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타오는 영재원 다닌 후기 (인증 ㅇ

ㅇㅇ2020.03.07
조회73,861

며칠째 집에 있으면서 공부 안하고 있으니까 현타와서 쓰는 글임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그냥 조카... 자괴감 오짐

일단 난 그냥 어쩌다 보니 붙어서 다닌 케이스임 6학년 때 엄마가 한 번 보라고 한 시험에 얼떨결에 시험에서 면접까지 프리패스 합격되어버려서... 사교육은 무슨 선행도 1도 안 하던 내가 언어영재원에 다니게 됨

그렇게 어쩌다 붙어서 3년 동안 다니게 됨 참고로 인문사회 반이었음 우리 반은 총 20명이었는데 여기 애들 ㄹㅇ... 걍 좋은 의미로 또라이들 같았음 남자애들은 쉬는 시간마다 정치 얘기 고대철학 얘기 이런 거 하고 여자애들도 사회이슈 경제 얘기하고 그랬음 당연히 난 거기 끼어들 수 없어서 개아싸였음^^...

그것보다 힘들었던 게 수업이었음 아까 말했듯이 난 선행이나 사교육 1도 안했댔잖 그래서 수업이 죽을 맛이더라 가서 배우는 건 철학 지리 미시경제 동양사 정치 등등인데 그 수업들이 하루에 3~4씩 들어있음 거기다가 수업하는 쌤들마다 일주일에 한번 자기 수업 과제를 엄청나게 내주심 에세이에 발표과제 원서 읽고 독후감... 대학생 생활 간접 체험 그자체였음 근데 못하는 건 나 혼자였음 얘넨 이런걸 어디서 배워 오는건지 수업 시간에도 활발하게 질문하고 쌤이랑 토론하더라 토론 수업하면 또 나만 발리기 일쑤고 ㅋㅋㅠ

학교처럼 한 달에 한 번 자리 바꿨는데 진짜 기억에 남는 남자애 한 명 있었음 자리 바꾼 날 마침 철학 수업이었음 선생님이 화장실 다녀오신다고 잠깐 짝지와 토론해보라는거 애들 걍 대부분 쉬고 있어서 나도 잠깐 엎드리려는데 얘가 갑자기 ㅋㅋㅋㅋㄱㅋ 질문을 함 아 얘는 찐이다... 싶었음 얘가 말한 게 아직도 기억나는게 교부철학에서의 참된 행복은 신앙으로서 절대자에게 의존함으로 가능한데 완전한 존재인 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 그저 믿음 만으로 가능한 일인지 신에 대해 의구심을 품게 되면 행복이 아닌걸까? 이러는데 이런미친 지금이면 여차저차 대답하겠는데 그땐 중 1이었고 뭐라는지 1도 못 알아 먹었음 걍 난 아... 그러게...? 하고 다시 엎드림 난 그렇게 한 달간 수업 시간마다 얘 질문에 시달려서 죽을뻔했음

글고 학기마다 중간 기말 시험이 있었음 학교 시험도 못 치는 나한테 너무 어려운 일이었음 3년간 제일 잘 받은 점수가 82점 최악은 35점 부끄럽네... 우리 반 평균은 항상 70 언저리였는데 내가 한몫한 듯 심지어 얘네는 자기 학교에서도 전교권이더라 시험 기간엔 학교 얘기하고 그러는데 막 자기는 전교 3등이다 7등이다... 이러는데 누구 한 명도 15등 밑은 없더라 나만 또 40등이었음 부끄러워서 말 못했고

마지막으로 R&E 얘기임 1년에 한번 팀으로 관심 있는 주제를 연구하고 논문 쓰는건데 우리가 인문사회 반이다 보니까 주제가 대부분 사회 이슈나 정치 역사의 실태 이런거였음 팀플이니까 각자 맡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내가 서론 맡은 적이 있었음 근데 그 다음날 선생님한테 싹 다 첨삭당함 ^^... 그 뒤로 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고 발표 자료나 만듬 하... 종업식 할 때 잘 쓴 논문은 책으로 만들어주는데 읽어보면 얘네가 진짜 중학생인가? 싶음

2년 반 다니다가 자괴감이랑 자존감 깎이는거 진짜 미친듯이 느껴서 중간에 그만둠 졸업하고 보니까 역시나 다들 자사고나 특목고 입학했더라 그럴만한 애들임 얘네 생각할 때마다 공부자극 조카 되서 그냥 써 봄 얘들이랑 같이 수능 봐서 붙어야한다는거 생각하면 반이라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함

중간에 그만둬서 수료증은 없고 교재라도 올림 그럼 공부하러 갈게 너네도 화이팅 있을진 모르겠지만 궁금한거 있음 물어봐죠 대답해줄겡

+) 자고 일어났는데 다들 관심 가져줘서 놀랍다 걍 현타와서 쓴 글인데 ㅋㅋㅋㅠ 나 2년 반 버틴 거 수고했다고 해준 친구들 너무 고마워 나 감동 먹었어ㅠ❤️ 글구 영재원 난 힘들었지만 그래도 추천함 좋은 경험이고 어느 정도 수업 따라간다면 재밌어 한 번쯤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다들 공부든 뭐든 힘내구 그럼 안뇽