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 두고 이민간다는 대책없는 부모님때문에 미치겠습니다.

2020.01.11
조회168
안녕하세요 저는 23살 대학생입니다.
저에게는 올해로 다섯살이 되는 남동생이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당연히 제가 동생을 챙기는것이 맞다고는 하지만 사실 동생이 태어난 후로, 기저귀 갈고 우유 먹이고 병원 데려가고, 심지어 육아일기도 제가 썼습니다. 
처음에 막내가 집에 왔을때 저는 고등학생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은지 얼마 되지 않는 엄마를 도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돕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 엄마는 안해봤는데 어떻게 하냐면서 저에게 막내를 맡기고 나가더라구요. 저도 부모님께 케어를 받고 자란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학 학비를 대주시는것만으로도 저는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중학생 무렵부터 집안일을 거의 제가 했기때문에 엄마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당연하게 느껴져서 막내를 제가 돌보았습니다.

제가 대학생이 된 후 시간이 조금 더 널널해지니, 그 전까지는 엄마가 막내를 돌보다가 제가 하교를 하면 맡겼는데 이제 완전히 저에게 맡겼습니다. 
저라고 뭘 알겠어요. 애기들이 그렇게 열이 많이 나는 줄도 모르고 한날 막내 안고 병원 뛰어갔다고 오고 그날부터 막내를 제 방에 재우면서 혹시라도 아플까, 잠도 거의 못잤습니다. 엄마가 육아일기도 전혀 쓰지 않는다는 걸 알고 쓰기 시작한 육아일기도 점점 쌓여갔고, 병원에서는 애엄마인줄 알 정도입니다. 

엄마나 아빠나 막내 제대로 안고 이뻐해주는걸 본적이 없어요. 너무 화가나서 뭐라고 하면 너가 잘 봐주고 있으니까 너한테 맡기는거라고 합니다. 저는 제 시간도 없이 막내한테 매달려 사는게 억울한것도 있긴 하지만, 부모님은 애한테 아무 관심도 없고 애는 누나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자라는게 진짜 막내한테 좋은 일인지 의문이 들더라구요.

지금 막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매일 등하교를 챙기는 것도 저이고 학부모 참관 수업에 가는 것도 저입니다. 그래도 엄마니까 유치원에 엄마 번호를 적어드렸는데, 막내가 넘어져 다쳤다고 유치원 선생님께서 엄마에게 전화했더니 저한테 전화하라고 하고 끊었다고 하더라구요. 정말 화가났습니다. 애초에 저한테도 그렇게 애정이 있던 건 아니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는 엄마 손에 컸습니다. 근데 어떻게 이렇게 모정이 없을 수가 있는지 화가 납니다.

중요한건 이게 아닙니다. 막내는 이제 다섯 살이고 저는 이제 23살입니다.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중요한 때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부모님이 왠일로 저를 불러서 하는 말이, 이민을 가고 싶답니다. 아니 뭐 가고 싶을 수도 있죠. 그래서 당황스럽지만 계획이 뭐냐, 뭐 발령받았냐, 이렇게 물었더니 그건 아니고 한국에 살기 팍팍한거 같아서 필리핀 쪽으로 이민가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한국에서 애 키우기 힘들다, 직장다니기 힘들다, 그래서 이민 가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저도 진지하게 같이 고민하려고 했죠. 그 때 든 생각은, 저는 여기서 취직하려고 준비중이었다보니 한국에 남고 싶었지만 막내랑 떨어지는것도 싫었죠. 외국에서 회사를 다녀볼까도 고민해봤습니다. 
그래서 그때 간단히 결정할 일이 아니니까 더 자세히 알아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고 했고 부모님도 알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저한테 여기 농장 구입을 해서 농사를 좀 지으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저에게 뭐 팜플렛이랑 이런저런 걸 건네주는데 뭔가 좀 이상한겁니다. 그래서 위치도 그렇고 막내 학교 보내기 힘들거같은데 여긴 좀 아니지 않아?라고 했더니 부모님은 당연하다는 듯이 막내는 너랑 여기 있어야지, 라는 겁니다.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막내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제가 다 했어요. 그래서 저는 막내랑 떨어지는 건 싫습니다. 그래도 이건 아닌것 같아요. 아직 취직도 못한 애한테 다섯살 밖에 안된 애를 맡기고 이민을 가겠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막내는 항상 뭐든 당연히 부모님이 안 온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유치원에서 뭘 하든간에 항상 저에게 물어봅니다. 그래서 막내한테 "엄마한테 안 물어봐?"라고 하면 "엄마 못오잖아."라고 대답합니다. 유치원에서도 남들은 다 부모님이 오는데 자기만 항상 누나가 오니까 애는 얼마나 기분이 그렇겠어요. 자기는 누나가 와서 좋다고 하는데, 저는 진짜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지금 너무 화가 나서 그냥 차라리 막내 제가 키우고 부모님한테 막내 부모행새 하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막내한테는 정상적으로 부모님이 있고 누나가 있는 가족 형태가 좋다고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은 확고하시고 벌써 회사도 정리를 하셨답니다. 이민갈 준비를 할 거라구요. 제 반대에도 둘이서 이민가는 걸로 마음을 굳히고 일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진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막내에게 혹시 부모님을 따라서 가겠냐고 했더니 싫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당장 한국에서 대학도 뭐도 다 정리하고 막내데리고 부모님을 따라 나서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막막합니다.

정말 제가 그냥 막내를 키우고 살아도 되는 걸까요? 부모님이 아니라 누나인 제가 보호자가 되는게 정말로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지금은 유치원생이지만 나중에 커서 초등학교 중학교에 들어가게 되면 다른 집 아이들과 집안 상황이 다르니까 혹시 학교 들아가서 적응 못하고 힘들어할까봐 그것도 걱정이 됩니다. 

혹시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자녀를 성인 자녀에게 맡기고 가는게 문제가 안되는지, 그런 건 없을까요? 아니면 그냥 이대로 제가 데리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서 여기 글을 남깁니다.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