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지나고보니

ㅇㅇ2019.12.31
조회4,537
거의 2년간을 날 한번도 봐주지 않는 그 사람만 바라보고 지냈다.

다 지나고보니 내가 참 많이 사랑했었지 싶다.
후회 없을만큼 표현도 해보고, 화도 내보고, 달래도 보고, 잡아도 보고...

그래도 하고 싶은거 다 해서 후회는 없다.
그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엔 구질구질하다 생각했었지만 후회없는 지금이 차라리 다행이다 싶다.



다 지나고 보니 그는 참 날 안 사랑했었지 싶다.

본인 입으로 내뱉은 약속 한번을 안지킨 그사람.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발렌타인도, 늘 나만 챙겼지 나를 한번 안 챙겨준 사람.
소소한 초콜릿 하나, 편지 하나 안준 그 사람.

자기 집에 화장하고 오라고 요구하며, 본인은 게임을 하면서 나에게 집안일을 시키던 사람.
전화통화 하면 내 말을 단 한번도 귀담아듣지 않던 사람.

헤어지고도 자기가 나쁜 사람이라 사귀지는 못하겠다고, 근데 너를 진짜 좋아하긴 한다며 희망고문하며 잠자리는 하자던 사람.
술 만취상태에 필름끊긴 나를 피임도 안하고 안은 다음에, 최소 사후피임약이라도 사다달랬더니 은행계좌 부르라던 사람.



한때는 너무 화가 나서 죽여버리고 싶었는데...
너무 힘들어서 내가 죽을까 하다가, 이런 일을 겪고 나만 그렇게 되면 그건 억울하니 죽이고 죽을까 하다가...

주변에 나를 아껴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들만 두고, 나를 정말 조심조심히 다뤄주는 분을 만나니, 신기하게도 그 기억도 희미해져간다.
무너진 자존감이 조금씩 올라간다.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떤 가치관이 있었는지, 무얼 즐겨했는지, 조금씩 기억이 난다.

웃기게도 이런 얘기해도 화내지 않고 나를 더 꼭 안아준다. 아프면 새벽에도 맛있는걸 사들고 온다.
한결같이 집앞까지 바래다준다.
한결같이 문자도, 전화도 무시한적이 없다.
스킨십에 얼어버리면, 멈춰주고 괜찮은지 물어준다. 그리고 내가 원할때까지 몇주, 몇달이고 하지 않는다.

그래도 순간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면, 그걸 토로하면, 복수는 훨씬 가치있는 내 인생이 대가라 말리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것 자체가 인과가 있다며- 그치만 그건 정말 멀리(10년, 20년을) 내다봐야하는 일이라며- 해주는게, 너무 고맙다.
내 화에 나 자신이 먹히지 않게 지탱해주는 그 사람이, 너무도 고맙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하게 살고자 했던 옛날 내 모습을 지켜주는 그 사람이 너무 고맙다.



2020년엔 여기 있는 모든 분들도, 나도, 아프지 않은 사랑만 하길 바래요.
새해에는 한없이 기대기만했던 그 사람에게 이젠 내가 좀더 힘이 되는 사람, 좋은 사람이 되고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