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있으면 재미가 없다는 남편

1192020.01.19
조회19,066

안녕하세요.

매일 남의 글을 읽기만 했지, 글을 올려보는 건 처음이네요..

그만큼 많이 답답하고 혹여 얽힌 실타래를 풀 혜안을 얻을 수 있을까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저는 30대 초반 여성으로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30대 후반 남편과 결혼한지 약 4개월 되었습니다.

꿀이 떨어져도 시원찮을 신혼에.. 비슷한 일로 계속 싸우고 상처받게 되네요..

남편은 컴퓨터를 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자 꿈인데(게임을 하는 건 아니고 주식과 인터넷 기사 검색 등) 제가 그걸 못하게 한다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합니다..

저랑 함께 할 것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하네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으면 할 걸 찾아보고 제시하라고 합니다..

저는 그래도 신혼인데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이것저것 함께할 일을 찾아봤으나(영화, 저녁 등등),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재미없다는 말에 이제는 거의 포기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저와 있는 시간보다 컴퓨터만 찾는 남편을 보며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반복되는 다툼 끝에 포기하겠다 선언한 상태입니다.

하고싶은 거 하게 내버려두고 저는 혼자 티비보고 핸드폰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일 같아서요.

남편은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인정해줘서 기쁘다고 하네요.. 고맙다고요..

그런데 사실 전 제가 계속 죽어가는 것 같아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재미없다는 이야기, 함께 할 게 없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요..

친구도 많고, 지금도 만나면 앉아서 몇 시간을 떠들어도 웃느라 정신이 없어요..

여행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도 좋아해서 결혼 전에는 쉬는 시간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어요..

혼자 해외에서 살다 오기도 하고 남미 여행도 다녀왔을 정도로 에너지도 넘치고 심지어 회식에서조차 유쾌하고 신난다고 얘기를 듣곤 해요..

남편은 정반대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예요.

얘기하는 게 피곤해서 친구도 잘 안 만나는 사람..

혼자가 편하고, 익숙한 것이 편하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거절이 익숙한 사람이예요..

서로 너무 달라서 그런 건지.. 제가 좋아하는 걸 남편이 좋아하는 경우는 많이 없어요..

그렇다고 제가 혼자 돌아다니는 걸 원하지도 않고요..

저는 결혼 후로 집에 틀어박힌 채 죽어가는 것만 같아요..

함께 행복한 삶을 꿈꿨는데, 남편한테 행복한 삶이란 혼자가 아니었나.. 매일 생각하곤 해요..

사실 남편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어요..

서로 사랑해서 함께 하자고 약속하고 결혼을 했는데, 제가 함께 할 일을 찾아야지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게 비참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함께 할 게 없다는 말, 각자 할 일을 하자는 말은 결혼의 사형 선고같은 느낌이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습니다.

오늘도 일련의 다툼 끝에..
함께 할 게 없다는 말을 들었어요..(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생략할게요)

듣자마자 또 무너지는 느낌이 들어서..
'나 너무 상처받는다, 그런 말 하지 좀 말아라, 그런 말 들으면 상처받을 거라 생각하지 않느냐' 하며 언성을 높였고..

각자 할 일 하면서 살자는 말에, '너무 싫다' 이 한 마디를 내뱉었습니다.

듣자마자 불같이 화를 내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핸드폰을 던지고 ㅆㅂㅆㅂ 거리는 남편..

너무 싫다는 말을 자기 면상에 대고 어떻게 할 수 있녜요.. 자기는 너무 싫다는 말은 안 했다면서..
자기가 상처받았다면서..

그간 자신이 한 말이 저에게 어떤 상처를 줬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 마음에 스크래치 난 건 참을 수 없는 일이었나 봅니다..

어떻게 살아야할까요..
어떻게 헤쳐나가야할까요..

어느 때보다 현명해지고 싶은데 점점 바보가 되어만 가는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을 놔버려야만 이 싸움이 끝나는 걸까요..


제 뱃속엔 갓 3개월이 지난 아이가 있습니다.
예쁜 말만 듣고 예쁜 말만 하고 싶어요..

남편이 그간 모든 걸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임신한 후 계속 몸이 안 좋았던 절 위해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최대한 배려해주려 하는 걸 알고 있어요..

다만 너무 개인적인 남편과, 가족으로서 함께하고 싶은 저..

아니 그걸 다 떠나서 저와 있는 게 재미가 없고 할 게 없다는 남편의 말이 절 너무 아프고 힘들게 합니다..

뭘 위해서 우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든 건지..

너무 답답한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이대로 포기하고 죽어가는 마음으로 살아야하는 걸까요..

결혼 전에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우울함이란 감정이 시도때도 없이 괴롭힙니다..

부부상담이라도 받아보고 싶은데.. 잘 모르겠어요..

그냥 내가 저 사람을 인정하면 끝날 일인가 싶어서..

구구절절 말이 많았네요..

답답한 누군가를 도와준다 생각하시고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도 제가 답답한 건 알고 있으니 조금만 둥근 말로 조언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