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남친이랑 동거하는데 너무 좋다

일이2020.01.29
조회87,891
https://m.pann.nate.com/talk/349142063
추가글이 길어져 또 썼네요..ㅎ


댓글들 꼼꼼히 다 읽어 봤어요. 역시 예상대로 질타의 댓글이 더 많네요... 감수할게요ㅎㅎ

가정불화때문에 동거한다는 댓글들이 있는데 솔직히 부정은 못하겠네요. 1차동거때는 남친이, 2차동거때는 제가 그랬으니까요. 다만 저희가 심각하게 불우하게 자란건 아니고 지금은 부모님과 둘다 화해했어요. 저도 남친도 자랄때 막내 혹은 첫째라고 지원도 많이 받고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어요.

저는 밑에 썼듯이 아버지랑 트러블이 좀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가 제일 사랑한 자식이 저였고 아빠가 가부장적이긴 해도 가부장의 좋은? 예시였거든요. 예를들면 엄마를 자기집안 사람이라 생각해서 외가쪽 빚 다 갚아주시고 지금까지 외할머니 생계책임지는거요. 폭력적인거는 물론 참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그 빈도가 잦지는 않았고 이미 진정성 있는 사과는 받았기때문에 그게 어딘가 싶어 아빠와 연락은 해요. 다만 부모자식간에도 성격차이가 있잖아요, 떨어져 사니까 오히려 더 낫더라고요 더 애틋해지고. 남친의 경우에는 부모님이 손찌검한번 안하시고 자식들 얘기 잘 들어주시고 저희집보다 더 민주적이라 들었어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의견차이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나가사니까 가족들과 부딫힐 일이 적다는거 저도 남친도 공감해요.

저는 동거가 좋다고 합리화하려 이 글을 쓴게 아닙니다. 아래에도 썼지만 예전에는 누구보다도 이를 부정적으로 봤어요. 그리고 저의 경우가 특수한거지 무턱대고 동거했다 금방 헤어지고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아요. 가까운 친구들 중에서는 동거하는 커플이 없고 대학 동기들중에서는 많이 봤는데 폭행 이런거 아니고서야 동거했는데 빨리 헤어지는 경우에는 결국은 성격차이더라고요. 동거한다고 다른 커플과 다를 건 없어요. 오히려 동거를 하면 매일매일이 실내데이트니까 관계는 더 안가져요. 그리고 동거하면 안나가게 되지않냐는데 이건 사람성향인거 같은게 제가 밖순이다보니 저희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나가서 놀고 왔어요. 동거하면 장점 중 하나가 돈아끼는건데 아낀만큼 더 놀거나 여행했던거 같아요. 집순이 커플이면 거의 안나가겠지만.

양가 부모님이 저희 동거를 안말리시는 이유중 하나는, 남친도 저도 우울증이 심했기 때문이에요. 저의 경우 의사가 대놓고 동거하라고 했고, 남친의 경우에는 게임중독으로 힘들어했는데 게임보다 여자친구가 최우선순위라는 분석이 나와서 저랑 같이 사는게 낫다고 결론 내리셨어요. 남친이 원래 어둡다 밝아졌다면, 저는 날뛰다가 안정되었습니다. 지금 남친은 약을 아예 안먹어도 되는 상태고 저는 먹는 약의 개수가 줄었어요. 서로가 서로의 치료제라 이제는 서로 없이 사는게 더 상상이안가요. 뭐 결혼까지 갈지 안갈지는 당장은 모르겠지만 아마 전자가 아닐까싶어요. 하지만 헤어진다해도 저는 동거경험을 후회하진 않을거같아요. 다음사람이 제 과거로 힘들어 한다면, 그럼 그사람을 위해 제가 떠나는게 맞겠죠.


동거를 바라보는 관점이 사람마다 인식차이가 있어 좋다 나쁘다 할수 없는거 같아요. 만약에 지금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다음사람을 만날경우, 그 사람이 동거를 해봤다면 저도 고백하기 쉽겠지만 아니라면 최악의 경우 이별까지 생각해야겠죠. 당연히 밝힐거고요, 지금도 회사사람들만 모르는거지 제 주변인들, 심지어 양가 가족들까지 다 아세요. 딱히 지금 남친과 결혼전제로 만난적은 없지만 그래도 남자친구의 본모습들을 보며, 남편감으로는 좋겠다는 생각은 늘 해요. 네이트판은 익명으로 글쓸 수 밖에 없지만 sns에는 티 내고 있어요. 회사사람들한테 안밝힌건 제가 정규직이 아니라서 그런거고, 정규직된다면 밝힐거에요.

아무튼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도 동거 전에는 동거는 범법인줄 알았고 동거하면 더러우니까 시집장가 다못가는줄 알았다. 외국에서는 남사친여사친끼리도 동거하는거 알면서도 그건 외국이고 나는 한국인이니 동거하는 사람들은 전부 지저분하고 나쁜 사람들인줄 알았다. 우리학교 근처 원룸에도 은밀하게 동거하는 씨씨들 많은데 전부 한심하게 봤다."헤어지면 어쩌려고.." 근데 내가 한다.


동거시작은 재작년 여름이었다. 나는 1학년때부터 쭉 자취중이었고 당시 부모님과 싸우고 가출한 남친이 우리집으로 왔다. 잠깐 있는줄 알았는데 여기서 알바자리도 구하고 내 자취방 청소용품이 부족하다고 장을 보는거 보니 혼란스러웠다. 설마 여기서 살건가? 위에 썼다시피 자취는 사생활 문란한 사람들만 하는줄 알았다. 근데 그걸 내가 한다고? 갈곳없는 남친한테 차마 얘긴 못했지만 그때만해도 남친이 나갔으면 했다. 남친의 가출이 장기화될거같아 나는 엄마한테 전화해서 고민을 털어놨고, 엄마는 가뜩이나 힘든애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사실 먼 훗날이긴 하지만 남친의 가출사유를 1차 동거가 끝나고서야 알았다.)


우리커플은 늘 장거리 연애였다. 시작은 내가 재수할때 했고, 그 다음해에는 남친이 군대갔다. 제대하고 나서도 같은 수도권이라해도 왕복 4시간반이 걸리는 거리라 한달에 한두번 만났다. 심지어 둘다 연락이 잘되는 타입도 아니라 그시기에도 이미 4년사귄사이인데 서로에 대해 아는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같이 살면서 남친이 내가 생각하는 거랑은 정반대인 사람임을 깨달았다.


1. 남친은 결벽증이 있을정도로 깨끗하다.
빨래와 요리를 제외한 모든 집안일은 다 남친이 알아서 했고 화장실거울과 타일틈까지 쉴새없이 닦아댔다. 청소가 끝나면 향기로워야한다며 늘 초 여러개를 예쁘게 배열해서 켰다.


2. 남친은 나한테 강요하지 않는다.
나는 내몸만 닦을줄 알고 정리와 청소는 소질이 없다. 늘 내가 청소하면 남친은 말없이 다시했다. 그래도 한번도 나한테 이거해라 저거해라 시킨적도 잔소리도 없었다. 같이 살기 전에도 알고 있는 점이었지만 같이사니 플러스가 배가 되었다.


3. 남친은 회피형이 아니다.
이전에는 자기 잘못이든 내 잘못이든 다툼이 있으면 남친은 일주일까지 연락을 안하기도 했다. 종종 타이밍을 놓쳐서 나는 사과를 못받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두어번의 이별도 있었는데 둘다 서로 잠수타서 헤어졌다. 같이 살고나서 알게된 점은, 남친은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것과 나는 성격이 급해 닦달했다는 것이다. 또 이전에는 연락문제로 많이 싸웠는데 자취하고나서는 얼굴을 매일 보니까 연락을 할필요가 없으니 이상하게 서운한 점이 거의 없었고, 그마저도 금방 풀렸다. 다툼이 있으면 남친은 나갔다온다고 나간 뒤 연락 없이 두세시간 있다긴 돌아와서 늘 정답을 얘기했다. 두세시간 잠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늘 맞는말만 해서 이정도는 참을만 했다. 그때알았다, 바로바로 푸는 타입이구나, 시간이 x나 오래걸려서 그렇지. 어차피 나도 바로 푸는타입 보다는 회피형에 가까워서 불만없다. 그리고 내가 잘못한거는 절대 본인입으로 잘 안꺼냈다. 꺼낸다하더라도, 사과만 받으면 두번다시 그얘기를 장난으로라도 안꺼냈다.


4. 남친은 무뚝뚝한 사람이 아니다.
남친의 기본적인 성격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말이 없다. 동거 전 밖에서 만날 때도 그랬다. 센스도 없으니 꽃도 받아본 적 없고 깜짝 선물 이런건 남의 얘기였는데 동거 후에는 촞불이벤트, 풍선이벤트, 그리고 무서운 가면쓰고 놀래키기, 잦은 편지 등 다받아봤다. 전에는 왜 안하고 지금은 해주냐니까 전에 많이 안해준게 계속 걸려서 그랬단다. 그때는 만나면 밥먹고 영화보기에도 시간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나도 남친한테 뭔가를 해준적이 없었다. 근데 남친은 이에대해 불만이 없었다, 심지어 생일선물도 못받아봤으면서. 또 내가 팀플이나 동아리 일로 늦게오면 늘 같이가주고 데릴러와줬다.


5. 남친은 자기 얘기를 안한다.
그 무렵 나는 여러 일로 우울증이 굉장히 심했다. 그때만해도 남친이랑 지금처럼 친할때가(?) 아니라 모든 것을 숨겼는데 남친은 내가 먹는 약이 항우울제인지 다 알면서도 그냥 넘어갔다. 다만 자해는 넘어가지 않았고 만약에 내가 자해한다면 자기 몸에도 흔적을 남기라고 했다. 몰래 자해하면 한숨쉬고 약발라주고 밴드를 붙여줬는데, 진작에 못봐서 미안하다며 니몸은 내꺼니 내꺼에 칼대지말라는 오글거리는 문장을 썼다. 남친도 우울증약을 먹고 있다는걸 나는 1차가출이 끝났을 때 알았다.


6. 남친은 가정적이다.
남친이 친구가 잘 없다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집콕이인줄은 몰랐다. 집에서 남친은 청소하거나 밥먹거나 나와 노는게 다였다. 남친의 외출장소는 알바와 피시방이었는데 후자의 경우 내가 외출중일때만 가고 그마저도 내가 부르면 오고 가면 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훗날 남친이 "자기 이상한거 못느꼈냐고 나 게임중독자라고 정신이 아픈거야 그래서 병원다닌거고 너 몰랐어?"라고 말했을때 몰랐다고 답했다. 진짜 몰랐으니까. 내앞에서는 한번도 게임안했으니까.


7. 호칭변화
남친이랑 사귄지 1년차, 남친이 내 이름을 불러주지 않아 싸운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날 뭐라 부르는것조차 어색하고 긴장해서 그런거였다. 그래도 야, 너 이렇게 종종 부르고는 했는데 겉이살고 나서는 단한번도 야나 너라고 한적 없었다. 너라고도 불러도 되는 상황에서 00는 ~ 이렇게 부르니 가끔 사람들 많을때는 창피해서 오히려 내가 더 했다. ex)야 오빠 너 빨래 통에 넣으라했지!




동거전까지 내친구들도, 심지어 남친친구들도 남친이 구제불능 재활용 안되는 쓰레기라했다. 카톡이나 전화같은 연락도 안되는 날이 더 많고 잠수도 곧잘타는 인간이니까. 그러나 같이 살고나니 여론이 바꼈다. 어느새 남친은 참는 남편, 심지어 매맞는(?) 남편으로도 되어있었다.


우리의 1차동거는 6개월뒤에 남친이 부모님과 화해하며 끝났다. 갑자기 온 사람이 갑자기 가겠다는 것이다. 동거가 끝나고 나는 우리 사이가 전처럼 될까봐 너무 두려웠다. 같이살때야 서로 얼굴은 보니 오해도 잘 안생기고 연락도 필요 없지만 따로 살면 또 그렇게되겠지, 섣부르게 판단했다. 그래서 헤어지자 그랬다. 이미 한번 좋은 남친을 만나보니 나쁜남친을 다시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전과 달리 남친도 날 붙잡고 기회주면 그 나쁜기억들 씻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렇게 3일을 서로 울면서 보냈다. 5년동안 남친이 우는걸 그때 처음봤다. 내가 결정을 못하니까 남친은 "사랑한단말 많이 못해줘서 미안하고 이렇게 어렵게둬서 미안해" 라고 말한뒤 본가로 갔다.


남친이 떠나고나니 남친이 쓴 편지가 보였다. 편지에는 같이산동안 놀러갔던 곳, 무엇을 했는지, 그때어땠는지 세세하게 적었고 마지막 문장은 "00가 무엇을 선택하든 난 00를 사랑해. 나때문에 여러번 아프게 한거 미안하니까, 뭐든 달게 받을게" 라고 적혀있었다. 매일 그 편지를 읽고 또 읽고... 나중에는 외우기까지했다.


우리의 2차 동거는 1년 후 내가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아빠와 싸우고 독립한 뒤 남친 집 근처에서 시작했다. 집을 나갈거라는 말에 남친이 곧바로 나랑 살자고 말하고, 몇분후에 아빠가 없는 틈을 타 짐을 다 빼서 옮겼다. 두번째 동거는 한번 살아봐서 그런지 둘다 익숙했다. 예상한대로 떨어져살때 보다 더 사이가 좋다.


현재 나는 주변에 동거한것을 반은 숨기고 반은 숨기지않는다. 1차동거때는 다행히 대학가라 동거해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여서 드러내는것 자체는 힘들지가 않았는데 2차동거는 나도 회사다니고 사회적으로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보니 밝히는것이 힘들었다. 중고등학교, 심지어 대학교에서 알게된 친구들은 전부 다 알고 중간중간 알바할때에도, 대외활동하는 사람들에게도 밝혔다. 하지만 회사사람들은 좀 조심스럽다, 또래보다도 나이든 사람들이 많으니까. 아직 한국사회에서 동거라하면 이전에 내가 생각했듯 그런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도 나는 동거자체를 후회하진 않는다, 설령 지금남친과 헤어진다해도, 다음사람을 만나 결혼약속을 한다고 해도 적어도 내 주변에는 떳떳하게 알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