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하는 너에게

안녕2020.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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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랑 나는 어렸을 때 만났다.종교인인 이모네에 어느 날 내 또래의 아이들이 있었다.그게 너와 너의 동생이었다.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내가 너를 좋아하게 된 건.휴대폰이 없을 때라 용돈으로 문구점에서 편지지를 사 너에게 편지를 썼다.내용은 깊이 기억나지 않지만 오빠 좋아해, 쯤이었겠지.대답은 받지 못했다. 너에게 언제쯤 대답해줄거냐고 물었더니 조금만 있다가... 라며 대답을 미뤘을 뿐. 그래도 우리 사이는 어색해지지 않았다.너의 여동생이 너와 내 사이를 질투할만큼 너는 나를 더 챙겨줬으니까.지역도 다르고, 깊은 산속에 위치한 암자라 이모집이 매일 심심했던 나에게 너와 너의 동생은 단비같았다. 그리고 비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그쳤다.

이모는 말했다. 밤 사이에 너와 너의 가족이 도망을 갔다고.하지만 어린 마음에 나는 짐작했다. 꽤나 예민하고 까다로운 우리 이모가 또 너의 부모님을 힘들게 했을 것이라고. 어린 우리는 예쁨을 받았지만, 어른들 끼리는 또 아니었겠지.그리고 그냥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나는 20살이 되었다. 그냥 너는 잊혀졌고 이름도, 얼굴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었다면 그냥 한 번쯤은 찾아볼 수 있었겠지만 나에겐 사진도 없었다.어느 날 학원을 같이 다니던 오빠가 연락이 왔다.대뜸 연락이 와서는 어머니 직업을, 예전에 살았던 지역을 꼬치꼬치 물었다.그리고 너의 이름을 아냐고 물었다. 물론 기억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동생 이름을 듣고 기억이 나 말했다.나 그 오빠 진짜 좋아했었는데- 하고.그 카톡의 주인공은 너였다. 너의 친구였던 나의 학원오빠의 사진을 보다가 우연히 나를 봤고 그 사진에서 과거의 내 얼굴을 찾은 니가 혹시 내가 아닐까, 하고 친구의 폰을 통해 물어본 것이었다.나는 그것도 모르고 당사자에게 내 감정을 또 고백해버렸던거지.

그리고 우리는 밤새 얘기를 나눴다. 너가 이름을 바꾼 이야기도, 지금 가까이 살고있다는 것도.우리는 빠른 시일내에 약속을 잡았고 만났고, 곧 연인이 되었다.20살, 21살의 풋풋한 연애가 지속됐고, 너는 내 첫사랑이었다.초등학교 시절 좋아했던 첫사랑을 다시 우연히 만났다니, 우리는 서로를 운명으로 여겼다.그리고 너는 군대에 갔다. 직업 군인이 꿈인 너를, 너의 교육기간 동안 나는 살뜰히 챙겼다.사실 군대가기전에 우리 사이에 있었던 일에 혼자 헤어짐과 재회를 반복하는 편지를 보냈으니 너도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겠지.그만큼 나도 너무 많이 어렸었다.

너의 임관식날, 너의 부모님이 나의 정체를 아셨다.그리고 탐탁치 않아 하셨다. 이모때문이거나, 힘든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이거나, 아니면 둘 다 이거나.그 때쯤 너는 내게 마음이 많이 떠나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너와의 시간 속에 어색한 공기가 가득찼고, 너의 문자엔 애정이 식어있었다.나를 따라 휴대폰을 사서 커플폰이라며 기뻐하던 너가, 지갑이며 sns며 내 사진과 우리 커플사진으로 도배하던 너가, 밖에서 나를 애칭으로 부르며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던 너가 어느순간 손도 잡아주지 않았다.그리고 나는 너에게 이별을 고했고, 헤어지자고 내가 얘기했지만 내가 헤어짐을 당했다.후회하며 수십번을 잡았다. 오지 않는 답장에 편지도 써보고 술에 취한 척 부재중을 남겼다. 그래도 답장은 없었고 페이스북에서 너의 연애 소식을 들었다. 우리의 이별 후 두 달만이었다.

주변에서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나를 닮았다고 했다.더 화가났다. 나를 닮은 사람을 만난다고? 나를 두고? 거봐, 너도 나 못잊은거 맞잖아!지금 생각해보면 아니었던 것 같다. 그 언니는 쌍커풀이 있지만 나는 아니었거든.너의 주변 사람들이 연락이 왔다. 자기도 너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고.그리고 나는 휴대폰 번호를 바꿨다.번호를 알고 있는데도 연락이 안오는 것 보다, 연락이 안오는 이유는 번호를 몰라서-라고 생각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간간히 너의 친구들로부터 메신저가 왔지만 그런저런 핑계를 대고 연락을 끊었다.

너는 그 언니와 꽤 오랜시간 연애를 했다.오랜시간 화가 났지만, 오랜시간 부러웠다.꿈을 꿨었다. 너가 그 여자를 꽉 끌어안는 모습을, 내가 멀리서 지켜보는.하지만 너는 그 여자와 헤어졌다.그리고 새로운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제 너의 프로포즈 사진을 봤다.사실은 나, 너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몇번이고 찾아봤다.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니 번호지만 우리가 헤어진 21살에 너를 친구목록에 몰래 연동시켜뒀으니..

사진 속 너는 좋아보였다.우리가 연애하면서 찍었던 커플사진 속에 나를 보던 니 눈빛과 같았다.사랑할 때 보이는 니 눈빛이 이랬지.. 하는 마음에 잠깐 씁쓸했다.그리고 이제는 너를 정말 묻어야 할 것 같은 마음에 너를 지웠다, 드디어.

나는 20대 후반이 되었다.그동안 연애를 하지 않았던 것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첫사랑인 너가 꽤나 오래남았다.너의 프로필 사진을 찾아본다는걸 친구들이 알았을 때, 진짜 구박을 많이 먹었다.그걸 뭐하러 찾아보냐며 이해가 안된다는 친구들에게 이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너의 결혼소식과 함께 이제는 너를 떠나보냈다고.


그리고 결혼 축하해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