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습니다

2020.01.28
조회6,514
결혼한지 7개월 된 20대 초반 여자 입니다.
저한테 올인 하는 남자라서 믿고 이른 나이지만,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남편은 저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요.
나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아직 아이는 없어요.

연애 때는 그 누구도 만나지 않고
그저 저랑만 시간을 보내던 사람이였어요.
결혼을 하고 나니 잦은 외출과 잦은 술자리를 갖더라구요.
저희 집이 산 밑에 주변에 다른 집도 없이 혼자 우뚝 서 있는 집이라 인적도 드물고 배달도 당연히 오지 않는 곳 입니다.
그런 집에서 혼자 보내려니 너무 무섭더라구요.

그래서 안가면 안되냐, 약속 다음에 잡으면 안되냐
몇마디씩 했더니
거짓말을 치고 어떻게든 나가더라구요.
그걸로 여러차례 싸우고 이혼 위기까지 넘기고 난 지금은
이제는 '안가면 안되냐는 말'하지 않고
그냥 나가면 나가나 보다 하고 보내줍니다.

그런데 삶이 왜이리 외로울까요.
결혼하면 남편과 맛있는 것도 해서 먹고
집 청소도 하고 같이 장도 보고 같이 티비도 보고
저녁에는 맥주 한캔도 마시며 보낼 거라 생각했는데
제가 너무 큰 꿈을 꾸고 결혼한걸까요.

주변에 친구도 없는 저는 퇴근하면 내내 집에만 있습니다.
프리랜서라서 11시 출근해 3시면 퇴근합니다.
그 이후 집에 와서 저녁 준비를 하는데,
남편은 늘 집에서 밥을 먹지 않아 결국 그냥 밥도 혼자 먹어요. 그리고는 집에서 빨래하고 청소기 돌리고 내내 남편 기다려요. 그 기다림의 끝은 퇴근시간마다 오는 카톡
"오늘 ㅇㅇ 이가 급하게 할 얘기가 있대 잠깐 만나고 갈게"
이러고는 12시가 훌쩍 넘는 시간에 와요.
그 시간동안 바보같이 남편만 기다려요.
이제는 기다리는게 싫어서 수면제 먹고 그냥 잠에 들어요.
먹지 않으면 잠이 아예 안와요.
그렇게 먹고 자야 덜 기다리게 되거든요.
처음에는 이 외로움을 물건을 사는 거로 푼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혼자 카페도 가보고 혼자 영화도 보고 혼자 타지로 드라이브도 가고 온갖 다 해봤는데, 외로움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저한테도 퇴근 후 시간을 같이 보내고 밥을 같이 먹는
친구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이없게도 요즘은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하면 안되는 생각인 거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면 외롭지 않고 든든할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더 외롭고 더 혼자 같네요.
원래 혼자였더라면 별 생각이 안들 수 있을텐데
같이 있다가 점점 혼자가 되가니 속이 녹아 내립니다.
부모님이 슬퍼 하실까봐 그런 얘기조차 꺼내지 않고
늘 같이 밥먹은 척 마트를 혼자 와도 같이 온 척
티비를 혼자 보고 있어도 옆에서 같이 티비 보고 있는 척 합니다. 이런 얘기를 털어 놓을 사람도 없고 혼자 내내 참고 기다려야하니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웃으며 다녀도 속은 외로워서 미칠 것만 같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이렇게 혼자,
밤을 지새워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새해가 되면 함께 일 줄 알았습니다.
그만 혼자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