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자꾸 네 생각이 나는지

ㅇㅇ201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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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됐네 얼굴 안 본지도. 이제 나는 곧 떠나. 더 이상 널 볼 기회도 없어. 더 넓은 세상에서 각자의 길을 걷게 되겠지. 난 솔직히 아직 너무 두려워.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넌 어때? 너라면 이 변화를 덤덤하게 받아들일 것 같다. 최근 며칠동안은 너가 빨리 내 삶에서 사라져주길 바랐어. 친구들한테 아무렇지 않은 척 네 얘기했지만 집에 와서 몇시간을 울었어. 이젠 너의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듣는다는 게, 한때 그토록 살려내려고 애썼던 관계가 결국 이렇게 한줌으로 남았다는 게. 나한텐 도저히 견딜 수 없을만큼 힘들더라. 내 삶에서 너만큼 마음 속 깊숙이 들어온 사람은 없었어. 아직도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도망칠 새도 없이 눈 돌릴 틈도 없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빠졌던 것 같아.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꿈같아. 내 삶에 선물처럼 찾아왔던 너를, 이젠 겨우 다 지워냈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렇게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있는지. 요즘 들어 더 자꾸 네 생각이 난다. 전에 썼던 오래된 핸드폰을 오랜만에 다시 꺼내봤어. 전화기록부에 온통 네 이름이더라. 사진첩도 마찬가지고. 액정이 다 깨져서 우리 사진이 울퉁불퉁하게 보이는데 기억은 막 찍어낸 필름처럼 선명하게 남아있더라.

떠나는 게 무서워. 너가 내 옆에 아직 남아있었다면 뭐라고 말해줬을까? 여전히 너는 위로하는 법을 몰라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말없이 등을 토닥여줬을까? 예전처럼 장문으로 써진 편지를 조용히 손에 쥐어줬을까? 난 이제 널 다시 볼 수가 없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서서히 널 잊어가겠지. 고마웠어. 많이 사랑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