는 걸 잘해요. 그래서 상처를 잘 안 받아요.(웃음) <친절한 금자씨>에서 금자씨 역할이랑 <오아시스>에서 문소리 선배님 역할 같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되게 많아요. 그래서 빨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어요. 어리니까 안 된다는 이야기 듣기 싫어서. 예전에는 지금 이대로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즘엔 안 그래요.
그래도 아역 많이 안 한 편이죠?
그게 싫어서 아역이 한참 많이 들어올 때 잠깐 쉬었어요. <천국의 나무> 떄 사람들이 어린 애가 나이 든 연기 하는게 어색하다고 했었는데, 맞는 얘기잖아요. 무리해서 지금 당장 성인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저 제가 하나의 캐릭터를 다 연기하고 싶으니까 나이가 들고 싶은 거예요.
이번에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에서 주연 맡았잖아요.
쌍둥이 자매의 이야기라 1인 2역을 했어요. 10년 전에 동생이 물에 빠져 죽고 언니가 혼수상태에 빠지는데, 언니가 잠에서 깨어나면서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나요. 어떻게 보면 <콩쥐팥쥐>의 현대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언니가 동생에게 나쁘게 굴거든요. 근데 팥쥐가 콩쥐한테 나쁘게 대한 건 시기 때문이잖아요. 나도 사랑받을 수 있는데, 이런 마음. 사람들이 동생만 바라보니까 언니가 동생에게 한풀이를 하는 거예요.
한 명은 귀신이고, 한 명은 귀신 때문에 공포를 느끼잖아요. 한 명의 감정과 상황에 빠지기도 힘든데 두 명을 연기하기 힘들지 않았어요?
귀신 대역 하시는 분이 있어서 같이 호흡을 맞춰주셨어요. 복녀(소복녀의 애칭) 언니라고, 예쁜 분이 있어요.(일동 웃음) 덕분에 귀신 분장은 많이 안했어요. 얼굴 나오는 거 제외하고는. 그래서 동생 효진이의 감정은 짧게 연기 했는데, 편하면서 아쉽기도 해요.
첫 주연 영화인데 특별히 공포영화를 택한 이유가 있어요?
아니요. 특별하게 그런 건 아니에요. 드라마가 끝나고 나서 제 나이에 맞는 작품을 고르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누구의 아역이나 누구의 딸밖에 없더라고요. 제 모습을 보여주기엔 너무 한정되어 있잖아요. 그걸 깨기 위해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전설의 고향-쌍둥이 자매 비사>는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고, 역할도 제 나이대에 맞아서 택하게 됐어요.
재희 씨와 연기하는 건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처음엔 제가 오빠를 무서워했는데 연기하면서 통하는 것도 많았고, 잘 챙겨줘요.
혹시라도 귀신 분장하고 무섭지는 않았어요?
저는 현장에서 활발해요. 뛰어다니고. 그런데 사람들이 피하더라고요. 생각해 보니까 제가 귀신 분장을 하고 있었던 거예요.(웃음)
다른 영화 촬영과 달리 긴박하게 진행됐다고 들었어요.
촬영장에서 제 별명이 ‘급졸음’이에요.(웃음) 조명 세팅하는 사이에 조명을 받으면서 자고 있어요. 잠을 많이 못자니까 쉬는 틈이 생길 때마다 졸아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보고 기면증이 있는 줄 알았대요. (일동 폭소)
존경하는 배우 있어요?
문소리 선배님이요. 고두심 선생님이나 김수미 선생님도 존경해요. 그 선생님들처럼 롱런하고 싶어요.
앞으로의 삶을 그려본다면?
연극도 배워보고 싶어요. 연극은 ng가 없으니까, 몇 개월 동안 연습한 걸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단 한 번뿐이잖아요. 그 한 번의 무대에 서보고 싶어요.
글 장연선 기자 / 사진 김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