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화

ㅇㅇ2020.03.03
조회190
이 곳에서 망상만 하는 나 자신과 서서히 결별하기 위해
승화라는 건전한 방어기제의 도움을 받기로 결심했어.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빠져든 과정까지
그리고 네이트판이란 곳을 알게되고 망상에 빠져든,
스스로도 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게 느껴져
차마 남들에게 고통을 털어놓을 수 조차 없었던
1년 반 동안의 시간을 모두 글로 썼어.
그러면서 당신과의 몇 분 안되는 모든 순간들을 떠올렸지.

일 년에 몇 번, 몇 분.. 그 짧은 순간들인데도
너무나 많이 기억하고 돌려봐서 길고도 긴 글이 써졌어.

그리고..
인간 내면의 바닥까지 볼 수 있었던 이 곳,
익명 커뮤니티가 아닌 다른 곳.

다수와는 좀 다른 성격과 가치관으로 인해 상처받은
여리고 착한 사람들이 모인 곳,
나와 조금씩은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깊이있는 글을 쓰며 때로 토론하고 때로 공감해주는 곳.
내가 20대부터 함께해왔던 작은 온라인 공간에서
내 긴 글을 나눴어.
물론 현실의 나와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단서는 모두 빼고.

모두들 내가 망상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조언해주더라..
다만, 이렇게까지 깊은 사랑은 거의 오지 않으니
용기를 내서 후회없는 인생을 살라고 조언해줬어.

또 누군가는
“후회는 불완전 연소한 인생의 그을음이다.” 라고
멋진 말도 해줬지.

여기서 망상하며 글을 썼을 때 받았던 댓글들과는
전혀 다른, 사심없는 느낌이었어.
내가 삐딱한지 몰라도 여기서 고백하라, 용기내라고
조언하는 댓글들은 사심이 가득해 보였거든.

당신과의 짧디 짧았던 순간 순간들의 모든 기억,
네이트판을 처음 접하고 망상했던 치욕스런(?) 순간까지
낱낱이 기억해서 긴 글을 쓰고,
사심없는 공감과 격려를 받으며
미련과 슬픔같은 고통은 조금은 사라졌어.
하지만 당신 대한 마음이 줄어든 건 전혀 아니었어.

한 가지 꼭 하고싶은 말이 있어.

난 당신을 좋아한 이후 늘 딜레마에 시달려왔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사랑은 이타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내 사랑은.. 당신의 직업윤리를 무시하는 이기적인,
내 감정만 우선시 하는 이기심같이 느껴졌어.
솔직히 나는 당신이 속한 세상이 어떤지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그런 직업윤리가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어.

그래서 티낼 수 없었어.
내 눈엔 당신이 부와 편안함만 좇는
보통의.. 그런.. 평범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거든.
이상을 좇아 역량을 쌓기 위해
자신의 선택을 믿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보였어.
눈 앞의 모든 문제들에 진심을 담아 최선을 다하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사람으로 보였어.

그래서 내가 그런 당신에게 오점이 되기는 싫다는
망상 속의 딜레마에 빠져들었어.
그래서 좋아하는 마음을 전혀 티낼 수 없었어.
(물론 공적으로 당신 말에 반박하고 했던 건 그냥 내 성격이 그래서 그래 ㅎㅎ 티내기 싫어서 일부러 그런게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당신 상황이 어떨지는 난 잘 모르겠어.
당신이 있는 곳과는 먼 곳에 떨어져 있어서..
하지만 꼭 몸조심했으면 좋겠어.

난 참 당신이 좋아.
남들과는 다른 당신의 모습이.
힘 내요.

그리고 당신이 내게 진심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는 거
알고 있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