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자친구가 결혼을 한다네요

나야2020.02.07
조회83,326
안녕하세요
30대 초반 여자에요

저는 조언보다는 제 이야기를
터놓을 곳이 없어 글 올립니다

나이가 먹으니 이런 이야기 친구들에게
하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그 친구와는 5년정도 만났어요
20대 초중반을 같이 보냈어요

저는 이 친구와 대학 선후배였고
제가 선배, 이 친구가 후배였어요
제 나이 22, 그 친구 나이 20 이였어요

제가 학회장이였는데 대학 신입생 OT날
그 친구 말로는 저한테 한눈에 반했다고 하더라구요
이뻐서는 아니구요 이 친구가 키도 크고
몸도 좋고 남자다운데 성격이 좀 소심했어요
저는 여장부같은 스타일이거든요 그런 점이
엄청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하더라구요

그때부터 시작해서 이 친구가 엄청나게 밀어붙였어요
매일 전화, 문자가 계속해서 오고
본인이 관심도 없던 저희 학회에도 들어오더라구요
누나 매일 보려고 들어가고 싶다고 했었어요

사실 저는 처음엔 관심없고 동생으로만 생각하다가
자꾸 마주치고 보다보니 가랑비 옷 젖듯
그 친구에게 호감이 생기더라구요
근데 그 친구에게 좋다 이런말은 전혀 안했어요
티도 안냈구요

그 친구가 입영통지서가 나오게 되었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누나 정말 좋아한다 나만 좋아해도 된다
근데 내가 군대에 가야해서 사귀자 이런건 아닌거같다고 그러니 누나가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 다른 사람이랑 사귀어도 괜찮다
대신에 지금처럼 누나동생 관계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사귀는 사이 아니여도 친하게는 지낼 수 있는거 아니냐 하더라구요

저도 흐르는 시간에 맡기기로 했어요
그 친구가 군대 가있는 사이 저도 다른 사람도 만나봤고
그 친구와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어요
항상 같은 시간에 전화오고 편지도 종종 와서
시간 나면 답장도 써주고 전화도 받았어요

근데 인연이 되려 하는지 그 친구 제대 전에
사귀던 사람하고 얼마못가 헤어졌어요
그리고 이 친구가 제대 하는날 고백하더라구요
이제 사귀자고 누나 곁에서 누나 챙겨주고 지켜줄수있다고

저도 그 친구의 진심어린 마음에 사귀게 되었어요
그렇게 3년정도 사귀었어요
물론 사귀는동안 좋기도 했고 싸우기도 했고 그랬어요

그러던중 크게 싸우는 일이 생겼었어요
이 친구가 거짓말을 하고 동아리 엠티에 갔어요
사실 이때 제가 임용고시 준비중이였는데 엠티 안갔으면 좋겠다 괜한 의심에...이 친구가 알겠다고 해놓고 몰래 간걸 저랑 통화 중
들켰어요 들키자마자 전화 다 끄고 잠수타더라구요?
만나려고 집 근처에 찾아갔는데도 보기 싫다고
그만 하자고 하더라구요 그냥 계속 그만하재요

한달을 계속 설득했는데도 안되더라구요
정말 너 얼굴 보고싶지 않고 자꾸 찾아오면 경찰 신고하겠데요
진짜 아니구나 싶어 더 이상 할만큼 했다고 생각해 이제
다시는 안나타나겠다고 하고 연락 끊었어요

다행히 그 뒤로 시험에 합격해서 발령이 났고
한참 교사 생활에 적응중이였어요 아예 연락 끊고 지낸지 3개월 지났을때였는데 전화가 오더라구요
물론 새벽이었고...분명 술 먹고 전화했을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받지 않았어요

몇일 뒤 또 전화가 왔어요 또 안받았어요
그러고 몇 달 뒤 제 생일이였는데 12시 맞춰 문자가 왔어요
제 2의 국경일이네 잘 지내?
생일 축하해~~^^ 이렇게 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그때 고맙다고 말 한마디 해볼껄 싶네요
근데 그때는 저도 제 생활을 간신히 찾아가고 있을때였고
자꾸만 마지막에 제 자신이 초라했던게 생각나서
괜한 자존심에 받지 않았던게 사실이에요

그러고 몇 달동안 연락이 없다가
어느날 저녁에 연락이 왔는데
제가 모르고 통화버튼을 눌러버려서
통화하게 되었고 유학을 간다고 하더라구요

잘다녀와라 가서 건강해라 그정도선에서만
이야기했었고 서로 잘 인사했어요
그리고 1년쯤 지났나 카톡에 갑자기
친구추가로 나오더라구요
뭐지? 서로 번호를 다 삭제하고 그래서
뜰일이 없다 생각할쯤 카톡이 오더라구요

사실 이때는 제가 맞선으로
어떤분과 잘 되고 있던 때였어요

잘지내냐고 서로 담담하게 이야기주고 받았어요
그러다가 몇달 뒤 전화가 다시 왔고
모르는 번호로 뜨길래 혹시나 하여 받았더니
술에 좀 취한 상태로 전화가 왔어요
잘 지내냐면서 유학생활 마치고 귀국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남자친구 있냐 제게 물어봤어요
없다 했더니 자기는 여자친구랑 헤어졌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연락한거냐 외로워서? 물으니 그건 아니고
유학 생활 중 만난 여자친구였는데 나이도 나보다 5살 많았다
근데 서로 안맞아 헤어졌다
한국 들어오니 너가 생각이 많이 난다
우리 예전에 어쩌고 저쩌고 옛날 이야기 꺼내더라구요
난 너가 준거 하나도 버리지 않았다 너도 그러지?
내가 그때 알바해서 너 선물 사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그때 또 생각나네..아 비오네
너 비오는거 좋아했잖아 우산쓰고 비내리는 소리..
나 사실 너 sns 염탐한다 너 요즘 운동 하더라?
왜 거기까지가서 운동해? 이사갔어? 이러면서
제 모든걸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다 기억하고 있었고
제 근황까지 알고 있더라구요

저도 모르게 울컥 하더라구요
옛날 생각도 나고..예전에 정말 전화 닳도록
밤새도록 통화하고..이런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한 시간 정도 이야기 나누다가 이 친구가
우리 한번 보자고 이야기가 나왔고 그래 시간되면 보자 하고
전화가 끝났어요

그러고 이틀 뒤쯤 아침 일찍 문자가 오더라구요
오늘 커피나 한잔 하자고 그래서 알겠다 하고
만났고 서로 커피 마시며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나누었어요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음에 또 만날 수
있냐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러자고 했고

몇일 뒤 문자가 왔어요 밤 8시쯤이였나
술 한잔 할 수 있냐고 너랑 꼭 술 한잔 하고싶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지금은 안된다 내일 출근도 해야하고
갑자기 무슨 술이냐~ 다음에 주말에 보자 했더니
오늘 꼭 만나고싶다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건 어렵다 잘라말하니 단호박이네 예전엔 안그랬는데..하면서
알겠다고 쉬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계속 밤 마다 전화가 왔어요
저는 술 마신 사람 전화는 안받아요 또한
여자친구랑 헤어져서 외로워서 나한테 이러나 싶어
괜한 기분 나쁨에 계속 안받았어요
그랬더니 다음날 아침에 문자가 오더라구요
내가 또 너한테 전화 했구나 미안하다
자꾸 하네..그냥 받지마 계속~ 이러더라구요
그래서 알겠다 하고 문자 끝났어요

그 뒤로 전화는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런가보다 하는데...
가끔...생각이 나요 뭐하고 지내나
이렇게 오랫동안 서로 연락안하고
지낸적이 없었는데...

그러다 결혼 준비가 시작 되었고
맞선으로 어른들 소개로 결혼 목적으로 만난거라
굉장히 빨리 준비가 되었어요

결혼식장도 대략 윤곽이 잡히고
그럴쯔음 제가 결혼에 대해 좀 회의감이 들더라구요
이 친구 때문은 절대 아니에요
사유는 말할 수 없지만 저희집에서도 다시 생각해보자 하여
결혼이 무산되었어요

그렇게 여러 일들이 거치고
1년정도를 sns도 다 끊고
온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지냈던거 같아요

어느날 아무연락 없던 그 친구가 궁금해
sns들어가봤는데 없는 아이디로 나오더라구요

근데 그 헤어졌다던 여자친구 분? 그 분
인스타를 알고 있었서 들어가보니
사귀는 사진이 다시 올라와있었어요
(그전에는 싹 다 지웠었음)

저에겐 헤어졌다고 했는데
다시 사귀는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친구가 그러더라구요
걔한테 연락오냐고 요즘도?
그래서 아니다 연락 안온지 좀 되었다 하니

내가 너 결혼할거라고 이야기했었다 하더라구요
제 친구랑 그 친구가 sns 친구인데
그런 글을 올렸었데요...분명 봤을거라고
그래서 연락 안오는거라고~

더 이상 인연은 아닌것 같아
저도 궁금하긴 했으나 연락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오늘 우연히 sns 어플을 정리하다가
그 친구가 생각나서 들어가봤어요
결혼한다는 글이 눈에 띄더라구요
들어가보니 프로포즈 영상, 글...사진이며
저에게 예전에 썼던 편지와 영상하고
오버랩 되더라구요 물론 연애와 결혼은
차이가 나지만 내용이 저에게도 했던 말이더라구요

이 편지를 통해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늘 저에게 써주던 편지 마지막글에 넣던 글귀..

헤어진지 벌써 4년이 다 되가는데도
그 친구가 결혼한다니 마음이
너무 이상하네요 슬픈것 같기도하면서
한켠으론 행복하길 바라기도 하구요

어차피 제 인연이 아닌건 알지만
요 몇일 계속 잊고 있던 옛날 일도 생각나고
잠이 오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