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을 좋아합니다

wy2020.01.22
조회297
제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건지 정말 모르겠는데

지금 너무 제정신이 아니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어서

글 써봅니다..

작년 10월 동네 편의점에 갔다가 알바생을 보고

첫 눈에 반했습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 누군가에게 반한 순간이었습니다

수수하고 착해보이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목요일 금요일 저녁 타임에

일하는 것을 알고선 그 시간대에 얼굴을 비추러 갔습니다

괜히 먹지도 않는 베지밀을 사고..

그러나 그렇게 본 지 2주가 지나고서는

목요일 밤에 그녀가 보이지 않네요

그리고 다음 날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는 쉬는건가 생각하고 지냈는데

그 다음 주도 또 그 다음 주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시간대에 대신 일하고 계신 분께

원래 계셨던 분 그만 뒀냐 물었더니 여기는 로테가 정해진 게 아니라

잘 모르신다고 하십니다

그래서 지나갈 때마다 카운터를 봤는데 역시나 그녀가 안보입니다

그만뒀나보다 하고 체념했는데 다시 목요일 밤부터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설레고 너무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들어가 먹지도 않는 베지밀을 사고

나를 알려야겠다는 마음에 그녀에게도 베지밀을 주고 후다닥

나왔습니다 가슴이 쿵쿵 뛰더군요

그리고 혼자 아 조금 가까워졌다 생각하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뿌듯해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그녀가 목요일 금요일에 고정으로 나오더군요

갈 때마다 베지밀을 주고 나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잘 받아주는 모습에 세상 날아갈 듯이 기뻤습니다

저는 사실 누군가를 사귀어 본 적이 없습니다

뭔가 사람이 특이해서 산에 들어가 살려고

하던 사업 공부 다 놓고 길고양이들 돌보며 그냥저냥

욕심 없이 무료하게 살았었습니다

근데 그녀를 보고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녀를 만나는 것도 아닌데 혼자 신나서 사업을 다시 하기 시작했고

놓았던 전공 공부도 다시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세상이 그저그런 내 삶에 준 한줄기 빛 같았습니다

압니다 저도 혼자 지금 망상하고 혼자 오바하고 있다는걸

제가 하는 공부가 철학 심리학 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많이 이성적인 내가 그때 그리고 지금은 왜 이렇게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단지 그녀를 생각하면 그렇게 되네요

몇 달간 베지밀 주고 들어가기 전 진짜 오늘은 무슨 얘기 하지

어떤 얘길 해야 그녀가 좀 웃는거 볼 수 있을까 하면서

들어갔는데 그 편의점 들어가기만 하면 진짜 완전 바보가 되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진짜 말 그대로 찐따마냥 행동했네요 하...

갈 때마다 그녀는 얼마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만 해서

저를 안좋아한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베지밀 받아주고 제가 말 걸면 대답은 잘 해주고

책 선물 장갑 선물을 했는데 거절하다가 그래도 받아줘서

마냥 날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는구나 하여

노력해서 좀 마음을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뭐 중간에 번호를 달라고 했다가 까이기도 했지만

다시 무례했다고 사과하고 얼굴을 계속 비췄지요

그리고 올해 1월2일 밤..

여느 때처럼 그녀 볼 생각에 들떠서 똑같이 베지밀을 두고 몇마디

하려는데 그녀 표정이 굉장히 좋지 않은 게 보이더군요

그리고는 이제부터 이거 저 주지 말라고 합니다..

저는 순간 머리가 하얘져서 자연스럽게 이어가지 못하고

그냥 드세요 아니 딴 거 드실래요? 라는 최악의 멘트를 하고 말았죠.. 후...

이제 부담스러우니 그만 하라 라는건데

진짜 이런식으로라도 계속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인연을

제 욕심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그간의 내마음을 말하고 싶어서

다시 들어가 끝나고 딱 5분만 내 마음 전할 시간을 달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찾아오지 않겠다고 했죠

그렇게 밖에서 2시간 가량 이번엔 정말 거절 당할 거 아는데

그래도 내 속에 있는 말 해야 나도 미련이 안남을 거 같아

할 말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끝나는 시간이 다가오고

좀 멀직히 떨어져서 기다리는데

누군가 나오더니 주변을 둘러보네요

그리고 다시 들어가고 얼마 후에 택시가 옵니다..

택시는 편의점 앞에 섰고 그리고 그녀가 도망치듯이 택시를 탑니다..

저는 순간 멍해져서 꿈인가 생각했습니다

너무 그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고

살면서 가장 비참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후 제 시간은 1월2일에서 멈춰있습니다

지금 아무것도 못하고 잠을 자려다가도 자꾸 그 때가 생각나서

자다가도 깨고 자다가도 깨고

하루하루가 너무 괴롭고 정말 미치기 일보 직전입니다

사실 성격상 이런것도 인터넷에 절대 안쓰는데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그렇고 계속 혼자 속으로만 되뇌이는게

미치겠어서 정말 요즘 하지도 않았던 행동 이상한 행동 많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이 좀 지나 생각해보니

그녀가 했던 행동이 이해되네요 뭐 몇달간 본 사이라도

잘 모르는 사람이 밖에서 기다리겠다 하는데

무서웠겠죠

그런데 거절 방식이 너무 잘못됐던 거 같습니다

직접 와서 싫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내가 이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았을텐데 그 몇달간의 내 노력이 그 한 순간에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버려서 그게 참 씁쓸하고 허무합니다

그 후로 그 곳은 찾아가지 않습니다

그녀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잘 지내고 있겠죠

그런데 정말 싫은건 그래도 그녀에게 감정이 남아있네요

제가 이기적이었다는 거 압니다

근데 택시를 타고 도망치듯이 가던 그 모습이

평생 못 잊을 상처가 될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