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쫓겨난 5개월 후.

2020.02.13
조회1,494

나중에 나이 먹고 이 글을 봤을 때 어떨까 궁금하기도 하고,

실제 지인들의 의견이 나이대에 따라 엇갈리기도 해서 판에 글 써봅니다.

 

음슴체로 시작하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몹시 불우했음. 엄마랑 아빠랑 언니, 나 이렇게 네 가족이었음. 엄마는 10대에 아이를 낳아서 경력단절이 매우 길었고, 20대를 언니와 나 키우는 데에만 보내셨음. 아빠는 거의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독립적으로 자랐는데 우리를 낳고 일이 안 풀려서 일 안하고 집에 있기 일쑤였음. 그래서 엄마는 우리 보는 것만으로도 힘든데 IMF 때부터 아빠가 본격적으로 백수인생을 살기 시작하면서 악착같이 일을 하셨음. 초졸이라 경력인정이나 이런거 없어서 정말 하루벌어 하루 살았던 것 같음. 아빠는... 정말 아무것도 안했음. 낚시나..컴퓨터 게임? 집안일도 안했고, 일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술담배도 안했음. 아, 가끔 요리는 해줬음. 독립심에 대한 부심이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요리를 잘 해왔다고 했었음. 아무튼 남들 다하는 학습지나 학원, 과외는 꿈도 못 꿨음. 지금도 사실 좀 한임.

 

그러다가 나 고등학생 때 이혼을 하셨음. 나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했음. 그래서 엄마와 언니, 나 이렇게 셋이서 오손도손 살아갔음. 나는 이혼 후에 아빠가 꼴도 보기 싫었는데(이혼 계기가 엄마 때려서) 언니는 맏이여서 그런지 간간히 만나고 그랬음. 아직도 신기.

 

언니는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음. 예체능에 엄청난 소질이 있었는데, 집에서 지원이 불가능하니 포기를 했음(엄빠 이혼시기). 대학은 꼭 가야한다는 언니의 말에 나는 열심히 공부를 했음. 사실 열심히는 아니고...그렇게 해서 나는 대학을 갔고, 처음 학자금대출이라는 것을 받았음. 첫 학기는 대출 받고, 그 이후는 한.. 2번 정도? 더 받고, 나머지는 장학금을 받고 다녔음. 그랬는데 학자금 대출이 1000만원 정도 되었음 흑흑(공대린생..) 방학 때는 알바해서 돈을 모았고, 학기중에는 공부하느라 바빴음. 중간중간 엄마가 용돈, 기숙사비 등 지원해 주셨음.

 

그러던 중에 엄마가 아빠랑 다시 합친다고 했음. 나는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 엄마의 결정이니 따랐음. 그래도 아빠는 아빠니까 밉지만 나름 잘 지내보려고 노력했음. 같이 술도 좀 마시고(아빠주량 소주3잔) 여기저기 다니기도 하고, 단란한 가족처럼? 잘 지내왔음. 그래도 나는 언제나 엄마편이었음. 왜냐? 엄마가 나를 다 키워줬기 때문에. 그러다가 언니는 결혼을 했고, 본가로부터 30분 거리인 집에서 형부랑 아들 하나랑 잘 살았음.

 

나는 감사하게도 대학원까지 갔고, 대학원 졸업 전에 취업이 되어서 타지에서 살다가(본가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 왔다갔다함) 본가 근처로 너무 오고 싶어서 이직을 준비했음. 또 운좋게 이직에 성공해서 작년 1월쯤부터 엄빠랑 같이 살았음. 이직하면서 퇴사자금으로 학자금 대출 다 갚아버리고, 나머지로는 자취보증금으로 쓸까 자동차를 살까 고민했는데 다들 엄빠한테 붙어서 돈 모으면서 차를 사라고 해서 자동차를 일시불로 샀음(회사-집 대중교통 똥거지라..). 그래서 나의 통장은 텅장이 되었고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하여 엄빠께는 제가 딱 3년만 그 동안 못했던 효도하면서 돈 모으고 나가겠다고 했음. 부모님도 20대 내내 타지 살이 했던 막내와 마지막으로 함께 산다고 하니 내심 빨리 독립하길 바라시면서도 좋아해 주셨음. 여기까지가 우리집 히스토리임

 

* 첫 번째 사건

언니가 둘째를 출산했음. 언니도 두 아들의 엄마가 된게 처음이니 울엄마한테 손을 자주 빌렸음(언니네 시월드는 먼 지방). 언니친구들의 엄마나 내 친구들의 엄마들보다 울엄마가 젊은 편이긴 했어도, 그래도 나이는 못 속이는지라 조카들 봐주는 걸 몹시 힘들어 하셨음(일하시다가 잠시 그만두심). 안 그래도 회사 다니는 동안 손이랑 팔을 많이 쓰셨는데, 조카들 보느라 더 많이 쓰셔서 물리치료 받고 그러셨음.

 

아빠는 그 동안 엄마한테 못 했던걸 많이 반성하는 모양이었음. 나는 아빠가 평생 엄마한테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함. 잠깐 아빠의 이력을 이야기하면, 언니 아기였을 때 엄마 때림, 술담배 안하면서 소리치고 화 잘냄, 이혼계기가 됐던 때 또 때림, (아씨 진짜 생각할수록 열받네).. 며칠 전에 육천원 가지고 승질 부렸다던 아빠 글을 봤었는데, 그 아빠랑 존똑이어서 판을 쓰게 된 것도 있음. 울엄마는 그거 때문에 트라우마 생겨서 누가 화내고 소리치는걸 매우매우매우 싫어하고 무서워함. 나는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아련한 글들 제목만 보면 내용 보지도 않고 넘겨버림. 짜증나서. 울아빠는 반평생 백수였는데 무슨 세상 모든 아빠가 대단해?라는 생각을 했었고 지금도 변함이 없음. 여튼 결론은 아빠는 엄마한테 잘 해야함.

 

언니가 엄마한테 너무 부탁을 많이해서 아빠가 한 번 경고?를 했다고 했음. 엄마 팔 아프니까 아기 못 들게 하라고(그럼 지가 도와주든가;; 참고로 아직도 반년 돈벌고 반년 백수함) 했다함. 사실 언니가 막 엄마를 부려먹는다든가 그러는 사람이 절대 아님. 언니와 엄마 사이니까 내가 다는 알 수 없지만, 엄마도 가족이지만 언니도 가족인데 아빠가 나서서 남한테 대하듯 경고 비슷한 걸 했다는게 좀 그랬음. 그러다가 첫째 조카가 수두에 걸렸고, 둘째 조카에게 옮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엄마께 첫째조카만 봐달라고 거의 마지막으로 부탁을 했다고 함(아기 안지 못하게 하고). 그걸 듣고 엄빠 모두 오케이를 했고, 수두는 일주일 정도면 되니까 일주일만 언니집에서 엄마도 함께 생활하기로 했음. 이 때가 2019년 7월 말이었음.

 

나는 그 즈음 평일에 한 번 언니네 집으로 가기로 했었음. 가서 잠을 자고 거기서 출근하려고. 그러면 본가에는 아빠만 있는 것임. 그래도 조카가 수두 걸리기 전에 약속을 했던거라서 아빠한테 카톡을 남겼음. 내용은 대략 ‘첫째조카 수두 걸린 것도 있고, 엄마도 힘드실테니까 겸사겸사 언니 얼굴도 볼겸 언니네 집에서 자고 내일 출근할게요’ 이거였음. 내 카톡이 발단이었나봄. 내가 죄인이지. 카톡을 보내고 퇴근하고, 집근처 다 와가는데 언니한테 전화가 온거임. 아빠한테 뭐라고 얘기했냐고. 그래서 “?응? 나? 머 겸사겸사 얼굴보러 간다고 얘기한거 같은데”라고 그때는 별 생각없이 얘기했는데, 언니가 내 대답듣고 막 우니까 너무 놀래서 일단 진정하라고 하고 얼른 가겠다고 함. 도착하자마자 통곡하는 소리 들리고 첫째조카가 마중나오더니 “이모, 할아버지가 엄마를 슬프게 했어”라고 했음 ㅜㅜㅜㅜㅜㅜㅜㅜ하 내가다 눈물이 남. 내용은 이러했음. 내가 보낸 카톡에서 ‘엄마도 힘드실테니까’에 꽂혀서 대분노를 한 상태로 언니한테 전화를 한거임. “야 옆에 엄마있어? 스피커폰으로 해봐”이러더니 엄마한테 “야 너 지금 애기 안고있어 안 안고있어?”이랬다고 함. 하필(?) 그 때 잠깐 엄마가 자진해서 안아주고 있었나봄. 그래서 안고 있다고 했더니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함. 왜 안고 있냐고 니가 식모냐고. 너 거기서 당장 나오라고. 언니한테는 너한테 우리가 애 낳아달라고 빌었냐는 둥 엄마를 식모 부려먹듯이 하냐는 둥 막말을 했다함(그래서 언니랑 결국 싸움). 이 얘기를 듣고 내 우주의 전부인 언니와 엄마한테 지랄을 했다는 것에 화가 났지만, 내가 직접 들은게 아니고, 나름 중재자 역할을 해야하는 입장이었고, 엄마는 소리치고 화내는 것을 매우 싫어하므로 우선 두 사람을 진정시키기로 함. 위로하던 중, 언니는 둘째를 씻기러 들어갔고 아빠로부터 엄마한테 전화가 옴. 내가 엄마한테 듣기만 할테니까 스피커폰으로 해달라고 부탁함. 받자마자“야 너 지금 어디야? 집에 오고있어?”라고 했고, 엄마는 하... 떨리는 목소리로 “지금 첫째 수두 걸리기도 했고, 약속한 것도 있으니까 금요일에 갈게~”라고 겨우 말씀하셨음. 그랬더니 하는말이..“아~그래 니 마음대로 해~ 거기에서 쭉 살든가. 뭐 언제는 내말을 듣기나 했냐~ 일~절 관여 안할테니까 니 마음대로 하고 살아라~”이러고 끊음. 후... 그 특유의 비꼬는 말투가 여기서 나왔음. 정말 너무 맞받아치고 싶었지만 엄마는 불화를 싫어하므로 꾹꾹 참았음. 언니와 엄마랑 셋이 의논한 끝에 내가 엄마를 모시고 본가로 돌아가기로 함. 집에 갔더니 아무말도 하지 않았음. 그래서 일단 모른척하고 지내기로 함. 언니와 아빠가 1차전을 끝내고 서로 손절하는 걸로 마무리가 되었음.

 

* 두 번째 사건

그 주 토요일이 되었고, 엄마를 통해 아빠가 나님과 대화를 하고 싶어한다고 전달을 받음. 그래서 제발 엄마를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하자 다짐하고 얘기를 들어보기로 함(나도 몸에 화가 많은편임;;). 얘기의 내용은 첫 번째 사건 당일 언니와 엄마에게 들은 내용과 유사했음. 본인이 잘못한 것만 쏘옥 빼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본인이 막말한 부분은 그 때 너무 화가났어서 잘 기억이 안 난다고 함. 그 때까지는 차분하게, 언니의 변호인 역할을 함(처음 화낸것도 아빠, 막말 시작한 것도 아빠). “(다 뺐음에도 불구하고)아빠가 잘못한 것 맞고, 아빠가 사과하시는게 맞는 것 같고, 궁금한게 몇 개가 있어요”하고 질문을 몇 개 함. 후.... 정말 내가 인내하다가 빡이 안 칠수 없는 대답이 돌아왔음. 세네가지 질문을 했었는데 역시나 어른답지 못한 대답이 돌아왔었고, 결정적인 건 내용이 이러했음. “제가 사실 그 날 아빠가 엄마한테 전화한 내용 들었는데요. 아빠가 엄마를 정말 진정으로 위한다면, 소중하다면 왜 그런식으로 비꼬고 다그치고 뭐라고 하신거에요? 엄마는 그날 계속 몸도 떨고 대화도 제대로 못했어요.”라고 했더니 뭐라고 대답을 했는 줄 앎????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니네 엄마가 못 알아 들으니까”

 

이게 말이야 방구야 막걸리야? 이 때 이 말을 듣고! 나의 이성은 뚝 끊어져 버렸고!! 그 때부터 아빠랑 싸움. 진짜 말로 이렇게 박터지게 싸운거는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었음. 나쁜남자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며 뭐라고 하는데..정말이지 말이 통하지 않았음. 그놈의 프레임;; 이건 프레임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폭력도 폭력이라고 얘기해도 들어 쳐먹지를 않음. 반년이 지났는데도 화가나네... 아무튼 싸우는데 거의 같은 말만 반복하는 시점이 와서 그만하자고, 엄마도 큰 소리나서 무서워하셔서 그만하자고 하고 그 날은 또 그렇게 끝냈음.

근 한 달 동안은 엄마랑만 대화하고 서로 투명인간 취급하며 살았음.

 

* 대망의 세 번째 사건

2019년 8월25일. 아직도 기억남. 일요일이었음. 나는 내 방에서 폰으로 호텔 델루나를 보고 있었음. 엄마는 엄마방에 있었고 거실에는 아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방에만 있었는데, 배가 너무 고픈거임. 라면이 너무 먹고 싶었음. 식탁은 거실에 있는 소파와 붙어있어서 내가 아빠를 보는 방향으로 먹어야 했음.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역시 식욕이 승리를 하였음. 그래서 델루나를 계속 보면서 라면을 끓이고 먹고 있었음. 소리는 한... 그냥 내가 듣기 좋을정도였던 것 같음. 드라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아이유가 초반에는 소리를 몹시 많이 지름. 그게 그 분의 심기를 건드렸나봄. 한창 먹고있는데 온갖 짜증이 가득 담긴 얼굴로 잔뜩 찡그린채(표정이 가장 뚜렷하게 기억남) “야, 좀 꺼라”이러는거임. 대화식 궈궈

 

나 – 왜요?

아빠 – 시끄러워서 티비를 볼 수가 없잖아

나 – 싫은데요? 저도 시끄럽지만 그냥 보는건데

아빠 – 야 너 그거 라면 누가 끓였어?

나 – 엄마가 처음에 도와주시다가 제가 끓였는데요?

아빠 - ~~~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돼!!

 

그 중간중간 뭐라뭐라 했는데 잘 기억이 안남. 아무튼 마지막엔 저렇게 소리치고 나서는 들고있던 리모컨을 나에게 세게 던짐. “야 너 오늘 내가 너 죽여버릴거야”하더니 내 목을 조름. 그러다가 밀치고는 “야 칼 어딨어 오늘 다 그냥 죽자, 우리 셋다 죽어버리자”이러면서 부엌으로 감. 엄마는 놀래서 아빠를 온 몸으로 말림. 나는 그 사이에 112에 신고를 함. 가정폭력으로 신고하겠다고. 아빠는 그런식으로 나를 협박?해서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를 듣고 싶어했던 것 같음. 숙이고 들어가길 바랬던 것 같음(지금 생각해보니 그러함). 그런데 이게웬걸. 감히 딸이라는 아이가 본인을 경찰에 신고를 하다니 충격을 받은 것 같음. 소파에 가만히 가더니 앉았음. 나는 엄마를 모시고 안방에 가서 문을 잠근 후 경찰을 기다렸음. 역시나 엄마는 매우 충격을 받아서 통곡을 하셨음. 나까지 이성을 놓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언니한테 전화해서 상황설명을 했음. 언니도 충격받아서 엉엉 울었음. 일단 경찰와서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고 하고, 경찰이 도착해서 나는 진술을 했음. 그러고 경찰서 가서 다시 진술을 했음. 왜 똑같은 말을 계속 반복 해야하냐고 물었더니, 파출소(지구대)랑 경찰서랑 다르니까 다시 공식적으로 뭐를 해야한다고 함. 하여간...하...그래도 엄마가 아니라 내가 이렇게 왔다갔다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진술을 했음. 와 근데 진짜 사람이 갑자기 그런일을 당하면 기억을 잃었다가 서서히 돌아오나봄. 진술할 때는 기억이 안 나더니 기억이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느꼈음. 경찰서 갔다가 집에 갔더니 엄마만 계셨음. 접근금지 명령덕분에 아빠는 3일인가 집에 들어올 수 없었음. 엄마는 오늘은 너무 힘드니까 나중에 얘기하자고 했음. 그렇게 그 날은 지나갔음.

 

월요일이 되었고, 그 날도 그냥 지나갔던 것 같음. 엄마가 말할 기분이 아닌거 같아서 엄마가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음. 화요일이 되었고, 드디어 엄마와 대화를 했음. 이 대화에서 나는 몹시 충격을 받음.

엄마 – 쓰니야, 너 그렇게 핸드폰으로 뭐 볼 때 음량 크게 틀고 그러지 않았잖아

나 – 그 때 음량 그렇게 크지도 않았어요. 티비 소리가 훨씬 컸지.

엄마 – 여쨌든 이어폰을 쓰든 밥만먹든 그렇게 할 수 있었잖아.

나 – 지금 제가 그 사람의 폭력에 원인제공 했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제가 소리를 죽였으면 그 사람이 그럴 일도 없었을테니까? 엄마, 무슨일이 있어도 폭력은 절대절대 용납이 안돼요. 왜 그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거에요?

엄마 – 그래서 너 계속 아빠랑 살 수 있겠어?

나 – 당연히 못살죠. 엄마는 살 수 있어요? 이참에 쫓아내요 우리

엄마 – 엄마 이집 내놓을거야. 근데 아빠랑 내놓을거야. 엄마 이때까지 고생했잖아. 이제 아빠한테 보상받으면서 살아야지.

나 – 그게 무슨말이에요? 지금 나보고 집 나가라고? 혼자? 엄마 지금 아빠가 아니라 나를 버리겠다고? 그리고 엄마도 피해자잖아요. 기억안나요? 그자식이 칼로 셋 다 죽어버리자고 했던거? 그리고 보상은 내가 그자식보다 훨씬 잘 해줄 수 있어.

엄마 – 그거는 진심이 아니야. 말만 그렇게 한거지. 진짜 칼 찾으러 갔으면, 엄마가 무슨 힘이 있어서 아빠를 막을 수 있었겠어.

나 – 여기서 핵심은 그게 진심이냐 아니냐가 아니에요. 그딴 쓰레기같은 말을 뱉었다는게 핵심이지. 그리고 눈 돌아서 엄마가 안말렸으면 찔렀을지 안 찔렀을지 어떻게 알아요? 엄마가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은데, 언어폭력도 엄연히 폭력이라니까요.

엄마 – 어쨌든 엄마는 그렇게 생각 안하고, 아빠랑 살거야. 그러니까 독립 좀 빨리 했다고 생각해.

나 – 왜 피해자인 내가 쫓아내져야 하는거에요? 가해자는 그 사람인데? 엄마 나 여기 리모컨 맞은 데에 멍들고 식탁 부딪힌데 피멍들고 내팽겨쳐지면서 팔에 무리가서 오른쪽 팔 부었어요. 나 피해자라니까!!!

엄마 - .....

 

엄마가 입을 다물면 할말이 없거나, 못 하거나임. 이제 엄마한테서 다른 말을 들을 수 없게 됐다고 판단하니, 진짜 미치겠는거임. 그래서 난생처음 내 목청껏 소리지르면서 울었음. 방에 들어가서 미친 듯이 소리지르면서 울었음. 엄마는 내 방에 들어오지 않았음. 생각을 해도해도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말하고, 그렇게 대했다는게 너무 큰 배신감과 상처로 다가왔음. 그래서 수요일에 퇴근하고 다시 엄마한테 울면서 얘기를 했는데... 엄마는 “아이고 쓰니야...아이고..”만 반복했음. 나중에 생각해 보니까, 엄마는 나에게 멍든데나 다친데 괜찮냐는 한마디의 질문도 하지 않았음. 아...상처.. 또 눈물 날 것 같네. 하긴 엄마 당신이 제일 힘들었을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상처는 상처임. 배신감은 배신감이고. 그렇게 나는 엄마랑도 대화가 단절되었고, 그렇게 시간이 또 흘러갔음.

 

* 마지막~현재

9월초 첫째 조카 생일이었음. 평일이었지만 당일 축하해주고 싶어서 언니네 집에 갔었음. 갔다 왔는데 가해자가 자고 있는것임? 드르렁드르렁 코골면서. 이 때 느낌은....‘이 사람이 다시 나에게 가해를 하거나 협박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걸 알지만, 그 날의 공포감이 느껴진다’정도인 것 같음. 아무리 진심이 아니었어도 칼 찾으러 가면서 죽여버리겠다는 소리 들으면 얼마나 무섭겠음? 침착한 척 했지만 나도 물론 몹시 무서웠음. 그래서 나는 다시 112에 신고를 했음. 내용을 듣자하니 경찰의 실수로 나와 가해자 모두 가해자가 집에 들어올 수 있게된 걸 통보를 못 받은 상태였고, 가해자가 경찰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니 집에 가도 된다고 들어서 들어와서는 쳐 자고 있던 것임. 그 길로 엄마한테 갔음.

※ 긴급 접근금지처분과 접근금지처분? 뭐 그런게 있는데 내용이 길어지므로 생략함.

 

나 – 엄마, 저자식이 왔으면 적어도 저한테 연락 한 번 정도는 줄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엄마 – 나는 너가 알고 있는 줄 알았지.

나 – 아....그럼 저사람은 어떻게 알고 들어왔대요?

엄마 – 가해자여서 연락이 안 간건 줄 알았어. 직접 전화해서 안거고.

나 – 아... 경찰이 잘못 했네... 알았어요

엄마 – 그나저나 이렇게된 거 이번주까지 짐 싸서 나가.

나 - ??? 아니 이사가 쉬워요? 나 곧 유럽가야 돼. 시간이 어딨어.

엄마 – 말했잖아 나가라고.

나 - ????? 저번주?? 저번주 일주일 전에 말한거?? 그게 말한거에요? 나는 적어도 한달은 시간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가해자 – 잠깐 나와봐 얘기 좀 해.

나 – 싫은데요? 내가 무슨 얘기를 해

가해자 – 안 하면 후회할걸?

나 – 후회할 것도 없고 할말도 없는데 무슨소리야.

가해자 – ㅁ;ㄴㅇ랴덜댲린야럴(뭐라고 소리치면서 얘기했는데 내가 안 들음)

나 – (크게 소리침) 아 거참 말 진짜 많네!!! (엄마께) 나는 엄마랑만 얘기할거에요.

엄마 – 그래도 같이 얘기해보자... 마지막이잖아

나 – 아니 나 피해자라니까? 가해자랑 얘기할 것도 없고 마주하기도 싫고 말섞는 것도 싫어요. 꼴도보기 싫어. 저인간은 지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지금 뭐가 그렇게 당당해

엄마 – 아무튼 이번주 주말까지 집 비워줘야 돼. 부동산에서 급하다고, 급히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대. 그래서 우리 다 나가야 돼.

 

대화는 이랬고 그 주는 거의 밖에서 잤던 것 같음. 화요일에 집 알아보고, 계약하고, 수요일에 대출 알아보고, 금요일 밤에 이사를 했음. 언니가 나의 이사를 도와주고 집에 가는 길에 깨달았다고 함. 아빠는 남성갱년기인 것 같다고. 언니 친구 아버지도 그 연세 때에 그런식으로 히스테리 비슷하게 오셨다고. 그리고 가만 생각해 보니 1차 사건 때 조금만 참았으면 이런 사단이 안 났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다시 본가로 가서 사과를 했다고 함. 나중에 들어보니 그 때도 본인은 피해자 코스프레였고, 너네 같은 딸이면 필요없다고 얘기했다 함. 그리고! 제일 웃겼던 건, “공무원이 돼가지고 (감히) 나를 경찰에 신고해서 쓰니가 나중에 승진할 때 걸림돌이 될 걸?”이라고 했다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해서든 나를 까내리고 싶었나봄. 공무원은 경찰에 신고도 하면 안 되나봐 껄껄. 나는 나중에 아빠가 무릎꿇고 사과를 한다고 해도 받아줄 생각이 없음. 어떻게 뇌가 돌아가면 저딴 생각을 하고 입밖으로 낼까? 그리고 갱년기라는거 알고 있었음에도 받아줄 필요성을 못 느낌. 가해자는 나 사춘기 때 아무것도 받아주지 않았는데 내가 왜? 그리고 모든 갱년기의 중년 남성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지는 않지 않음? 흥! 아무튼 언니도 심각하게 완강한 아빠의 말에 하다하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갔다고 함. 그리고 언니는 엄마랑 나름 잘 지냈는데, 아빠는 엄마가 언니나 나를 만나는걸 무지 싫어하는 것 같았음. 그래서 엄마가 아빠의 눈치를 많이 본다고해서 간간히 연락만 하고 자주 만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 같음. 나도 자세히는 안 물어봐서 잘 모름.

 

 

추석 주에 유럽여행이 잡혀 있어서(설에 예약했음) 여행을 다녀오고 엄마에게 카톡이 왔음. ‘유럽 잘 다녀왔니?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라고.

잠을 자야하는데 잠이 안 오는거임... 그래서 하고싶은 말 장문으로 답장하고, 그래도 잠이 안올 것 같아서 진짜 겁나게 울면서 콜라에 소주 두병 마시고 잠. 변변찮은 안주에 혼자 소주 두병 마신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음. 그 때 이후로 엄마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음. 아, 물론 아빠는 전화나 카톡 다 차단했음. 엄마는 ‘날 버린사람’으로 저장해두고 서로 연락 안 함. 그 상태로 지금까지 왔음. 12월에는 엄마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음.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의 엄마가 보고 싶은게 아니라 언제나 내 편이었던, 나의 우주였던 시절의 엄마가 너무나 보고 싶었음. 지금도 그 때의 엄마가 사무치게 보고 싶음.

 

엄마는 언젠가 용서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만, 지금은 배신감이 크고 상처도 커서 아물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음. 이 얘기를 하고나서 지인들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반응이 갈렸음

 

또래: 잘했다, 고생했다, 아빠는 손절이 맞는 것 같고 엄마는 쓰니의 마음이 진정 됐을 때 하고싶은대로 하는게 맞는 것 같다

어른: 천륜은 못 끊어낸다, 먼저 연락 드려라, 자식이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아버지도 후회하고 계시겠지만 옛날 분들은 어쩔 수 없다

 

물론 어른 중에서도 또래처럼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음. 그런데 또래중에는 어른들처럼 말하는 사람들은 없었음. 여기에 중간중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다 빼고 핵심만 넣으려고 노력했음. 한글로 작성했는데 7쪽이나 나왔네...? 10년 뒤에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 몹시 궁금하군...

 

그냥 주저리 주저리 써봤어요. 월요일에 쓰기 시작했는데 지금 목요일이네요. 쓰고 보니 정말 제 인생은 잔잔한 날이 없네요. 우여곡절 없는 삶을 살고 싶었는데, 이제 행복할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흑흑. 그래도 4일에 걸쳐 수정해가며 쓴 글이라 자서전 같아서 약간은 뿌듯(?)하네요. 소설같아....수필 아닌 것 같아...ㅠㅠ 아, 참고로 경찰이 실수한 건 국민신문고에 신고했어요. 저는 경찰의 실수로 인해 비슷한 일을 겪는 다른 피해자가 나올까봐 경각심이라도 조금 주고 싶어서 신고한거였어요. 예전에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거든요 호호호호 책임감 없는 경찰만 만난 것 같네요. 다른 직업정신 투철하신 경찰분들 응원합니다. 몇 명 때문에 모든 경찰분들이 욕먹는건 저도 싫어요. 그럼 이제 파이팅 하러 가보겠습니다.

 

행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