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포비아' 확산…'입국 금지' 땐 통제 사각지대 늘어나

ㅇㅇ2020.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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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우려와 함께 중국인 혐오 정서인 ‘중국인 포비아’도 확산되고 있다. 중국인들의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경 폐쇄’는 감염병 확산 방지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SBS는 26일 자사 페이스북에 신종 코로나 감염을 다룬 기사를 설명하며 “미세먼지에 이제 코로나까지 수출하는 중국”이라고 적었다. 이 글이 중국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자 SBS는 글을 삭제했다.

온라인상에선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이어진다. 한 누리꾼은 이날 온라인상에 “친구들이랑 놀러갔다가 집에 가는 길에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어 봤더니 중국인이었다. 숨 참고 집까지 뛰어왔다”고 적었다. 일부는 중국인이 박쥐 등 동물을 잡아먹어 신종 코로나가 발병했다며 중국 식문화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근거 없는 주장도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한국에 중국인이 오면 공짜로 치료해준다고 해서 증상이 있는 중국인들이 해열제를 먹고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중국인을 입국금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중국인 입국금지 요청’ 청원글에는 27일 오후 2시 현재 44만2988명이 서명했다. 지난 23일 작성된 이 청원은 나흘 만에 청원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두 배 이상 넘겼다. 청원글은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금지를 요청한다.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도 이날 “정부는 지금이라도 중국 여행객의 입국금지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국경 폐쇄’는 감염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WHO는 지난해 7월 에볼라바이러스가 유행할 당시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면서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WHO는 “(국경 폐쇄나 여행·무역 제한 시) 모니터링되지 않는 사람, 물건의 비공식적인 국경 이동을 발생시켜 오히려 질병의 확산 가능성을 높인다”고 했다. 국경을 폐쇄할 경우 밀입국자나 밀수 등 ‘검역 시스템’을 벗어난 사각지대가 늘어나 감염병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문제로 특정 국가 국민 전체의 입국을 막아본 경험이 전 세계적으로 없어 그 효과를 측정할 근거 자체가 없다”며 “입국을 막는다고 하면 중국인만 막을 것인지, 중국을 다녀온 외국인도 막을 것인지 등 걸러낼 방법도 마땅치 않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제공중보건 위기상황은 아직 선포되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는 “WHO가 공중보건 위기상황을 선포하더라도 사람 간의 이동을 금지하진 않고, 출입국 검역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말했다.

감염질환에 대한 경각심과 혐오는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권일 사회비평가는 “사람들이 입국할 때 방역과 검사를 철저히 하라는 건 정당한 요구지만, 중국 교포는 한국인이니까 입국이 되고 중국인은 막아야 한다는 건 인종주의적 혐오”라고 했다. 그는 “병명에 지역명을 명기하는 것도 지역혐오를 조장할 수 있어 문제”라며 “언론과 포털사이트 등에서 나타난 혐오표현을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